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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SMUSS Nov 11. 2017

폴란드 2] 골롱카와 폴란드 보드카를 맛보다.


2. 여행의 첫날 (부제: 먹구름은 이미 우리 머리 위에 자리 잡고 있었고, 만개한 개나리는 없었다)  

  

런던 Stansted 공항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공항이다. 일단, 런던의 대표 국제공항인 Heathrow 공항에 비해 인간들이 없어 덜 붐빌뿐더러, 우리 집이 위치한 런던 북쪽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기에 차로 가는 길에 시내를 통과하지 않아서 거의 막힐 때도 없다. 오자마자 여행을 위한 중고차를 구입한 나로서는 가족을 데리고 가기에 최상이다. 비용 면에서나 시간 면에서 말이다. 사실, 이러한 이유 말고도 내가 Luton과 Stansted 공항을 많이 이용하는 이유는 이 곳들이 Easyjet이나 Ryanair 등과 같은 유럽 저가항공사 들의 출발 & 도착지이기 때문이다. 약간은 성격이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김포공항 (저가항공 또는 국적기들이 국내 지역이나 아시아 지역과 같이 가까운 곳을 이동하는 데에 쓰는 공항)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내 입장에서는 저가 항공이라서가 아니라, 정말이지 교통이 편하고 공항이 복잡하지 않아, 외국을 나갈 때에도 마치 국내선을 타듯이 한 시간이나 한 시간 반 전에만 가도 서두르지 않고, 충분히 여유 있게 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런던의 여러 공항 중에 Stansted와 함께 북쪽에 위치한 Luton 공항 역시 내가 좋아하고 자주 이용한 곳이며,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남쪽에 위치한 또 하나의 공항인 London Gatwick 공항은...정말이지 생각하기도 싫은 짜증 나는 곳이다. Gatwick 공항을 가다 길이 막혀 비행기를 놓친 사람은, 영국에서 그 유명한 피시 앤 칩스 (Fish and Chips)를 먹고 속이 메스꺼워 하루 종일 김치를 그리워하는 한국인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Luton과 Stansted가 멀어보이지만, 우리집은 위 지도의 LONDON이라고 쓰여진 자리이며, 특히 두 공항은 길이 막히지 않아 엄청 빨리 갈 수 있다.


이렇듯, 3개국 도는 데 세 가족 모두 합쳐 30만 원 정도의 싼 비행기표에, 공항마저 Stansted로 결정되었으니, 출발이 얼마나 상쾌하단 말인가!!!    


아침이 다가오자 기저귀, 아이 옷들 (그때, 우리 아이는 딱 20개월이었다)과 어디에 쓰이는지 모를 법한 아이용품으로 가득 찬 캐리어를 나의 애마이자, 한국 와보니 엄청난 연비 조작 스캔들로 인해 유명해진 폭스바겐 골프에 실었다. 공항 도착도 제시간에 했고, 저가항공의 최고봉이지만 어린이를 동반한 승객에게는 마음에도 없는 무한 친절을 베푸는 Ryanair 덕분에 긴 탑승 줄을 생략하고도 좋은 자리에, 그것도 세 자리를 배정받아 앉을 수 있다니, 정말이지 쾌조의 스타트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나의 절친 후배 근호가 말한 노랗게 피어오른 개나리를 폴란드에서 보기만 하면 된다.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이 알겠지만, 많은 항공사가 2세 미만의 유아는 안고 타는 조건으로 무료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특히, 유럽 저가항공들은 우리나라 여행사들처럼, 항공권이나 패키지여행에 있어서, 말도 안 되는 "유아" (소아는 만 2세 이상)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돈을 받지 않는다. 즉, 부모가 같이 가면 2명 어른 자리만 항공권을 끊으면 된다. 사실상, 이런 좋은 제도가 없었다면, 우리 딸은 혹서기니 혹한기 훈련 여행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고, 25개월의 나이에 20 개국을 방문한 "철의 여인"이 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나도 이제 10개국 정도는 다녀왔다" 정도의 여유는 보이는 만 1세의 철의 여인 다후...창가 자리를 특히 좋아한다.


이렇게 비행기는 출발을 하였고, 나는 잠시나마 단잠에 빠졌다.     

