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웡 — 베트남 이민자의 딸이 할리우드를 웃긴 방식
내가 유심히 본 여배우가 있었다.
한국계 배우인 스티브연과 넷플릭스 드라마 비프(BEEF) 에서 호흡을 맞춘 여배우였다.
유튜브에서 쇼츠로 몇번 마주한 코메디언이였다.
임신 7개월 차 여성이 넷플릭스 카메라 앞에 섰다. 몸에 딱 붙는 드레스 위로 불룩 나온 배.
그 배를 감추기는커녕 오히려 앞으로 내밀고 마이크를 잡았다.
"임신하면 사라지는 게 이 바닥의 현실이에요.
임신한 몸으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여성을 본 적 있으면 한 명이라도 대보세요."
그것이 알리 웡(Ali Wong)의 첫 번째 넷플릭스 스페셜 〈베이비 코브라〉의 오프닝이었다.
그 날 이후 그녀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솔직한 여성이 됐다.
알리 웡의 본명은 알렉산드라 웡(Alexandra Wong). 1982년 샌프란시스코 출생이다.
아버지는 중국계 미국인, 어머니는 베트남인이다. 이민자 가정의 2세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베트남계 인구가 집중된 도시 중 하나다.
그런데 알리 웡이 자란 환경은 베트남 커뮤니티의 전형과는 달랐다.
아버지는 의사였고, 가족은 중산층이었으며, 그녀는 UCLA를 졸업했다.
이민자의 딸이었지만 가난의 기억은 없었다.
대신 다른 것이 있었다.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부류.
베트남계도 아니고 중국계도 아니고 미국 백인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
아시아 여성이 미국 주류 문화 안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처럼 취급받는 경험.
그것이 그녀의 코미디 재료가 됐다.
알리 웡의 코미디는 노골적이다.
결혼 제도, 임신, 육아, 섹스, 돈, 아시아 여성을 향한 편견.
다른 코미디언들이 조심스럽게 돌아가는 주제들을 그녀는 정면으로 밀고 들어간다.
베이비 코브라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성공한 남편을 찾으려고 하버드 MBA까지 다녔어요.
그런데 그게 먹히지 않아서 결국 제가 직접 성공하게 됐죠."
웃음이 터지는 것은 그것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청중이 알기 때문이다.
하드 녹 와이프 (2018년, 둘째 임신 중 촬영)에서는 일하는 어머니의 현실을 다뤘다.
아이를 낳아도 경력이 유지되는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에게는 언제나 '가정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압력이 오는 것. 그 이중 기준을 그녀는 웃음으로 해부했다.
전 남편 *저스틴 하쿠타와의 결혼과 이혼도 코미디 소재가 됐다.
"지금 제 남편은 집에 있어요. 제가 산 집에서, 제가 선물한 롤렉스를 차고,
제가 매달 요금을 내는 인터넷으로 유튜브 보고 있겠죠."
이 농담이 웃긴 이유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현실은 많은 워킹맘들의 현실이기도 하다.
*한국인 친일파 백낙승의 종손이다. 백낙승은 일제강점기 말 거액의 국방헌금을 내고 애국기(愛國機)라고 이름 붙인 전투기를 기부할 정도로 엄청난 거부였으며, 적극적 친일행위 전력으로 친일인명사전 경제 부문에 등재되었다. 백낙승의 자손들은 5.16 군사정변 이후 부정축재 대상자에 이름이 오르자 자산을 빼돌린 뒤 일본으로 귀화하였다. 그 중 백낙승의 손자(백남준의 조카)는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켄 하쿠타'라는 미국계 일본인으로 살아갔는데 그의 아들이 앨리의 전 남편 저스틴 하쿠타다
2023년 넷플릭스 드라마 비프(BEEF)는 알리 웡의 다른 면을 보여줬다.
난폭 운전으로 촉발된 두 이민자의 갈등을 다룬 블랙 코미디 드라마.
그녀는 성공한 아시아 여성 사업가 에이미 역을 맡았다.
에이미는 겉으로는 완벽하다. 사업도 잘 되고, 집도 있고, 남편도 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아무도 모르는 분노가 있다.
오래 눌러왔던 것들이 난폭 운전 한 번에 폭발한다.
알리 웡은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드라마는 내가 그동안 무대 위에서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웃음 없이 말할 수 있는 것들, 코미디로 포장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들말이다.
'비프'는 에미상 8관왕을 달성했다. 알리 웡은 아시아계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도 같은 해 받았다.
이 상도 아시아계 최초였다.
내가 이민자로 미국과 베트남을 떠돌며 겪었던 일들과 겹치며 그녀의 무대에 박수를 보내고 있었던거 같다.
아시아 이민자 가정의 딸이 미국에서 성공하는 이야기는 많다.
대부분은 고난 극복, 열심히 공부, 성실하게 일한 결과로 서술된다.
그런데 그녀의 이야기는 다른 이민자의 스토리와는 약간 달랐다.
웃음을 무기로 삼아서.그녀는 그 성공의 이면에 있는 분노, 고단함, 이중적 기준과 편견을 함께 꺼낸다.
베트남인 어머니가 미국에서 살아온 것, 그 딸이 무대 위에서 웃음으로 승화하는 것에는
두 세대의 이야기가 알리 웡 안에 겹쳐 있었다는 사실에 나는 많은 공감을 가질 수 있었다.
어머니는 말하지 않고 살아왔지만 딸은 모든 것을 말한다. 그것도 가장 큰 무대에서.
그것이 알리 웡을 단순한 코미디언 이상으로 만드는 이유다.
알리 웡이 특별한 것은 수상 경력 때문이 아니다. 그녀가 말하는 것들의 내용 때문이다.
그녀는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말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