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보고 싶어 조바심이 났다. 가장 먼저 단풍 물이 드는 은행나무도아직인데 곱게 물든 낙엽을 찾고 싶었다. 그나마 나무 사이로 떨어진 낙엽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요즘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해야 할 일들이 많았고, 여유가 없는 마음 때문인지 발걸음도 터벅터벅 무겁기만 했다. 수업이 끝날 아이들을 기다리며 떨어진 낙엽 구경이나 해볼 참이었다.
느티나무 아래에 주황색과 갈색으로 물든 낙엽을 만났다. 그리고 더 반가운 건 쓸어 모은 낙엽더미였다. 고마운 손으로 쓸어 모은 낙엽을 잠시 남겨두었다. 가을 단풍 구경엔 이런 장면도 놓치기가 아쉽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진으로 담아 두게 된다. 매일 찍던 꽃 사진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만난 낙엽더미는 네모 모양이었다. 쓸어 모은 낙엽이 동그라미도 세모도 된다. 가끔은 볼록 솟은 작은 산 모양을 만나기도 하는데, 어떤 모양이어도 낙엽더미는 반갑기만 하다.
그리고 또 하나, 낙엽이 땅바닥을 꽉 채운 순간을 좋아한다. 낙엽을 치우기 전에 찍어야 하는데 놓칠 때가 많다. 그나마 예쁜 낙엽 찾기가 가장 부담이 없다. 하지만 떨어진 물건을 찾듯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꽃을 보느라 땅 위를 살피는 것이 익숙하지만, 꽃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바람이 순식간에 휙 데리고 가버리거나, 발에 밟혀 망가지기 전에 찾아야 한다. 청단풍나무 아래서 얼마 전 봤던 낙엽들이 보고 싶었는데, 다시 가보니 말끔히 청소가 되어 있었다.
청단풍 잎과 비비추 잎
내 아쉬운 마음을 알았을까? 화단 아래 비비추가 은행잎처럼 노랗게 물들었다. 노란 잎은 점점 짙은 갈색으로 변하고, 겨울이 되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며 투명해진다. 그리고 낡은 종이 조각처럼 부서져 사라질 것이다. 달력을 보니 정말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 나무가 꽃이 되는 시간이 남아 있어 설렌다. 비비추는 시간 맞춰 단풍놀이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