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흐흐 생물을 전공하다 보니, 이런 공상을... (4)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다. 서늘한 공기와 함께 단풍이 물드는 풍경은 많은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이 계절에는 차분하고 사색적인 분위기의 남자들이 많아진다. 트렌치코트 깃을 세우고, 빨갛고 노랗게 쌓인 낙엽 길 위를 바스락 소리를 내며 걷는 것은 남자의 로망 중 하나다. '독서의 계절'이라는 수식어가 함께 더해지면, 공원 벤치나 카페테라스에서 시집을 꺼내는 가을 남자를, 물론 많이 과거의 얘기지만,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대표적으로 읊는 시가, 역시나 너무 고전적이기는 하지만, '시몬 너는 좋으냐?' 혹은 '아느냐?'로 알려진 레미 드 구르몽 作 「낙엽」이라는 시였다. 어릴 적 코미디에서 '박세민'이라는 개그맨이 느끼하게 여자 꼬시는 멘트로 자주 날렸던 시구다.
사실 가을이 되면 남자 여자를 불문하고 누구나 멋진 풍경 속에서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건대... 왜 유독 '남자의 계절'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예전 신문이나 책 아니면 잡지에서는 여자들이 봄 되면 싱숭생숭 해지듯이, 왜 유독 가을이 되면 남자들이 센티하고, 멜랑콜리해지는지 많이 다뤘었다. 가장 보편적, 일반적 정설로 받아들여지던 내용이 '가을이 되면 기온이 서늘해지고, 낮이 짧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사색과 내면의 성찰을 자극하게 되고, 이로 인해 남성들이 가을을 타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라는 일조량 변화에 대한 내용이었다. 여기에 문학적 감성을 한 스푼 더하면 '차분하고 고독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과거의 추억이나 감정을 떠올리게 되고, 가을의 아름다운 풍경이 감성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켜 남성들이 가을을 특별하게 느끼게 만든다.'와 비스름한 내용을 덧붙였다. 그런데 유심히 보면 사실 '왜 유독 남자야?'는 없었다.
시몬 너는 누구냐?
그러다가 어디선가 읽은 내용인데, 너무 오래전이라 출처는 분명하지 않지만, 조금 다른 시선이었다. '선사시대, 그러니까 동굴에서 수렵 채집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혹독한 겨울이 오기 전 군식구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공동체에서 쓸모없어진 구성원을 내쫓거나 제물로 바쳤는데, 여자들은 아이를 키워야 하고 늙었어도 생활의 지혜를 가진 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제외가 될 수 있었지만, 남자들은 늙거나, 사냥 중 부상으로 힘을 잃으면 1순위로 내쳐지거나 제물로 바쳐져야 했다. 그래서 겨울이 다가오는 가을 즈음에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남자들이 감성적이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때의 유전자 계속 전해져서...' 그랬대나 어쨌대나.
어쩌면 레미 드 구르몽의 '낙엽'에 등장하는 저 '시몬'은 이번 겨울에는 선택받아 살아남은 남자 무리를 말하는 것은 아닌지... 이 시는 그런 남자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 문구가 전해 내려온 시는 아닌지... 하하하...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지난번 모계사회에 대한 공상과 섞여... 일부다처제의 역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길고, 우리가 알고 있는 이유가 아니라, 어쩌면 역사로 남지 않은 오랜 기간 동안 남자가 잘나서가 아니라 마치 종마 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자연에서도 보면, 무리의 우두머리 수컷하나에 암컷이 여럿 딸려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비실이들부터 무리에서 내쳐져서 그런 것은 아닐까... 그게 우수한 유전자만 후세에 전하고 싶은 본능이지 않을까... 어쩌면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유토피아일 수도 있을까요?)에는, 아니면 다른 평행우주에는 아마조네스 전설처럼 다른 의미의 일부다처제가 실행되고 있지 않을까...라는 공상을 해본다.
물론 개똥 같은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