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좋아하는 사람

꽃에 관한 수다

by 무쌍

나는 길가에 아무렇게나 핀 꽃을 좋아한다. 특히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을 법한 화단 밖의 꽃을 찍는다. 길가의 야생화는 맘 놓고 찍을 수 있으니, 꽃이 지기 전에 맞춰가면 된다. 래서 꽃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꽃집에 진열된 꽃은 판매를 위한 것이니, 아무리 예뻐도 사진을 찍는 건 결례가 된다. 그래서인지 꽃집 앞에선 그다지 서성거리지 않는다.


꽃을 사는 것은 소유의 의미다. 얼핏 보면 꽃을 사는 건 식료품을 사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한 끼 배를 채우듯 시들기 전까지 꽃의 화사함을 얻으니 말이다. 금방 지고 말 꽃을 왜 좋아하는지, 시들면 쓰레기가 된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는 한다. 영원히 살아 있는 존재는 없지만, 화병의 꽃은 삶이 짧기 때문이다.

가의 꽃도 떠날 시간이 되면 가차 없이 떠난다. 야생화들은 어느 날 불쑥 피었다가, 갈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쿨한 성격이 매력적이다. 나도 그 성격을 좀 닮아보려 했지만 그건 진작에 포기했다. 그래서 꽃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조화처럼 매일 볼 수 있다면 내 관심도 꽃을 향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팔꽃, 낮달맞이꽃 @songyiflower인스타그램

나는 꽃은 핀 모습을 그대로 두고 관찰자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쪽이다. 사람이든 곤충이든 찾아가는 누구든 말이다. 대부분 훼손을 하는 쪽은 사람인 듯하다. 때때로 꺾인 꽃을 보면 아프고 안타깝기도 하다. 잡초처럼 취급해서 쉽게 꺾어버리는 손을 지켜보는 것이 힘들다.

꽃은 식물이 번식을 위해 곤충과 새를 불러 모으는 일을 한다.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식물들은 자신의 삶을 알아서 잘 산다. 설령 아무도 보지 못하고 지는 꽃이 있다고 해도 안타깝기보단 다행인지도 모른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꽃을 보듯 가만히 침잠한 시간을 더 추구하는 삶이 익숙한 사람들 말이다.


황화코스모스, 아스타국화 @songyiflower인스타그램

모든 사람이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시 설명하자면 모두가 꽃을 의미 있게 바라보지 않는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들이 꽃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꽃은 탄생의 순간도, 시들어 떨어지는 모습도 모두 꽃이다. 람이 그러하듯 말이다.

꽃 사진을 찍는데 누군가 다 시든 꽃을 보며 한소리를 했다.

" 좀 시들해서 나랑 맞네, 활짝 피어 있으면 내 모습이랑 너무 차이나 보이잖아."

그녀를 보니 무슨 말인지 알 듯도 했다. 그녀는 나보다 나이 들어 보였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녀가 아주 젊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그녀가 나름 신선했다. 다 시든 꽃을 보며 툴툴대는 사람보다는 시든 꽃 사이를 걷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그녀가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꽃을 찍으면서 길 위에 인생들을 만난다. 좋아하는 것을 좇다 보면 자신의 원하는 삶에 가까워지는 기분이 든다. 각자 좋아하는 것이면 뭐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건강을 해치는 건 말아야겠지만 말이다. 내겐 꽃이 그 대상이다.


꽃을 찍고 사진을 SNS에 올리는 건 오랜 내 취미 생활이다. 가상의 세계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줬다. 계절 따라 같은 꽃을 올리며, 나누는 수다는 즐거웠다. 언어는 달랐지만, 꽃으로 마음이 열렸다. 이집트에 사는 친구는 일 년 내내 장미꽃 사진을 올린다. 핀란드에 사는 친구는 벌써 잎이 다 떨어진 나무숲 사진을 올렸다. 제주에 사는 친구는 귤밭 잘 익은 귤과 야생화 사진을 올렸다. 국에 사는 친구는 항상 유명한 정원 사진을 찍는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남은 우물 한 개구리 같은 삶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소로우가 평생 콩코드 숲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도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글을 쓴 것처럼 말이다.

꽃 사진과 올리며 덧붙이던 몇 마디 글이 제부턴가 수다스러워졌다. 그리고 꽃에 관한 이야기 쓰고 싶어졌다. 좋아하는 게 생기면 할 말이 많아지고, 나누고 싶어지는 걸까? 꽃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이면 그 친구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왠지 그 친구들은 내 글을 봐줄 것 같다.

꽃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면 내 수다를 감당 줄 수 있지 않을까 잠깐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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