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실체라고요...
수렴
안녕하세요. '철없는박영감'입니다. 노트북도 고장 나고, 코로나가 재유행한다고 도서관도 안 가고, 집은 찜통인데 에어컨은 낭비 같고, 게다가 절약한다고 OTT도 탈퇴해 놔서 집에만 틀어박혀 있기 심심하니 나가고 싶어도, 햇볕이 무섭고... 아후~ 안 그래도 더운데 짜증지수를 더 높이는 말만 하고 있네요. 죄송합니다. 그래서 지금 더위를 쫓는 방법으로 얼음물에 발 담그고 유튜브 보고 있는데요. (이제 좀 시원하시죠? ^^)
전에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이 알고리즘이 참 요사스럽습니다. 그래서 추천 영상에 비슷한 내용이 계속 뜬다 싶으면, '나 쫌 내버려 둬'라며 시청기록, 검색기록을 삭제하고 알고리즘을 차단합니다. 그런데 너무 많이 보니까 결국 돌고 돌아 어딘가로 수렴하더라고요. 이래서 '사이버 레커'라고 하는 걸까요? 저는 항상 '국뽕' 유튜브로 '끌려'갑니다. 특히 몇 년 전에 제작된 한국 떼창문화에 관한 영상으로요.
해외 아티스트들이 돈 받고 노래 불러 주러 왔다가~ 도리어 관객들에게 이벤트 선물 받고 감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리고 이런 문화가 한국이 거의 유일하고, 떼창임에도 불구하고 노래도 잘하고, 극장에서 '싱어롱' 전용관까지 있다고 '우쭈쭈'해주면, 실제상황에서는 수줍어서 하지도 못할 거면서 괜히 한국인인 게 자랑스럽고, 가슴이 벅차오르고, 같이 참여하고 싶고, 막~! 그런 기분이 듭니다.
음... 그런데, (항상 얘기는 '그런데'부터 시작이죠? ^^) 끊어내도 끊어내도 거머리처럼 들러붙는 이 알고리즘이 저를 여기까지 데려가네요. '88 서울 올림픽 개막식' 갑자기 추억이 돋아서 (개인적으로 추억을 새싹으로 은유한 '추억 돋는다'라는 표현이 참 좋다고 생각하는데... 듣다 보면 좀 불량스럽게 느껴져요. ^^;;;) 푹 빠져서 봤습니다. 특히 각국 선수들이 입장하는 장면에서, 예전 같으면 지루하다고 그냥 넘겼을 장면을,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에서 축제를 펼친다는 '국뽕'에... 아~ 취하게 만들더라고요.
꿈에 나올까 무섭다.
멋있게 선녀와 천사로 분장한 무용수들 사이로 거대한 북을 울리며 대취타가 울려 퍼지는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개막식 영상을 보고 있으니, '마스게임'이라고 하죠? 그걸 하더라고요. 젊은이들은 알까요? TV에서나 봤겠죠? 거대한 운동장에 개미보다 작게 보이는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글자를 만들고, 문양을 만들고, 오색 풍선과 비둘기를 띄우고... 그렇게 돋아나던 추억이... 제 머릿속에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가을이면 운동장에 만국기를 달아 놓고, 한쪽에서는 100m 달리기를 알리는 '땅'하는 화약총 소리가 들리고, 스탠드에서는 청군, 백군 이겨라를 목이 터져라 외치며 응원하고... 그리고 운동장 가운데에서는 학년별로 줄을 지어 열심히 연습한... 바로 이 '마스게임'을 했었죠. 그때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는 마을 잔치였습니다. 그래서 내빈 여러분께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었죠. 하지만...
어린 초등학생들이 그렇게 일사불란하게 '마스게임'을 하려면 정말 군인들 못지않은 제식 훈련이 필요했습니다. 여름 그 뜨거운 뙤약볕아래에서 하얀색 긴팔 체육복을 입고, 흰 장갑을 끼고, 얼굴이 새까맣게 탈정도로 구슬땀을 흘려가며 연습을 했더랬죠. 간혹 체력이 약한 친구가 쓰러져서 그늘에서 쉬고 있으면 (요즘은 뉴스감이죠?), 그게 부러워서 요령을 좀 피워볼까 하는 기류가 술렁술렁 일었더랬죠.
그러면 남자 선생님들이 정신을 강화한다며 군기를 잡는답시고 운동장에 순식간에 공포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일벌백계'라고 하죠? 틀리고 요령 피우는 한 명을 본보기로 불러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정말 개 패듯이 맞았습니다. 태권도 시범이라도 보이려고 했을까요? 발로 목을 내리찍고, 우악스러운 손으로 뺨을 후려갈기고... 그때는 자연스러운 광경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말세라며 옛날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라떼'의 모습이죠.
그러다가 결국,
정말 그때는 왜 그랬을까요? 요즘 같으면 민원, 소송감입니다. 유튜브를 보다 보니까 '참 교육'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던데... 이게 '참 교육'의 실체입니다. '엎드려뻗쳐, 빳다 몇 대 맞을래? 손목시계 풀고 너그 아부지 모하시노?' 정말 많이 당했었는데... 추억이 돋다 보니, 악몽이 꽃피우다가, 트라우마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이때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영상까지 왔습니다. '혐오 선동 영상'이라고 제가 말을 만들어 봅니다. 특히 중국에 대한 혐오 영상이 엄청나더군요. 이게 정말 넋 놓고 보고 있으면 세뇌가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젠더갈등에 관한 영상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전두엽(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그냥 제 느낌입니다) 이 아파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독인 걸까요? 술 취한 느낌도 들고... 이거 계속 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확 들더군요.
이런 영상들 썸네일을 보면 대부분이 '참 교육', '참 교육 시전' 뭐 이런 제목을 달고 있었습니다. 내용도 어김없이 혐오 조장 발언을 서슴지 않더군요. 제대로 된 토론도 대화도 없이 자기만의 '뇌피셜'을 떠들어 재끼는... 눈 감고, 귀 닫고, 입만 열어 놓은... 아~ 이게 저도 혐오 조장 발언을 하는 거 같네요. 전두엽을 조금 더 쉬게 해 줘야겠습니다.
급하게 여기서 이만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