십 년 만에 이사와 적응하는데 두 계절을 보낸 듯하다. 살림 정리를 하고 나니, 가전제품이 말썽이었다. 집수리가 다 된 줄 알고 들어왔지만 손 볼 곳이 많았다. 정리정돈이 끝나자 여름이 코앞이었다. 이사하며 전학을 가는 애들이 가장 걱정이었는데, 생각하지 않은 것들이 한동안 속을 썩였다.
그중에키우는 식물들도 한몫을 했다. 따뜻한 봄날이 되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편해 보였다. 살던 곳은 동향이라 동트자마자 들이치는 강한 태양빛에 식물들이 익숙해져 있었다. 남향으로 왔으니 환경이 바뀐 건 애들과 다르지 않았다. 전학 온 애들처럼 식물도새 집에 적응을 하느라 고생을 하는 듯했다.
반음지 식물인 스파티필름은 거실이 맘에 든 듯 꽃을 많이 피웠다. 사랑초는 베란다에 안성맞춤인 듯 지금도 꽃이 피고 있다. 토마토 모종들과 다른 화초들은 더운 날씨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고무나무는 봄이 지나 여름이 다 되도록 새잎을 만들지 않았다. 시들한 건 아니지만 한겨울처럼 성장이 멈춘 듯했다. 나무 영양제를 주니 뾰족한 싹이 올라왔지만 잎을 펼쳐내지 못했다.
남향이라 거실이 하루 종일 밝긴 하지만 아무래도 일조량이 문제인 듯싶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 집은 아침부터 해가 강렬했다. 직사광선은 그대로 베란다와 방 안까지 들어왔다. 전엔 고무나무를 거실에 두어도 일조량이 충분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거실보단 베란다로 옮겨야 할 듯했다. 어차피 여름에 틀 에어컨 바람은 고무나무에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전성기를 누리는 고무나무
나무를베란다로 옮기자 신기하게도 열리지 않던 새잎을 펼쳤다. 원래 크기보다 네 배는 작은 것이었다.나무에게 미안해졌다. 그동안 불편했던 걸 해결한 듯 생기가 돌며 나무는 더 즐거운 신호를 보냈다.
초복이 되자 아주 큰 잎이 돋아났다. 그리고 중복이 되기도 전에 두 개나 더 새로 났다. 더운 날씨로 다른 식물들은 매일매일 시들시들해진 잎을 흔들며 물을 달라고 했지만, 고무나무는 전성기를 맞은 듯 팔팔해졌다. 기회가 없어 펼치지 못한 듯 싱그럽고 건강한 새 잎이 계속 돋아냈다.
"이젠 잘 지낼 수 있어요."
고무나무는 싱싱한 초록빛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나무를 볼 때마다 기분이 상쾌해지며 더운 여름 공기도 잊어버리게 했다. 완전히 적응된 듯 애들처럼 신나 보였다. 여름 동안 얼마나 더 자랄지 기대가 된다. 그래도 너무 무리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가족처럼 고무나무를 오래오래 두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이사 오고 고생을 한 건 고무나무만이 아니었다. 엄마의 걱정은 언제나 애들인가 보다. 이사를 멀리 오는 바람에 학교를 전학을 해야 했다. 그런데 걱정은 엄마만의 몫이었나 보다, 애들은 고무나무보다 더 빨리 적응했고 별탈없이 1학기를 마쳤다. 마음 한 구석엔 살던 곳에 두고 온 것이 떠올라 아쉽긴 하지만, 애들이 나무처럼 자신의 뜻을 맘껏 펼치며 지낼 거라 믿는다. 우리 가족은 새로운 곳에서 첫여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