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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를 걷고, 테이블을 창가로...

봄맞이 (3)

by 철없는박영감
걷다


이번 겨울은 생각보다 따뜻해서 크게 추운 줄 모르고 '잘 지나가는가 보다'하고 안심하고 있었는데요. 아~ 역시 겨울은 혹독한 계절이 맞습니다. 막판에 기습 한파가 찾아와 사람을 좀 놀라게 했죠. 제가 사는 집은 지은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구축아파트인데요. 원래 부모님과 집을 합쳐서 같이 살려고 하다가 일이 틀어져서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세 들어 살고 있습니다.


집을 고를 때, 전에 살던 집에서 이사할 날은 결정이 됐는데, 삼살방위, 대장군방위라며 꼼짝도 할 수 없다고 버티는 아버지 때문에 급하게 저만 따로 살 집을 알아봐야 했죠. 그리고 지금 사는 집으로 최종결정했는데요. 집주인은 구축아파트에 확장공사를 해놨습니다. 문제는 단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지 겨울이 되면 웃풍, 봄이 되면 미세먼지, 여름이 되면 무더위, 그나마 가을이 제일 지내기 좋은데... 어쨌든 기온에 굉장히 민감한 집이라는 점은 틀림없습니다. 베란다 있는 집이 좋은 거 같아요.


그래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 어느새 동장군이 물러가서, 황사와 미세먼지로 좀 뿌옇긴 하지만, 그래도 날이 풀리면서 밖으로 나가 많이 걷습니다. 중량천변을 따라 걷기도 하고, 의정부 제일시장까지 걸어가서 시장 구경도 하고, 뒷산 약수터에도 한 번씩 갑니다. 봄이 되면서 이렇게 걸음을 걷기도 하지만, 얼떨결에 봄맞이 대청소를 하고 나서는 집을 꽁꽁 싸맸던 블라인드를 확 걷었습니다. 그동안은 어떻게든 단열을 잘해서 덜 춥게 지낼까를 궁리하며 여기저기 틈새를 찾아 메꾸기 바빴다면, 이제는 메꿨던 부분을 전부 걷어내고 집안으로 봄기운을 들이려고 궁리 중입니다.


우선 블라인드를 걷고, 포근한 봄기운을 담은 따뜻한 햇살을 거실에 가득 담습니다. 그리고 발이 시려서 되도록 창가에서 멀찍이 떨어트려놨던 테이블을 바짝 붙여 세팅해 봅니다. 어둑하던 기운이 걷어지니, 음... 인테리어가 나름 괜찮습니다. 이제 구입한 지 5년이 넘어가는 가구들인데, 원목이라서 그런지 역시 봄기운과 잘 어울립니다. 이젠 집안에 울리는 배경음악도 피아노 곡보다는 영화음악이나 현악기로 이뤄진 음악을 고릅니다. 요즘은 '중경삼림' OST가 마음에 드네요. 빨리 미세먼지까지 걷어내고 싶지만, 역시 또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봄맞이로 집안 곳곳을 다 바꾸고 나면 이제 옷장을 정리해야겠습니다. 그래서 화사한 옷 입고 더 밖으로 쏘다닐 겁니다.


그 사이 미세먼지가 싹 물러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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