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방학, 아이들이 가장 열중하는 시간은 바로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다. 방학이지만 주말이 아닌 이상 텔레비전을 켜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시계가 정확하게 그 시간을 가리키면, 텔레비전 전원을 켜고 빠르게 채널을 눌러가며 척척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돌리는 기술은 기가 막힐 지경이다.
지난 방학부터 아이들이 보기 시작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명탐정 코난 시리즈다. 1기부터 시작한 만화는 20기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 1996년 1월 시작된 이야기가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코난의 찐 팬이 된 두 아이는 얼마 전에 새로 극장판 VOD가 나오자마자 유료결제를 해달라는 성화에 온 식구가 자동 관람을 했다. 아이들은 국내에 공개된 영상은 남김없이 본 모양이다.
명탐정 코난의 작가는 이미 엔딩을 작업하고 자신의 개인 금고에 저장해 두었다고 하는데, 아이는 내게 대단한 정보를 알려주듯 귀띔해 주었다. 일본 텔레비전 만화는 어렸을 때도 지상파 방송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해진 방송 시간이 있었다. 24시간 방송채널이 있는 요즘에 비하면, 예전은 너무 구식처럼 느껴진다. 방송 시작도 끝도 애국가가 나오던 시절엔 미래소년 코난이 있었다.
같은 '코난' 이름을 가진 일본 텔레비전 만화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다. 아이도 내가 알고 있는 코난을 어디선가 들은 모양이었다. <미래소년 코난>이 일본에선 78년도에 제작되었다는데, 기억이 확실하진 않지만 십 년도 넘은 80년대 후반에 나는 보았던 것 같다. 푸른 바다 저 멀리...로 시작되었던 주제가가 나오는데 늘 아슬아슬 맨발로 뛰던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너무 오래된 기억은 주제가 몇 소절만 남았다.
그에 비하면 요즘 알게 된 코난은 시즌별 주제가도 그렇고 극장판 스토리도 다채롭다. 명탐정 코난은 아이들이 볼 때마다 오다가다 보다 보니, 가족 모두 명탐정 코난을 같이 본 샘이다. 어린 시절의 코난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아이들과 함께 본 코난은 아이가 된 듯 새로운 재미를 주었다.
추리소설 작가인 아빠, 배우 출신 엄마 사이에 태어난 코난은 검은 조직이 먹인 약으로 아이가 된다. 영원히 아이로 지낼지 결국엔 원래 대로 돌아올지 작가만 알고 있는 수수께끼지만, 매번 다른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극은 엄청나게 중독성이 있었다. 아이들은 만화가 시작하는 초반에 등장인물들 중 범인이 될 만한 사람을 지명하고, 이야기 끝에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을 하길 좋아한다.
아이가 들려주는 코난의 뒷이야기나, 제작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듣는다. 아이들과 함께 코난을 즐겨보는 일은 추억처럼 오래 남을지도 모르겠다.
둘째 아이의 생일 선물을 고르러 간 장난감 가게에서 매일 만화에서만 보던 코난을 만났다. 두 아이는 코난을 보자마자 호들갑을 떨었지만, 더 주책을 떠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소설을 쓰는 남편은 아이들만큼 캐릭터를 사랑한다. 결혼하고 나서 그런 남편의 취향에 놀랐지만, 그의 장난감 소유욕은 아이들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주기도 했다. 게다가 아이들이 자라면서 놀지 않고 방치된 장난감을 수납장 안에 하나하나 세워서 애지중지 관리하고 있으니 우리 집에 들어온 장난감이 버려지는 것 일은 없다.
아이의 생일 선물 장난감과 함께 새로운 친구도 왔다. 이름은 코난, 어린아이가 된 고등학생 남도일은 '코난'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는데, 늘 빨간 나비넥타이에 파란색 재킷과 반바지에 빨간 운동화, 그리고 얼굴을 다 가릴 정도로 큰 안경을 썼다. 만화 속에선 코난의 검지 손가락 가리키는 건 늘 범인이었는데, 장난감 코난은 모니터 앞에서 남편을 가리키고 있다. 남편 덕분에 ^^; 작고 귀여운 장난감 식구는 또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