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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Oct 24. 2024

모계사회

흐흐흐 생물을 전공하다 보니, 이런 공상을... (3)

DNA가 유전자인 것은 아니다.


    DNA는 '데옥시리보 핵산(Deoxyribo Nucleic Acid)'의 영문 약자로, 자연에 존재하는 핵산 중에서 생물의 유전 정보를 저장하는 고분자 물질이다. 결합된 염기(base)에 의해 크게 퓨린(purine)과 피리미딘(pyrimidine) 계열로 나뉘며, 각각은 다시 다음과 같이 나뉜다. (1) 퓨린: 아데닌(adenine, A), 구아닌(guanine, G). (2) 피리미딘: 사이토신(cytosine, C), 티민(thymine; T)      

[네이버 지식백과] DNA [deoxyribonucleic acid] (화학백과)


    이제는 많이 알려져서, 유치원생도 다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DNA... 흔히 DNA를 유전자(Gene)라고 많이 알고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DNA는 유전자의 구성물질이다. DNA는 염기의 종류에 따라 ATGC로 나뉘고, 이 네 종류의 DNA의 나열로 유전정보가 코딩이 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우리 세포는 이 코딩에 따라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유전자는 단백질의 레시피이고, 이 레시피에 기록된 글자가 DNA라고 할 수 있다.


    즉 유전자는 DNA라는 글자로 쓰인 단백질 레시피다. 이 레시피는 '이중 나선구조'라는 긴 실 형태의 문장구조로 쓰여있는데, 이 실모양의 문장들을 실타래처럼 뭉쳐서 책으로 엮어낸 것이 염색체(Chromosome)이다. 그리고 이 책을 모아 전집으로 엮어낸 것이 게놈(Genome)이다.


    2000年代... '인간 게놈(Genome) 프로젝트'라면서 염색체 염기서열을 전부 작성한 적이 있었다. 교수님들과 대학원생 형들은 '게놈'하면 뭔가 어감이 안 좋다며, 영어발음으로 '지놈'이라고 했었던... 뭐 지금 보면 이놈이나 저놈이나 매 한 가지인 것을 꼭 그렇게 전공자라는 차별화를 뒀었다. 염색체라는 이름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세포를 관찰하기 위해 사용한 특정 염료에 잘 염색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일 뿐이다.


    사람은, 아니지 모든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의 염색체는, pairing 되어 있다. 엄마한테서 하나, 아빠한테서 하나, 이렇게 하나씩 물려받아 쌍을 이루고 있다. 사람의 염색체는 23쌍이고, 22쌍의 상염색체와 1쌍의 성염색체로 이뤄져 있다. 흔히 성별을 표시하는 XY, XX는 바로 1쌍의 성염색체를 말한다. 엄마, 아빠의 염색체 모음, 즉 게놈의 이름이 바로 난자와 정자다.


우리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우리는 예외 없이 난자와 정자의 pairing으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보면 간단한데, 염색체는 모두 쌍으로 이뤄졌으니 생식세포 23개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염색체는 각각 2개가 있고, 그 경우의 수는 2의 23 제곱, 즉 8,388,608의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게다가 염색체는 지들끼리 부대끼며 변이를 일으키고, 염색체뿐만 아니라 유전자 단위에서도 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그 숫자는... 아휴... 생식세포의 가짓수는 천문학적인 숫자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기적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이 기적적인 확률을 뚫고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을 하고, 수정체가 세포분열을 시작하면 우리가 만들어진다. 다시 말하면, 유전자, 즉 레시피를 모아놓았다고 끝이 아니라는 말이다. 엄마의 레시피, 아빠의 레시피 중에서 더 좋은 것을 찾아서 우리 세포가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 내기 시작해야 진짜 시작이다.


 우리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나?


    일부 편협한 시각으로 가부장적 사회가 형성된 이유로 이 Y염색체를 거론한다. X염색체는 엄마에게서 왔는지, 아빠에게서 왔는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남성들에게로만 유전되는 이 Y염색체야 말로 가문과 집안 내력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인자라고 주장한다. 힛, 뭐 반려견 순종, 잡종 따지는 것도 아니도... 일부 편협한 시각이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엄마, 아빠의 단백질 레시피를 모아놨다고 해서 우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부터 오늘의 공상 시작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라. 레시피가 있다고 요리가 하늘에 뚝 떨어질 리도 없거니와, 같은 레피시라도 요리사가 누구인지, 재료는 어떤 것을 썼는지에 따라 요리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수정체가 단백질을 만들며 성장하여 세포분열을 시작해야 진짜 시작이라고 앞서 말했다. 그럼 단백질을 만들려면 재료가 필요한데, 그 재료는 어디서 오는가? 태아 때는 엄마의 탯줄로부터, 아기가 되면 엄마의 모유로부터... 여기까지만 봐도 부계보다는 모계사회가 더 맞지 않은가?


    게다가 좀 크면 우리는 에너지원을 먹는 것으로부터 얻는다. 뭐 음식을 엄마가 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고... 먹은 음식을 체내로 흡수하려면 소화를 해야 하는데, 이 소화의 중요한 역할을 장내 미생물이 맡고 있다. 그럼 이 미생물은 어디서 왔느냐? 이쯤 되면 아빠의 레시피가 아무리 좋아도 재료가 없어서 못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없으면 어떡해...? 좀 맛없어도, 엄마 레시피라도 써서 만들어야지...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X염색체의 지배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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