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아빠의 새 책이 도착했지만 "어 왔어" 한마디를 하더니 눈길 한 번 주고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작년에 첫 책이 나왔을 때만큼은 열의와 성의가 없다. 판권이 팔려서 첫 번역본을 출판사에서 보내주었는데반응은 심심했다.
출판사에서도 아이들처럼 택배만 담담하게 보내온 모양이다. 이미 계약된 책이 나온 거니 예상밖의 일도 아니거니와,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리면 남편 어깨가 들썩 일덴테, 모쪼록 독서 인구가 좀 많아지면 좋겠다. ㅜㅜ
책을 좀 보는 큰 아이는 밀리의 서재에서 정기적으로 아빠의 책을 검색해서 결과를 알려준다. 참 혹독한 멘트와 함께 말이다. 나라면 울컥했겠지만 한결같은 남편은 헤헤 웃기만 한다.
대만 출판사의 스타일은 남달랐다
나는 남편의 작가생활을 보며 대리만족을 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안전하게 작가 체험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출간제의 메일을 받을 때도, 계약서를 검토할 때도 그랬다.
나도 저런 순서로 출간이란 걸 할 수 있는 걸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이미 난 제안 같은 걸 받을 생각은 포기하고 투고를 해본 사람이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보다는 거절 메일을 받은 편이 마음은 편했다. )
브런치에서 종종 부부작가들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보았다. 출간을 하는 부부일상도 신기했지만, 부부가 사는 모습은 비슷해도 출간 한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글색이 다르니 시작도 방식도 출판사도 다른 상대를 만나는 듯했다. 각자의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했다는 부부작가의 이야기는 정말 달콤한 동화책처럼 느껴졌다. 언감생심, 그들의 이야기의 끝은 해피 엔딩이니, 그저 바라만 봐도 부러울 따름이었다.
우종서라는 세로쓰기 방식으로 나온 책은 너무 낯설었다.
아직도 출간 당시 일은 기억이 생생하다.
원고를 다 넘기고 나니 출판사의 편집이 이어졌다. 훌렁 삭제되는 페이지부터 새로운 문장이 삽입되고, 순서가 바뀌기도 했다. 인물의 이름이 변경되기도 했고, 제목도 변경할 뻔했지만 남편의 설득이 받아들여져서 원작제목으로 출간했다.
편집 작업은 정말 원고 쓰기 만큼 더디고 오래 걸렸다. 끝날 때까지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었다. 3번의 편집 수정을 거치는 동안 편집자는 삭제, 수정을 하며 남편의 정성스러운 단어들을 만지고 있었다. 출간한 작가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편집자와 작가의 논쟁은 바로 그 편집작업에 있는 보였다.
1차 수정본을 받은 남편은 작업을 하면서 비슷한 혼잣말은 계속했다.
"왜 지웠지?" "이건 왜 삭제한 거야."
"영 내 글 같지 않아."
수정한 문장들도 남편의 언어가 아니니 어색하고 도드라져 보였나 보다.
소설을 혼자 쓸 때와는 다른 작업이었다. 출판사에서 수정한 문장을 다시 남편은 손을 보고 의견을 달았다. 자신의 문체로 바꿀 방법을 찾는 듯했다. 1권 작업을 할 땐 수정본을 여러 번 교환했는데, 출판사에선 일정과 작업분량이 수시로 조정되었다. 투고가 아닌 출간 제의를 받고 시작한 작업이어서 최대한 작가 입장을 맞춰주나 싶었는데 순진한 생각이었다. 모든 것은 편집을 하는 출판사의 우선이었다. 첫 경험은 누구나 낯설지만, 두 번 세 번, 횟수가 많아지니 남편은 익숙한 듯 출판사와 일을 했다.
끝은 독자들이 즐겁게 많이 읽어주시길 바랄 뿐이다.
남편은 말수도 적고 내성적인 사람이다.
자신이 책이 나와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출간 소식은 정말 간단하게 SNS에 하나 달랑 올리고는 다른 소설을 쓰느라 시간을 보낸다.
한 번은 아이가 내게 달려와서는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아빠 글만 쓰고 있어? 밥은 먹었어?"
밥을 먹는 시간을 빼면 대부분 책상에 앉아 글만 쓴다.
작가는 밥 먹고 글만 쓰는 거라는 걸 남편을 보면서 배운다. 운동선수들이 말하는 날마다 훈련이고 실전이다.
소설을 쓰는 남편도 하루 일과가 글을 쓰기 전인지 후인지만 구분된다. 갑자기 집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닐 때는 글이 써지지 않아서고, 너무 조용해지면 낮잠을 자는 중이다. 작업을 시작하면 한참을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간신히 썼어."
라고 말하며 방을 나오면 긴 하루도 끝이 난다. 나는 그에게 뭘 썼는지 물어보지 않는다. 어차피 다음날 아침이면 남편이 써놓을 글을 읽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는 남편에게 생일선물로 다른 나라언어로 변신한 소설책을 받았다. 글을 쓰는 사람과 살면서 즐길 수 있는 것은 읽고 또 읽고 인데, 이 책은 내게 그림에 떡이다. 생일 선물을 추가로 받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