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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게 나를 묻다
문은 안에서만 열려요
명자나무
by
무쌍
Mar 22. 2023
명자나무를 좋아한다.
나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친구나 아는 사람 중에 같은 이름은 없는지 떠올리게 해서 더 친근하다.
보통은 붉은색꽃이 피지만, 살구색이나 흰색 꽃도 볼 수 있다. 꽃이 지고 나면 살구 만한 열매가 자라는데, 단단히 얽힌 가지들 틈으로 열매의 개수를 세는 일은 놓칠 수 없는 재미다.
동글동글 작은 꽃봉오리를 이리저리 살피고 다녔지만 꽃을 찾지 못했다. 동네에 있는 나무들을 둘러보느라 한참을 걸었지만 어디도 없었다.
2023.03.22(명자나무꽃)
<문>
그녀를 만나러 간다
명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 번도 실망한 적 없다
어쩌면 좋지
늦잠을 자느라 명자가 온다는 걸
깜박 잊어버렸다
시작을 놓치면 안 돼
분장한 배우가 하는 첫 대사를
받아 적어야
하거든
명자의 이야기는 언제나 로맨스
눈부신 붉은 꽃잎의 사랑은
태양도 같이 울
어
주거든
어디로 가야 할까?
태양이 알려준 힌트
목련이 뚝 떨어뜨린 눈물 한 장
명자나무
가 다음 차례야!
공연장 입구마다 모두 같은 표지판이 걸려있다
문은 안에서만 열
려
요
!
실망한 내게 꽃봉오리가 속삭였다
마지막 리허설이 끝났어
내일이야!
산책로엔 꽃다지, 꽃마리, 종지나물, 제비꽃, 별꽃, 봄까치꽃, 뱀딸기꽃, 민들레까지 오늘 만난 야생초들이 제법 되었다.
또 건조주의보 안내 문자가 왔다.
누구도 물을 주지 않지만, 바짝 마른땅 위로 야생화들이 반짝인다. 비가 좀 와주면 좋으련만, 다행히도 새벽에 봄비 예보가 있다.
기다림을 푹 적실만큼 봄비가 와주면 좋겠다. 별일이 없다면 내일 명자나무는 꽃을 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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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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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감정번역가/ 사연은 버리고 감정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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