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만큼 거리 음식이 많은 계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길가에서 파는 음식이 정겹게 보이던 시절도 바이러스가 희미하게 만들었나 보다. 집 주변에선 볼 수가 없다. 그나마 호두과자 정도는 계절 없이 파는 듯 하지만, 나는 좀 다른 냄새가 맡고 싶었다. 밤과 고구마를 굽는 냄새, 붕어빵을 굽는 냄새를 따라 사러 가던 때가 있었는데 말이다.
마스크 때문에 후각이 느끼는 감각을 잃어버린 것일까? 마스크를 잠깐 내리는 틈에 매연이나 담배연기가 먼저 콧속으로 쳐들어 온다. 마스크에서 풍기는 공장 냄새는 브랜드마다 다양하게 맡아서 인지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다. 새 옷에서 풍기는 냄새는 참 좋은데, 마스크 냄새는 매번 속이 거북하게 약을 올린다. 그래도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고 나선 그나마 냄새가 덜한 브랜드를 찾았다.
후각을 강제로 차단하면서 다른 감각들이 예민해진 듯하다. 눈은 주변을 살피고 안내 문구를 확인하기 바쁘다. 귀를 쫑긋 세워야 마스크 틈으로 나오는 상대방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접촉이란 단어가 주는 두려움 때문일까? 옷깃만 스치는 것도 두려워진 듯하다. 도시에서 겨울 냄새를 맡는 일은 좀 더 미뤄야 할 모양이다. 겨울이 풍기는 모든 냄새는 이제 마스크 뒤로 숨어버렸다.
구경할 낙엽도 없고, 휑하게 바람이 몸을 흔드니 그리운 냄새들이 떠올랐다. 기름에 튀겨지는 것들이 아닌, 빨갛게 달아 오른 화로에 구워지는 겨울의 노릇하고 고소한 냄새가 그립다. 예전엔 숯이나 마른 장작을 태우는 냄새를 따라 음식점으로 들어가는 일이 즐거웠는데 말이다.
'딱 딱' 소리를 내며 나무 타는 냄새, 바삭하게 구워지는 음식 냄새, 냄새를 풍기며 하얗게 올라오는 연기를 호호 입김으로 날려보고 싶었다. 얼마 전 주말 장터에서 상인들이 켜놓은 전기난로가 반가웠다. 그렇지만 그을린 난로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진 못했다.
마스크에 가려 거리의 냄새를 맡을 수 없으니, 가상공간에 와 있는 듯 바깥은 비현실적이다.그나마 피부로 느껴지는 계절의 온도만 누리고 있는 듯했다. 지난봄 라일락 꽃 향기를 맡는 일도 쉽지 않았고, 낙엽에서 풍기는 가을 냄새도 멀어져 갔다.
부엌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찜솥엔 호빵이 익어간다.당분간 겨울 냄새는 머릿속에서 그리워해야 할 듯하다. 찬바람에 콧속을 솔솔 간지럽히던 겨울 냄새들은 마스크가 대신 맡고 있으니 말이다. 호빵 두 개가 몽실몽실 구름처럼 뽀얀 연기안에서 따뜻한 냄새를 풍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