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 우리 삶에 바이러스가 쳐들어왔다. 그래도 마스크 덕분에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었다. 여전히학교로부터 오는 확진자 소식에 신경이 곤두서지만, 그래도 마스크가 아이들을 지켜주고 있다. 아이들은 이제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아는 듯 행동한다. 집 밖으로 나갈 땐 신발을 신어야 하는 것처럼 마스크는 당연한 필수품이다.
손가방처럼 마스크를 흔들며 맨 얼굴을 드려낸 사람들을 보면 백신이라도 맞았나 싶지만, 아이들은 소스라치듯 놀라 자리를 피한다. 아이들의 예민함을 말릴 수 없을 만큼 바이러스는 여전히 막강해 보인다.
코로나 백신이 나오길 간절히 기다렸지만, 또 백신은 그 자체로 논란거리다. 백신 접종 안내가 오자마자 우리 부부는 접종 예약을 했다. 며칠 전 2차 접종을 끝내니 접종했던 의사는 숙제가 끝났다며 웃어주었다.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숙제라는 비유가 맞는 듯했다. 부작용이 걱정되고, 통증도 두려웠다. 그런데 더 두려운 건 아이들이 위험해지는 것이었다. 안타까운 사연들도 있긴 하지만, 엄마인 내가 애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마스크를 쓰게 하는 것과 백신을 맞는 것이었다.
아이 하교시간에 맞춰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1차 접종을 한 후라 접종부위가 아파서 약을 먹은 후였다.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들과 안부를 묻다가 백신 접종을 해서 불편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때 "난 무서워서 안 맞아요." 라며 한 엄마가 고개를 저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서로 별말이 없었다. 백신 접종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뭐라고 할 수 없었다.
한 달 만에 2차 접종을 마쳤다. 1차엔 3일 넘게 팔을 쓰지도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타이레놀을 3번을 먹었다. 열은 없었지만 심한 몸살 기운은 일주일 정도 이어졌다. 그런데 2차 접종은 모든 것이 심하지 않았다.가슴을 쓸어내렸고, 기운 없는 몸이 멀쩡해질 날만 기다리고 있다.접종일이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안심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백신은 자전거 타기나 수영처럼 몸으로 익힌 것이 오랜 시간이 흘러서도 다시 할 수 있는 몸의 기억력이 토대가 된다고 한다. 림프구의 기억력을 이용하면 얼마 동안은 면역력을 가질 수 있는데, 백신 주사도 영원히 완벽한 방어막은 되지 않는다. 몇 개월 후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또다시 백신을 맞아야 할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이럴 땐 마음에도 맞을 수 있는 백신이 있으면 좋겠다. 바이러스가 창궐해졌을 때부터 기다렸다는 듯 나쁜 일들은 줄을 서서 나타났다. 집에 갇힌 가족들은 많은 시간을 같이했지만, 항상 즐겁지는 않았다.
예민함은 신경질로 바뀌고, 걱정은 공포로 바뀌는 걸 겪었다. 백신을 맹신할 수도 없고, 접종 통증과 부작용이 두렵지만, 난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선 필요한 일이라 믿는다. 내 몸에 항체가 생기는 동안 아이들도공동체가 만든 면역력으로 보호할 수 있기를 말이다.
펜데믹이 준 충격만큼이나 내 삶도 뒤흔드는 일이 많아졌다. 큰 슬픔에도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건 다행이었다. 하지만 작은 짜증을 다 받아주며 가족을 돌보는 것에 다 쓸 수 없었다. 내가 행복해지는 것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도 말이다. 아이들에게도 더 이상 행복을 미루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안전이 허용하는 한 조금씩 용기를 내고 밖으로 내보내고 있다. 두렵지만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마스크를 벗고 국경을 여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에게도 곧 위드 코로나(With Corona)가 현실이 될 듯하다. 불안을 내색하지 않고 일상을 보낼 수 있는지 곧 알게 될 것이다.
백신 접종이 끝이 나니 나도 바이러스라는 존재가 실감 났다.아직은 바이러스를 감기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마음의 공포는 지워버리고 싶다. 백신이 몸도 마음도 무장을 시켜주길 바란다. 간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