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한 함박눈 피자

고구마 먹는 법

by 무쌍

동네 피자집이 문을 닫았다.

마지막에 갔을 때 주인이 영업을 끝낸다는 내색은 하지 않았는데, 재료비가 올라서 피자 금액을 다 올렸다고 했다. 이삼천 원 남짓 오른 피자 메뉴판을 보며 섭섭해졌다.

자주 먹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 별식으로 먹기 좋았기에 가끔씩 포장을 하러 갔었다.


"치즈 값이 봉지당 7천 원이 넘게 올랐어요."

주인의 하소연에 나도 놀랐다. 그리고 가게는 얼마 뒤 간판을 내리더니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운 정육점이 들어왔다. 피자집을 하던 그분은 다른 곳으로 갔는지 그만두셨는지 알 길은 없었다. 도우에 흑미가 섞여서 밀가루 맛이 덜나니 꼭 찰깨빵 맛이었는데 아쉬웠다. 단골 피자 집이 사라졌으니 다시 배달 피자를 먹어야 할 듯싶었다.


방학 중인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거 있어?'라고 물어보면 꼭 피자라고 했다. 따뜻하고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치즈를 마다하기엔 나 역시 거부가 안된다. 아이들은 토핑이 다양한 피자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복잡한 맛이 들어간 유명피자집에서도 우리 가족은 일반 피자를 주문해 먹는다. 이유는 그 치즈 때문이다. 아이들은 치즈가 쭉쭉 늘어나는 것을 좋아할 뿐, 생소한 토핑맛은 좋아하지 않았다.


찰깨빵 맛 피자집이 문을 닫아서 요즘은 집에서 피자 흉내를 낸다. 얇은 토르티야 위에 토마토소스를 올려서 양파, 양배추, 슬라이스 햄이나 고기, 치즈를 올려 노릇하게 구워낸다. 피자와는 다른 맛이지만 아이들은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울릴만한 음식에 치즈를 넣어 먹는 것에 익숙해졌다.


매일 저녁에 먹는 고구마가 유난히 뻑뻑했다.

밤고구마를 사 왔는데, 쪄놓고 보니 정말 밤맛이었다. 고구마는 찜기에서 한참을 익혔지만 수분감은 없고 당도는 탁월했다.


남편이 삶은 고구마를 으깨고 토마토소스를 올리고 치즈를 뿌렸다. 잠시 뒤 뚜껑을 열었더니 녹은 치즈가 눈처럼 하얗게 덮여서 으깬 고구마는 보이지도 않았다. 아이들을 불렀지만 시큰둥이었다. 진짜 피자가 아니라며 먹을 생각이 없었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2인분씩 고구마피자를 짐하게 먹었다.




반가운 함박눈이 내렸다.

아이들은 또 눈이 온다고 말을 하지만 역시 반응은 없었다. 남편은 '눈' 소리만 들어도 눈에서 빛이 난다. 가만 보면 남편이 글을 쓰겠다고 했을 때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던 것은 참 작은 일에 감동받고 섬세한 것에 반응하는 성격에 잘 어울린다 싶었기 때문이다. 우산을 쓰고 내 뒤에 걸어오면서 계속 눈덩이를 만들어 던졌다. 나는 수다를 떨고 싶은데 남편은 눈으로 뭔가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 눈사람 만들래?"


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잠시 뒤 눈을 굴리기 좋은 장소를 만나자 금방 눈덩이를 만들어 냈다. 열심히 굴리던 눈덩이가 툭하고 쪼개지자 눈사람 만들기는 포기했다. 투덜 대던 남편은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보며 말했다.


"이런 광경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남편이 물었지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눈처럼 이란 비유를 잘 쓰면 시각적으로 전달을 쉽게 하면서 문장이 근사해지는데, 내리는 눈을 달리 표현할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새하얀 눈은 그 자체로 완벽한 듯 느껴졌다. 남편은 연재하는 소설의 진도가 안 나간다더니 밖에 나와서도 또 쓰는 이야기로 돌아가버렸다.

함박눈이 눈앞을 하얗게 하고 우산에도 눈이 무겁게 쌓였다.

아무래도 오후 산책은 그만두어야 할 듯싶어 남편에게 말했다.


"저녁에 먹을 고구마가 떨어졌어. 사러 가자."

그랬더니 남편이 대답한다.

"눈 덮인 고구마피자 또 해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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