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甲辰年)은 푸른 용의 해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값진으로 여러모로 값진 한 해가 기대를 하고 있다. 이유는 특별히 없지만 올해보다 내년이 신수가 좋을 거란 신년운세 한 줄 평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자신의 성격이나 심리적인 특징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확증 편향이라고 불리는 바넘효과가 그것이다.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믿음이나 신념에 부합되는 정보에 더 주목하게 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해 버리는 사고방식을 고수한다고 한다. 사실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일은 평소에도 많이 겪는다. 헤어컷을 할 때가 되면 사람들이 어떤 헤어스타일을 하는지 보게 되고, 신발을 사러 가는 길엔 사람들이 신은 신발만 눈에 보인다. 아이의 키가 신경 쓰이면 동네 아이들의 키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내가 신기하기도 했다.
운세보기도 바넘효과의 예시라고 할수있다.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이고 모호한 운세 이야기를 자꾸 들여다보게 만든다고 한다.
혈액형별 성격이라든가, 각종 심리테스트, 운세, 점, 별자리 등이 바로 바넘효과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도그 확증 편향에 의한 자기 신념을 확인하려는 마음이 하는 일이었다.
당구장 표시로 " 재미로 만 보세요."라는 애교 섞인 문구가 달렸지만, 아주 틀린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벽하게 내 이야기도 아닌데 매년 신년 운세가 재미있었다.
내 편을 들어주는 말을 하는 것 같아서 ' 그 한마디'를 들으려고 매년 무료 신년운세를 꼭 읽게 되는 듯싶다. 직장을 다닐 때는 운세가 필요 없었다. 직장 상사의 동태가 한 해동안 가장 큰 요인이 되었으니 말이다.
네잎 위에 리본처럼 두잎이 더 있다.
하루 운세는 작은 초록잎이 결정 지어 줄 때도 있다.
산책을 나섰지만 꽃 사진은 얼마 찍지 못했다. 손이 시리기도 했고, 어딜 가나 낙엽이 쌓인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은행잎이 덮은 화단엔 축 늘어진 클로버들이 금방 녹아내릴 듯 힘이 없었다. 영하의 온도에 잎은 절반은 얼었고 그나마 남은 잎들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듯 보였다.
내 눈에 보이는 건 네 잎 클로버였다. 그런데 바로 옆에 리본을 단 것처럼 네 잎 클로버에 두 잎이 더 난 여섯잎 클로버가 있는 것이다. 누군가 떨어뜨린 것처럼 이미 줄기는 잘려 있었다. 지나는 행인의 발에 잘려간 건지 바닥엔 끊어진 클로버잎이 더 있었다. 잘린 잎들 중에 여섯 잎 클로버가 있었던 것이다. 귀여운 클로버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오늘의 운세가 어떤지 몰라도 클로버를 찾으면 만사형통할듯싶다. 게다가 신기한 클로버를 찾았으니 기념 촬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클로버를 찾아서 기분은 좋았지만 당장 내 대신 귀찮은 설거지를 해주지 않았다.
신년 운세가 좋아도 일 년 내내 좋을 리는 없다. 그런데도 허황된 생각이 아닌 이상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믿다 보면 나를 긍정하게 만들었다.
늘 죽고 싶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내왔다. 그래서 늘 "잘될 거야. 괜찮아." 소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매번 안심시키고 북돋아주는 일도 쉽지 않았다. 매일 죽고 싶다는 사람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평소엔 아주 잘 지내지만, 나를 찾아오면 같은 표정과 같은 말로 힘들다고만 했다. 그런 관계들도 여러 가지 이유들로 정리가 되어 간다. 만나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분주한 메시지도 사라져 갔다. 내 일상은 더 단출해지고 살림도 사람들도 정리되니 불필요한 욕심도 함께 사라졌다. 불혹이란 말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자연에서 보물을 찾는다. 오늘은 작은 클로버 잎을 찾기도 했지만, 겨울 한복판에 남은 초록풀잎들을 볼 기회가 남았으니 감사할 일이었다.
아이가 학교에서 식물 하나를 들고 왔다.
'개운죽' 참 오랜만에 보는 화초였다. 투명 컵에 알록달록 알갱이가 들어있고 생일 팻말 까지 있는 초록이였다.
개운죽이란 이름은 대나무를 닮아서 지어진 이름이지만 사실은 드라세나 속의 관엽 식물이다. 다시봐도 대나무는 아니지만 참 많이 닮은 것 맞는 듯싶다. 행운의 대나무라는 개운죽까지 합세했으니 이만하면 운이 좋은 날이다. 잠시 뒤, 아이의 선생님이 문자가 도착했다.
" 2주에 한번 물을 갈아주세요. 직사광선을 피해서 너무 춥지 않은 곳에 두시면 됩니다."
행운도 키우려면 매뉴얼을 지켜야 하나보다. 아이는 엄마가 잘 돌봐 줄거라 믿는다고 도망가버렸다. 그래서 행운의 대나무는 너무도 쉽게 내 것이 되었다. 나라는 사람은 운이 참 좋은 사람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