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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May 28. 2024

아무개

2024년 05월 넷째 주

... 중에 하나


    해는 반드시 뜬다. 그런 날들 중에 하나가 시작됐다. 사실 시작과 끝은 정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눈뜨면 시작이고, 눈 감으면 끝인가? 끝이 까마득할 때는 '... 중에 하나'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에휴 언제 지나가나...' 마냥 지겹기만 하다. 늘 똑같은 풍경과 일상, 바뀌지 않는 처지와 상황. 어느 것 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다. 그러다가 문득... 정말 문득...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 중에 하나'라고 느끼던 것들이, 지겹게만 느껴지던 것들이, 언젠가 못하게 되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이 들면 '나에게로 와 꽃'이 되고,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워줘야 하는 '장미'가 된다. '왜 달리고 싶었을까?'를 생각해 봤다. 아마 예전같이 않음을 느끼고, 언젠가는 달리고 싶어도 못 달리는,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뛸 수 있을 때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세상의 주인공은 '나'이고 하루하루는 그저 흘러가는 의미 없는 날들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그저 '아무개'일 뿐이라고 자각하는 순간, 하루하루는 소중하고 고마운 날들이 되었다. 카페나 식당, 뭔가 접객을 하는 가게에 가면 유독 화를 내면서 응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진상은 고객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손님 한 명 한 명은 단지 '... 중에 하나'였겠지만, 그렇게 흘려보낸 소중한 손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 중에 하나'로 흘려보낸 것들에게 '아무개'가 되어 속죄해 본다.


한 번만 다시 피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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