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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쌍 Apr 08. 2024

갑상선 치료 중에 생긴 불면증

저하증과 항진증을 오가다

꼬박 3일 잠을 자지 못했다

 늦은 퇴근을 한 남편을 기다리다가 침대에 누운 채 12시가 되었다. 남편 돌아와서 잠들었는데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잠깐인 줄 알았는데 새벽 2시, 화장실에 다녀오고 누웠는데 여전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새벽 5시 천장을 보고 누운 지 7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눈을 뜬채 있었다. 옆에 남편이 곤히 자는 모습을 한참 보다가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를 밤새도록 반복했다.


 잠만 재우 갑상선이 왜 나를 불면증으로 이끌었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커피도 마시지 않았고, 특별한 고민도 없었다.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일상이었는데... 나눈치채지 못한 대단한 삶의 실수라도 한 걸까. 이런 것이 불면증 일까? 단단히 각성된 뇌는 나를 재우지 않았다. 아무리 자려고 해도 거실에서 똑깍거리는 벽시계 소리와 웅 하고 한 번씩 울리는 냉장고 소리까지 들렸다. 다른 층에서 나는 소음까지 감상하다가 잠은 더 멀리 떠나버렸다.


 너무 피곤해서 눕고 싶었고, 잠은 언제든지 잘 수 있었는데 이상했다. 갑상선이 아프고 나선 졸음을 쫓는 일을 얼마나 힘들었는데 이렇게 잠이 없는 날이 오기도 하는지 말이다.   다음 날 출근 하는 남편을 보내고 낮잠을 자면 되려나 싶었지만 가슴이 두근거리고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호르몬제 용량을 줄이면서 생기는 증상인가? 가 에너지가 남아도는 기분이었다. 기운 없던 몸이 회복되어 가면서 호르몬제가 필요 없는 날 도 있는 건지도 몰랐다.

복용량을 줄이면서 분명 의사가 설명한 적이 있었다.


호르몬제를 조절하다 보면 저하증과 항진증이 오락가락하기도 합니다.
 보통은 저하증 환자분들이 항진증도 오기도 해요. 다시 저하증으로 돌아가지만 요.


말로는 들었지만 항진증이 온 건지 확신하지 못했다. 피로감과 체중 변화가 두드러질 때가 몸에 이상신호가 온 것이라고 의사는 내게 당부했었기에 다른 증상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나 역시 살면서 한 번도 잠을 이렇게 못 잔 적은 없었으니 갑상선 탓이라도 하기에도 어려웠다. 얼마 전에 병원을 다녀온 후라 또 더 줄어든 호르몬 복용량 때문이지 알 수 없었다. 하루 정도는 그럴 수 있다 넘기기로 했다.


 출을 삼가고 종일 집안에 있었다. 혹시라도 잠이 쏟아지면 곧바로 누울 생각이었다. 낮잠도 오지 않았으니 종일 뭔가를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밤은 찾아왔다.

둘째 날 밤,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았다. 피곤하지도 않고 졸리지도 않았다. 눈이 말똥말똥하고, 커피를 여러 잔 마신 듯 정신이 각성된 기분이었다. 완전히 멀쩡하고 피곤하지도 않고 졸리지도 않았다. 어젯밤과 다를 것이 없었다. 불면증이었다. 이러다가 영영 잠을 못 자면 어떻게 되는 걸까?


잠이 필요 없는 사람처럼 말이다.


결국 십분 남짓 졸았나 싶었지만 시계는 그대로였다. 기운 없는 몸이  완전히 뒤바뀐 것처럼 나는 에너지가 넘쳤다. 낮잠을 자지 않았는데 피곤한 줄 몰랐다. 책을 읽고 방송을 보며 오후 시간을 보냈지만 저녁부터는 정신이 더 선명해지며 온몸이 뜨거워진 듯 화끈거렸다. 밤이 오자 무서웠다. 누워 있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새벽 6시가 되어서야 침대 밖으로 나갔다. 누워 있기보다는  바깥공기가 마시고 싶었다. 가을이 시작된 계절은 새벽 공기가 산뜻하고 청명했다. 이틀이나 밤을 지새웠지만 몸은 에너지가 충분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슬 맺힌 야생화들 사이를 걷다가 청보라색 개미취 꽃밭을 만났다. 몽롱했다. 꽃을 가만히 보다가 깜빡 눈이 감겼는데 이 든 것 같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땐 근처 벤치에 앉아있었다. 주변엔 사람들도 없었고, 중랑천 산책로는 나 혼자 독차지한 듯 만족스러웠다. 야생의 꽃 향기와 물가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가 뒤엉켜 내 몸에 스며들었다. 자연의 공기가 좋았는지 집으로 돌아오자 답답한 실내 때문인지 하품을 연거푸 했다. 낮잠을 자려고 했지만 잠들지 못했다. 저녁이면 쓰러지듯 잠이 올 거라는 기대만 했다. 그렇지만 밤이 되었을 때 나는 두려웠다. 시간이 되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날이 밝으면 병원에 문의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새벽 5시가 좀 넘은 시간 잠이 들었고, 눈을 뜨니 1시간이 지나 있었다. 디어 3일째 되는 날 겨우 잠을 잘 수 있었다.



