移徙,

옮길 이(移), 옮길 사(徙)

by 철없는박영감

드디어 이사가 시작됐다. 이사(移徙)는 두 한자 모두 옮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자가 정확하다. 진짜 이사는 옮기고 옮기고 또 옮겨야 한다. 아무리 포장이사라고 하지만 대충 있어야 할 곳에 놓고 가는 수준이라서 디테일한 배치나 사용하기 편하게 정리정돈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 몫이다. 뭐 처음 계약할 때는 손하나 까닥 안 하게 옮겨준다고 하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삿짐센터 인부들이 사다리차로 올라오는 짐을 쉴 새 없이 집안 여기저기로 옮기고 떠나면 본격적으로 ‘나의 이사’가 시작된다. 이미 전날 행거설치로 마음이 완전히 상해있는 상태인데, 결국 옷가지들은 비닐봉지에 쌓인 채로 작은방에 처박혔다. 희한한 건 전날까지 억수로 쏟아붓던 비가 이삿날 새벽부터 그쳤다. 아침에 도착한 이삿짐센터 사장님에게 어제도 이사했냐고 물어봤더니 비 쫄딱 맞으면서 했단다. 그러면서 우리 집은 날짜를 기가 막히게 잡았다고 양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보였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나만의 이사’. 집을 그대로 들어다 딱 옮겨주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앞으로 편하게 살려면 다 내 손을 타서 정리해야 한다. ‘짐을 쌀 때도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니 풀 때도 똑같이 걸리려나’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갑자기 비상이 걸렸다. 동생네가 주말에 집들이를 오겠단다. 우리 조카가 큰아빠네 새 집에 오고 싶단다. 발등에 불이 확 떨어졌다. 목금토 3일밖에 안 남았다. 회사 다닐 때도 잘 안 했던 철야작업을 생각 중이다. 또 희한한 건 조카가 온다는 말에 그동안 서운했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부모님도 손자 온다는 소식에 더 힘을 내신다. 갑자기 행복한 이사가 되었다. 이렇게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힘들고 짜증나고 이런저런 제약으로 지쳐가던 마음이 보람차고 의욕넘치는 활기찬 마음으로 이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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