내가 눈을 뜬 것은, 짧은 유럽 내의 이동이 마치 서울과 런던을 오가는 장거리 여행과 같은 느낌을 받아서였을 것이다. 원래 Ryanair는 마치 자신들이 싼마이 저가 항공사라는 것을 과시하듯, 착륙을 하는 즉시 엄청난 볼륨의 빵빠레와 함께 정시 도착 (저가항공의 최고봉 Ryanair는 의외로 정시 도착률이 높다. 나 역시 2년 중에 단 한 번만 연착을 경험했다)을 승객들에게 알린다. 그럼 승객들은 마치 공연의 앙코르 무대를 연호하듯 괴성과 환호로 그에 답을 한다. 우리나라 정서와는 뭐 안 맞지만, 일단 재미있기도 하고 그 환호성으로 인해 깊은 잠을 자다가도 확 깨게 돼서 좋은데, 아마도 이게 저가항공의 노림수(빨리 깨서 빨리 나가라. 다음 차수 운행해야 한다...뭐 이런 의도?)가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뭐 대강 이런식으로~~~


여하간, 시계는 이미 착륙 시간을 넘어 있었고, 그냥 하늘을 빙빙 도는 듯한 비행기의 창 밖을 통해, 나는 상황을 단번에 알게 되었다. 그 미친 후배 근호의 “3월 개나리 만개(滿開)설” 과는 사뭇 다르게, 밖에는 내 손톱 만한 우박이 몰아치고 있었고, 지상은 너무나도 하얀 눈꽃 세상이었다. 정말 TV CF에서나 나오는 멘트인 “온 세상이 하애요”라는 말은 여기에 어울릴 듯했고, 나는 자연스레 근호를 향한 쌍욕을 마음속으로나마 시연하였다. 이러니, 비행기가 하늘에서 돌고만 있지...이렇게 시간이 지나, 비행기는 어찌 되었던 땅으로 내려왔고, 정말 안 바빴던 나의 후배 근호는 우리를 위해 친절히 공항으로 마중 나와 있었다. 그는 내가 묻기도 전에 선수를 치며, “아 형, 정말 기상이변이 현실화되는 듯해요. 3월인데 꽃은 커녕 꽃망울도 올라오지 않네요...이게 다 Global Warming 때문인가요?”라는 되도 않는 쓰레기 멘트를 날렸고, 후에 알았지만, 그날은 영하 18도에 돌풍으로 인해 체감온도 영하 25도였던 기록적 한파가 몰아닥친 날이었다. 그래...이게 다 Global Warming과 그 망할 놈이 이산화탄소 증가 때문이라고 생각하자!!!

   

이렇게 우리 가족은 폴란드 바르샤바에 도착하여 후배를 만났고, 동유럽 겨울의 혹한 추위를 제대로 맛 본 크라쿠프 (Krakow) 여행의 서막 역시 올랐다. 크라쿠프를 가기 전에 잠시 들른 바르샤바에서 우리는 구시가지 광장 근처의 호텔을 잡았다. 말이 호텔이지, 사실상 주택과 비슷한 작은 건물 속의 호텔로서, 본인들이 사는 옥탑 층과, 1층에 식당을 끼고 영업하는, 우리로 치면 시골 민박 수준의 4층 호텔이었다. (아이와의 여행에서 숙소 고르는 것은 따로 쓴 글을 참조하시라) 


[ 참조 : https://brunch.co.kr/@mussmuss/16 ]



매번 그랬듯이, 나는 먼저 슈퍼마켓을 물어, 이유식을 만들 야채와 고기 조금, 우유와 계란, 그리고 저녁에 먹을 과일과 맥주를 샀다. 동유럽 여행이 주는 하나의 즐거움은 싼 물가를 들 수 있다. 특히, 영국의 살인적 물가를 경험한 나로서는, 그리고 유럽을 여행하는 배낭여행자들이라면, 폴란드나 체코, 헝가리와 같은 동구권 나라는 특히 먹고사는 데에 있어서는 축복의 땅이나 다름없다. 참고로, 영국은 아무리 짧은 구간이라도, 지하철 편도 요금이 약 7~8,000원 (구간에 따라 5~7파운드)이며, 그 흔한 버거킹 와퍼 세트도 약 12,000원이다. 그나마, 지금 2017년은 환율이 1파운드에 1,400원 대이지만, 불과 4-5년 전만 해도 1파운드가 1,800원 정도이었기에, 그때는 정말 우리 돈 만원으로 점심식사 한 끼 (편의점 삼각김밥과 캔커피 같은 거 하나 사면 끝) 제대로 때우기 힘든 시절이었다. 사실, 한국도 요즘에는 만원으로는 한 끼 식재료를 사기 힘들지만, 동유럽은 아직도 만원의 밥상이 가능하기에 마음이 편하다.   


