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찍는 카메라도 눈치를 챈 듯 어수선하기만했다. 발이 닿는 길가엔 꽃이 많고, 후끈후끈 뜨거운 공기 때문인지 어지러운 듯했다.멍하니 꽃을 보는 일을 그만두고 걷기를 집중했다. 그러다 얼핏 이른 꽃을 보는 순간 정신이 멀쩡해졌다. 시력이 좋아진 듯 화단 끝에 핀 연보라색 꽃이 벌개미취란 걸 알아봤다.
가을까지 피어날 벌개미취가 벌써 피고 있었다. 비비추가 피어있는 틈에 벌개미취 군락지를 발견했다. 여름꽃 사진을 정리도못했는데 이른 꽃이 피었다. 벌개미취는토종 야생화로 여름부터 피기 시작해 가을까지 피는 꽃이다.
미국쑥부쟁이@songyiflower인스타그램
머지않은 곳엔 미국쑥부쟁이도 피기 시작했다. 국화 과의 꽃들은 마냥 사랑스럽다. 흔히 알고 있는 들국화라고 불리는 꽃은 실제 없다. 이름을 몰라 불러주지 못할 뿐이지, 여름에 피기 시작한 국화과의 꽃들은 가을까지 어디서든 비슷한 표정으로 보는 마음을 잔잔하게 흔든다. 가운데 노란 수술을 드러내고 가지런히 뻗은 꽃잎은 단풍잎처럼 차분한 기분을 들게 했다.
가을로 가는 길이 이미 열렸다는 걸 벌개미취가 알려주었다. 서둘러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싶었지만, 막상 가을을 맞이 하려니 여름을 좀 더 사진으로 담아두고 싶어 졌다.
벌개미취@songyiflower인스타그램
꽃들은 자신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벌개미취는 벌개미취답게 꽃이 핀다. 비슷한 색을 한 비비추가 옆에 있지만 비비추를 닮으려고 하지 않는다. 꽃은 언제나 소신 있다. 탐스럽게 피지 못한 작은 꽃송이라도 원래 그 모습으로 피어난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생을 다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꽃은 다독여줬다. 그리고나를 찾는 법을 알려주었다.
"자신의 시간을 찾아요"
모두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구든 바이러스에 자유로울 수 없으니까 말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팬데믹 때문에 계절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지만, 주변 핀 작은 꽃이 주는 위로는 강렬했다. 그리고 나의 일상을 지치지 않게 도와주었다.
방학인 아이들이 계속 불러대니 엄마 모드는 완전히 풀가동 중이다. 그렇지만 토막토막 작은 시간을 구슬처럼 이으며 균형을 잡고 있다. 자투리 시간 동안 내 시간을 갖는 것은 꽃이 알려준 소신 덕분이다. 자신의 시간을 살아야 한다는 걸 잊지 말라며, 꽃은내 앞에 계속 피어나는지도 모르겠다.다행히 나의 건망증은 꽃이 피면 사라져 멀쩡해졌다. 꽃이 알려주는 데로 자신의 시간을 믿기로 했다. 나도 모르게 소신대로 사는 꽃을 너무도 사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