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력: 분명한 건 지금 여기는 아니라는 것
“완벽하게 갖춰져야 움직이려는 성향!”
이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긴 참 안 좋은 버릇이다. 흔히 직장에서 ‘앉아서 일하려 한다’는 핀잔. 손해 안 보려는 딱 그 마음. 누군가는 열정과 패기가 부족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중후하고 무게감이 생겼다고도 한다. 신입사원들의 좌충우돌 일화를 들으며 추억에 빠지거나, ‘나 때는...’이라며 무용담을 늘어놓게 되는 시발점이다. 점점 업무 스타일은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쉽게 생각하자. 곤란한 것은 피하고 쉬운 것이나 하자. 좋은 게 좋은 거다.’가 되었고, 이렇게 살면 가늘고 길게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라는 인간을 대단히 잘못 알고 있었다. 집돌이고, 움직이는 거 싫어하고, 추억에 빠져 변화를 거부하는 그런 성격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는데 착각이었다. 백번 양보해서, 한번 움직이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움직이면 단숨에 끝까지 쭉 밀고 나가는 성격이라고 쳐도, 움직이기 전까지의 고여있는 시간을 잘 참는 성격이 아니었다. 남들은 할 일 없으면 서핑도 하고, 딴짓도 잘하던데... 일을 찾아 하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면서 점점 동료들 눈 밖에 나고, 진심을 몰라주는 상사들이 야속해지며 순수한 마음에 상처가 하나씩 늘어갔다. 그래도 돈은 벌어야겠고, ‘그나마 익숙한 데서, 익숙한 일을 하는 것이 덜 힘들지’라는 생각에 점점 고여 썩어가기를 자청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45살이 되고, 인생이 90이라고 쳤을 때, 이제 유턴이라는 생각이 들며 정신이 퍼뜩 들었다. 앞으로 살 날과 살아온 날을 저울질해 보면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것 같지 않았다. 더 이상 밝고 아름다운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며 지금을 희생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움직였다. 행동했다. 퇴사를 하고 나니 월급은 사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있으면 좋긴 하지만, 없어도 굶어 죽는 것은 아니었다.
조깅을 시작했다. 꾸준히 아침 조깅을 실천하는 방법은 일단 문밖으로 나서는 것이다. 걷던, 뛰던, 한 바퀴를 돌던, 열 바퀴를 돌던 일단은 출발하는 것이다. 그럼 분명한 것은 다른 어딘가에 도착해 있다는 것이다. 남들이 무슨 쓸데없는 짓이냐고 평가해도, 내 기준에서는 분명히 움직였고, 출발했고, 달라져 있다. 모든 것을 다 잃고 가진 것은 (많이나 있으면 모를까...) 돈 뿐인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머무르고 싶지 않다. 흐르고 싶다. 목적지는 없다. 분명한 것은 일단 출발하면 어딘가에는 도착한다는 것이다. 제자리는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