 체내 갑상선 호르몬의 과다하거나 반대로 부족한 경우 수면 패턴도 영향을 . 갑상선은 몸의 대사조절을 담당하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하면 불면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나는 일시적인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인한  불면증이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갑상선에서 많은 호르몬이 분비되는 상태다. 심박수가 증가하고 신경과민, 불안 증상, 쉽게 흥분하는 등으로 수면 시에도 영향을 주어 불면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다. 특히 과다하게 활성된 몸은 신체 대사 속도가 빨라져서 잠을 잘 이룰 수 없게 한다. 안절부절못하는 느낌을 갖거나, 과다한 땀이 나는 등의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인한 수면 장애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갑상선 기능 저하증도 불면증을 유발한다. 신체 대사 속도가 느려지면서 생길 수 있는 증상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  잠이 쏟아지기만 했지 불면증은 처음이었다. 호르몬 복용 용량을 줄여가는 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피로감과 우울감이 커지면서 불면증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했지만. 에너지가 남아 도는 듯 각성된 상태로 불면 상이 찾아온 것이었다.


 

아프기 전에는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었다. 이제는 갑상선 때문인지 나는 한여름에도 땀을 잘 흘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운 날씨가 내 몸엔 더 힘을 나게 하는 듯다.

잠을 자기 위해서 운동을 했다. 곧바로 밖으로 나가 1시간 이상 걸었다. 평소에는 나지 않던 땀이 나고 머릿속이 시원했다. 기분 좋게 땀을 흘리고 씻고 누웠더니 잠이 왔다. 새벽에 깨서 5시간 정도 잤지만, 나는 행복했다.

 깜깜한 밤 각성된 채 잠을 자지 못한 며칠 전을 떠올리면 너무도 감사한 일이었다.


지난 3일 동안 난 모두가 잠든 세상을
홀로 보초를 선 것 같았다.
다른 세상에 나만 있는 것처럼 외로웠다.

 

 

 한 달 동안 뒤죽박죽 했던 불면증과의 전쟁은 천천히 나아졌다. 매일 걷기 시작해서는 3시간, 4시간, 5시간 잠든 시간이 길어져갔다. 속 졸리기만 하던 내가 완전히 각성된 채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니 어색했다. 운동을 하고 오래 걸을수록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 중간에 깨는 일이 줄었고, 잠이 오지 않을 까봐 두려운 생각도 멀어져갔다. 무엇보다 정신이 바짝 든 상태로 뜬 눈으로 보내는 밤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갑상선 염증 때문에 생긴 저하증은 종종 항진증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리고 저하증으로 돌아가 증상은 호르몬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었다. 의사가 설명한 대로 잠시 항진증상이 온 것이다. 피곤하지도 않은데 쌍꺼풀이 짙어지고 안구가 돌출된 듯 눈이 튀어나 보였다. 불면증으로 고생해서 눈이 퀭해진 것 같았는데, 호르몬이 많아져서 생긴 문제였다. 르몬제는 매일 먹기에 하루치가 소모되면 또 약으로 복용해야 한다. 그러니 이상 증상도 일시었다.

 

 

 의사는 당장 병원진료보다는 운동을 권했다. 호르몬 복용도 유지했다. 가만히 있어도 피곤했던 몸은 이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매충분히 걷고 몸을 피곤하게 했다. 호르몬제가 부족한 갑상선을 위한 쓰임이 되기도 하지만 넘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면의 밤을 찾아오지 않지만 종종 심장이 벌렁거리고, 에너지가 넘치는 날이 온다. 남편이 눈이 나와 보인다고 하면 나는 운동을 더 했다. 무엇보다 잠은 보약이었다.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자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새롭게 리셋된 아침을 맞는다. 점점 아픈 것이 멀어져 가는 것 같았다.


 지금 나는 7시간 수면 시간을 지킨다. 낮잠으로 보충하기도 하지만 하루의 수면 시간은 반드시 7시간 이상 유지하려고 한다. 가끔은 고민이 많아서 새벽까지 잠을 못 자는 날도 있다. 래도 걱정은 안 한다. 다음날 몸을 더 움직여야겠다는 다짐을 하기 때문이다. 필요 없는 걱정을 하고 우울한 파도가 밀려들면 곧바로 밖으로 나가 걷는다.  

건강한 수면 시간을 지키는 건 무엇보다 나를 지키고 중요한 갑상선 치료 방법이다. 평소에 가능하면 몸을 더 움직인다.


몸은 점점 단련되어 갔다. 기운 없고 힘이 빠지지 않는다면 나의 갑상선은 행복한 것니까.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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