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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스트잇 MUST IT May 03. 2018

질기고도 튼튼해요

이토록 호탕한 데님에 관하여






<출처 : Pinterest>


한낮에는 반팔을 입어야 땀을 흘리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여름이 부쩍 다가왔다. 돌이켜보면 내 여름의 한 축엔 늘 청바지가 있었다. 장맛비에 축축하게 젖은 모래사장 위에도, 칠흑같이 검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깊은 산속 무성한 수풀 사이에도, 열대야에 갇힌 어느 밤에도, 여름의 면면히 가득 차있다.


뭔가 묻어도 툭툭 털어내면 그만인데다가 산속 깊이 들어가도 천하무적이다. 눅눅한 공기를 머금다가도 볕에 마르면 또 생생하다. 무더움으로 숨 쉬는 것조차 갑갑한 계절에는 덜어내는 것만이 살길이다. 하나라도 덜 입어야 그나마 맞설 수 있다.



<출처 : made man>




그럴 때 만만한 게 청바지다. 덜어낸 아이템의 빈자리를 한 번에 채우기에는 데님만 한 것이 또 없다. 화려하지도 요란스럽지도 않지만, 백 개의 데님 진이 있다면 백 가지의 표정과 기분이 있으니까.



<출처 : sugar cane>



날실과 씨실이 촘촘하게 교차한 옷감의 표면은 거칠고 투박하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때로 해방감마저 든다. 이유 없는 반항과 아득한 청춘의 표상 제임스 딘이 입었고, 몸에 딱 달라붙는 흰색 티셔츠와 함께 말론 브란도가 입었다.



좌 말론 브란도, 우 제임스딘    <출처 : kinoimage, Hapers Bazaar >




데님의 시작은 미국 서부의 골드러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광 광부들에게 텐트용 천을 팔던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그들의 해진 바지를 보고서 질긴 천막 천으로 광부용 작업복을 만들게 되는데, 때가 덜 타게 하려고 청색으로 염색하면서 ‘블루 진(blue jean)’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출처 : Levi's>




스트라우스와 청바지의 역사를 함께 한 이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제이콥 데이비스다.

재봉사였던 데이비스는 튼튼한 주머니를 원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바지 주머니를 단단하게 고정하는 ‘리벳’을 발명, 1873년 스트라우스와 함께 특허를 취득하게 된다.



<출처 : Levi's>



이러한 특허를 통해 리바이스는 진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특징을 만들어냈다. 1890년 수입한 데님 원단을 보관하던 창고 번호 501에서 따온 청바지가 바로 오늘날까지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리바이스 501'이다.





리바이스 501     <출처 : Levi's>

그 후 청바지는 카우보이와 헐리우드 스타, 세기의 반항아들을 거쳐 오늘까지 왔다. 그래서 오늘날 모든 남자의 옷장에 청바지 한 벌쯤은 다 있다. 그만큼 가깝고 편한 존재다. 입었을 때의 위험 부담은 다소적은 편이지만, 소재 본연이 가진 컬러와 워싱은 미세한 차이를 만든다. 같은 제품이라도 확연히 다르다. 모양새도 모두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잘 만들어진 청바지가 필요한 것이다.




엄선해서 고른, 데일리로 즐겨도 좋을 7개의 청바지 브랜드를 만나보자.





Levi’s (리바이스)





<출처 : triads>




아주 정통적인 미국 데님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단연 리바이스다. 모두가 알다시피 청바지의 상징 같은 존재이니까. A.P.C.의 남자 장 투이투(Jean Touitou)도 이전엔 리바이스를 입었다.





Calvin Klein Jeans (캘빈클라인)




<출처 : Calvin Klein>




“캘빈 클라인과 나 사이엔 아무것도 없어요.” 브룩 쉴즈의 캠페인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른 캘빈 클라인의 청바지는 그 어떤 것보다 뜨겁고 정열적이다. 살아있다. 별다른 장식은 없지만 단순한 요소에 더해진 절제된 멋스러움만으로도 충분하다.





Junya Watanabe (준야 와타나베)



<출처 : VOGUE>




준야 와타나베처럼 협업에 능한 디자이너가 또 있을까. 2018 봄여름 컬렉션은 리바이스, 칼 하트, 노스페이스 총 세 가지 브랜드와 협업하여 진행되었다. 특히 칼 하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을 눈여겨볼만하다. 산뜻한 리바이스의 트러커 재킷과 칼 하트의 캐멀 컬러가 패치워크 된 데님의 조합이란. 올봄이 가기 전 꼭 입고 싶다.



A.P.C (아페쎄)




<출처 : A.P.C>




진짜는 변하지 않는 법. 완곡한 태도로 타협 없이 고집스럽게 만든 옷은 아름답다. 넉넉하고 담담한 청바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버릇처럼 물든다. 자연스럽고 무심하게. Vintage your denim.





Rag&Bone (랙앤본)




<출처 : Rag&bone>



잘 만들어졌다.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사소한 것 하나 소홀하지 않게 기본기가 탄탄하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몸에 잘 맞는 청바지는 매일 입어도 더없이 좋다. 밑 위가 짧고 엉덩이와 다리에 꼭 맞는 호리호리한 핏, 미드 라이즈에 엉덩이는 꼭 맞지만 다리 폭은 넉넉한 핏, 직선으로 툭 떨어지는 스트레이트 핏 총 세 가지가 있다.




Acne Studio BlåKonst (아크네 스튜디오 블라콘스트)



<출처 : Acne>



과정의 자유를 추구하며, 심도 있게 데님을 연구한다. 입는 사람에 따라 온전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조니 요한슨의 아크네 스튜디오는 프로모션용으로 제작된 샘플 청바지 100벌로부터 시작되었다. 현재의 이들을 만든 것은 단연 청바지이고, 이들의 명성을 이어가게 할 것도 청바지일 것이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Roy Roger’s (로이로저스)



<출처 : Roy Roger’s>



이탈리아 태생 데님 브랜드. 그 시작은 미국의 데님으로부터 였으나, 60년간 소신 있게 청바지를 만들며 이탈리아의 멋이 고스란히 녹여냈다. 좋은 원단과 오랜 시간 쌓아온 아카이브, 오랜 시간 이어지는 고유의 디테일까지. 실용적이면서도 멋스럽다.  



기본 아이템이지만 그렇기에 더 소중한 청바지. 찬란한 당신의 여름을 만들어줄 청바지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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