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노트

걸작이 탄생하는 나이

쇼펜하우어를 읽다

by 무쌍

얼마 전 놀라운 문장을 견했다.

바로 그 유명한 쇼펜 하우어의 말이다. 아무튼 그의 책에서 찾은 이 문장은 나에게 무척이나 솔깃하고 유용했다.

분명 몇 해전에 읽었을 땐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내 나이가 많아지긴 했나 보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도 다른 책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50세 전후에 걸작이 탄생하는 이유'가 유난히 반짝거리며 내 눈에 들어왔다.


나의 조급함을 멀리 하기 위한 주문처럼 들렸다. 그래서 요즘 그 문장을 필사해 두고 매일 들여다본다.


50세 전후에 걸작이 탄생하는 이유

청년기에 얻은 지식은 대부분 불완전하고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 인생의 자연스러운 과정을
알게 되고, 젊었을 때와 달리 인생의 입구 쪽에서 뿐만 아니라 출구 쪽에서도 굽어 봄으로써 그 무상함을 완전히 인식하기 때문에 완전하고도 적당한 표상을 얻게 된다.


인생의 입구와 출구 쪽이란 그의 설명을 이해할 듯도 했다. 시작점과 끝지점 사이 어디쯤에 온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 기준으로 사십 대와 오십 대, 중간 나이의 세대라면 말이다. 나도 어떻게 그 나이가 되었는지 가슴이 철렁할 때도 있지만 무언가를 계속 해오긴 했구나 싶을 때도 있었다. 죽음을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 볼 때가 많아졌다. 마흔은 넘기고도 불혹의 의미를 모르겠던데, 한 해 한 해 삶에 균열이 생기고 상처가 남았다.


그것을 ' 경험'이라고 부를 수 있을 듯싶다.

앞서 문장에 이어서 쇼펜하우어의 책엔 이렇게 쓰여있었다.


청년기에는 구상 능력이 뛰어나므로 얼마 안 되는 지식으로도 많은 것을 만들어 낼 수가 있는 반면 노년기에는 판단력과 철저함이 뛰어나게 된다.
따라서 청년기에 이미 독자적인 인식과 독창적인 견해를 모아 두었다 하더라도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지닌 것들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가 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에 덧붙였다.


대부분의 뛰어난 문필가들이 쉰 살 전후에 걸작을 발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직 내겐 시간이 있다고 믿는다. 여전히 다른 작가들의 책을 읽고, 세상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배운다. 긍정이 지나친 것일 수도 있지만 나만의 방식이라고 랑하게 이다.


오늘도 좋아하는 것들을 먹는 약처럼 잊지 않으려고 했다. 매일 먹는 갑상선 호르몬제처럼 효능은 그 후에 오기 때문이다. 귀찮은 것, 하기 싫은 건 후딱 설거지처럼 해치워 버리지만, 좋아하는 것은 하루에도 여러 번 자주 나누어서 한다. 그것이 독서 든, 산책이 든, 말 못 할 사적인 취미 생활이든 말이다.

그중에서 가장 아끼는 건 글쓰기인 듯싶다. 바로 백지 위에 끄적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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