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고 있지만 움트고 있다
스쿼트를 할 때 양발 발가락을 위로 들어 올리고 하면 무릎 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의도치 않게 무릎에 하중을 싣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팔로우 중인 어느 ‘노인스포츠지도사‘의 영상에서 본 팁이다.
그 영상을 본 날 아침, 실제로 해보니 정말 훨씬 편했다. 무릎 걱정에 와이드 스쿼트 밖에 못해서 아쉬웠는데, ’노인’분들에게 맞는 방법을 하나 추가하니 부담 없이 스쿼트가 가능했다. 평소보다 스쿼트를 두 세트 더 하고 나니 기분이 꽤 좋아졌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타인을 향해 ”라떼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태도와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왕년에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태도는, 어쩌면 본질상 하나가 아닐까.
라떼파는 과거의 한 시점에 갇혀 세대와 시대의 변화를 읽지 않으려 한다. 왕년파도 과거 자신의 모습 중 한 순간에 매여 지금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싫어한다. 그런 면에서 어쨌거나 둘 다 ’세월이 가져오는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마음은 똑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듦은 쇠약하여 말라 떨어지는 일방향의 쇠락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 자유롭고 깨끗해지는 쇄락을 동시에 경험하는 과정이라는 것.” - 김지승, ‘쇠락과 쇄락 사이’ <그런 나이는 없습니다> 중에서
* 쇠락 (衰落) 「명사」 쇠약하여 말라서 떨어짐.
* 쇄락 (灑落/洒落) 「명사」 기분이나 몸이 상쾌하고 깨끗함.
꼰대가 되지 않는 일은 어쩌면 나 자신의 쇠락을 먼저 응시하는 일 아닐까. 나는 늘 어느 정도 쇠락하고 있음을. 그 쇠락은 자랑도 수치도 아님을. 덤덤하고도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일 아닐까.
나의 ’쇠락‘이 그저 저물어가는 일이 될지, 상쾌한 ’쇄락‘이 될지는 나에게 달려 있지 않을까. 나의 ’쇠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분 좋게 발가락을 들어 올리는 순간, 나는 오히려 ’쇄락‘하는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겨자풀식탁이야기
#유쾌한 나이듦 언니들에게 물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