아이 먹을거리를 사고 난 후, 가져온 짐을 풀고 숙소를 마치 우리 집처럼 꾸몄다. 즉, 방 중앙에 있는 침대를 벽으로 붙여서 아이가 잘 때 떨어지지 않게 하고, 의자나 쿠션을 바닥에 깔고...혹시나 모를 위험한 것들은 모두 찬장에 집어넣었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딸은 어린아이다운 호기심으로 무장되어 있어서, 보이는 것은 뭐든 그 “용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확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근호를 만나, 폴란드 현지식을 체험했다.


참, 우리 가족은 여행을 가면 꼭 하는 것이 그 나라의 Local 식당, 그것도 Tourist들이 많이 가는 장소가 아닌, 현지인들만 가는 식당을 택해 간다. 어떻게 그런 곳을 아냐고? 아주 쉽다. 이번 경우와 같이 작은 호텔의 경우에는 호텔 주인이나 거기서 일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되고, 중급 호텔의 경우, Front desk나 Concierge에 가서 “니 들 보통 어디서 밥 먹어?, 폴란드 전통 음식 먹고 싶어서...”하면 아주 친절하게 알려 준다. 만약, 조그만 호텔의 Concierge엣 잘 모르겠다거나, 귀찮은 듯이 대답을 잘 안 해주면, 그리고 혹시나, 정말 근사한 곳에서 먹고 싶거나 하면 다른 방법도 있다. 나는 이런 경우, 도심에 있는 젤 좋은 호텔 (굳이 이것 때문에 찾아 가는 게 아니라, 보이는 좋은 호텔이라면 된다. 힐튼, 쉐라톤 등의 호텔이나 그 이상의 호텔이면 더 좋다)에 있는 Concierge를 찾는다. 그냥 거기서 약 30분간 모든 관광 정보와 식당 정보…모든 Activity 정보를 주워 담는다. 좋은 호텔일수록 정보의 양과 질은 훨씬 좋아진다. 그 호텔에 투숙을 안 했는데 그게 가능하냐고…? 당연하다. 나는 이렇게 정보를 수없이 물어봤지만, 그리고 내가 그렇게 부유한 집 아들처럼 생기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나에게 “너 이 호텔 투숙객이냐?”라고 물어본 사람은 없었다...


다시 돌아와서, 우리는 근호에 이끌려 Grand Kredens이라는 바르샤바 유명 레스토랑에서, 암퇘지 앞다리로 만든 요리인 Golonka (골롱카)와 폴란드식 육회 Beef Tatar (Befsztyk Tatarski)를 시켰다. 정말이지 맛있는 그 맛!!!  이런 음식에 술이 빠질 수 없기에, 폴란드 맥주인 Zywiec (즈비에취)를 원샷으로 수차례 들이켰고, 나는 술고래 근호의 꼬임에 조금씩 조금씩 빠져, "70도짜리 폴란드 보드카인 Slivovitz (슬리보비체), 즉 자두로 만든 슬라브족의 전통주"까지 40ml짜리 Shot이 아닌 0.7L를 시켜 마치 생맥주 같이 들이키게 되고, 급기야 이곳이 바르샤바인지 서울인지 헷갈려, 어렵게 예약한 호텔을 놔두고 후배 집으로 가서, 다시금 세계 맥주와 유럽 와인을 먹고, 실신하게 된다. 그리고, 그다음 날 내 와이프는 지도도 없이 무작정 바르샤바 시내를 홀로 걸어 다니며, 1살짜리 우리 딸이 아닌 내가 먹을 죽을 사 오게 된다. 어떻게 일식집을 찾았는지, 그게 어딘지는 절대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사경을 헤매던 나는 그날 저녁 퀴리부인 생가와 쇼팽이 나온 학교 등등의 바르샤바 관광을 매우 억지로 했다. 그리고, 마치 닭처럼 어제 일을 잊은 채, 또다시 새벽까지 근호와 폴란드 보드카를 마시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이자,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그곳, 아우슈비츠와 소금광산이 있는 크라쿠프 여행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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