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여름

여름의 소리

by 무쌍

아침에 눈을 뜨는데 매미 우는 소리가 알람처럼 들다. 그리고 일어나려는데 '아이고'소리가 절로 났다. 간밤에 몇 번을 깼다가 다시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래도 여름밤은 이불을 붙들고 누워있기 쉽지 않다.

창밖으로 새소리가 들렸다. 휘익, 호로로, 찌르르, 후르르 귀로는 들리지만 사람의 언어로 받아쓰기가 어렵다. 앞 느티나무엔 새가 많다. 까치나 참새가 보통 찾아왔는데 얼마 전부터 른 새들이 찾아오는지 새소리가 다양해졌다.

깥 소리가 조용해지자 근했던 두 다리가 움직여졌다. 선풍기 소리는 밤새 나를 지켜주었는데 지금은 바람소리도 미지근해졌다. '윙윙윙' 창밖에 다른 소리가 들렸다. 다른 집 에어컨 실외기 계속 돌아가고 있나 보다.

잠시 조용했던 집안은 가족들이 하나 둘 일어나며 소리를 낸다. 그리고 얼마 뒤 또 다른 소리에 글을 멈춰야 했다.

"밥 안 줘?"

새로 피기 시작한 붉은 칸나꽃을 보러 갈 참이었다. 오후 산책을 나섰다가 금방 후회를 했다. 기대했던 나무 그늘은 원함이 없고, 오히려 뜨거운 공기로 목을 감쌌다. 나무 숲엔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오가는 사람도 귀할 만큼 낯선 일요일을 독차지하고 싶었다. 어떤 잡음도 들리지 않는 혼자라는 기분에 더위도 참을 만했다.

계절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모래사장에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바다는 한없이 멀게 느껴졌다. 제주 어디쯤 콩가루를 넣은 우무묵을 호로록 거리며 먹는 소리도 듣고 싶었다. 그렇지만 길 가에 지나던 사람의 '후우" 부는 입바람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꽃이 시드는 조용한 여름

늦봄 화단을 장악하던 루드베키아는 화석처럼 굳어져 꼼짝하지 않았다. 꽃이 시드는 여름은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자연에 사는 식물들은 소리를 눈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식물이 시드는 소리는 조용하고 소박하다. 누구도 귀찮지 않게, 천천히 혼자 정돈을 하는 듯 부산 떨지도 않는다.

햇빛이 주는 대로 이글거리는 자연

화려한 소리를 내는 한 무리의 꽃들도 있었다. 태양을 닮은 천인국은 햇빛이 주는 대로 이글거리며 붉은빛을 냈다. 촘촘한 풀숲은 그림자가 만든 선 따라 조용히 부스럭거리며 반짝였다.

그렇게 용한 여름이 내는 소리를 듣느라 조금 더 있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 꽃을 몰라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