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의 서사 (5)
그림자와 손끝
"아무리 현명한 현자라도 자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 문장은 부모의 사랑이 가진 본질적인 한계를 드러낸다. 사랑으로 모든 것을 품으려 하지만, 모든 것을 그럴 수 없다. 부모는, 자식이 저지른 악행 앞에서, 때로는 침묵하고, 때로는 움직인다. 그리고 이 모든 태도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모의 책임' 아래 묶어두려 한다. 하지만 자식이 마음대로 되지 않듯이, 세상일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으며 '惡의 서사'가 시작된다.
침묵을 선택한 부모는, 그들이 감춘 것은 진실이지만, 감추려 한 것은 자식의 인생이다. 타인의 판단보다 자식의 미래를 더 염려했던 것이다. 그 마음은 때로 죄의 동반자가 되고, 때로는 그 자체로 윤리적 갈등의 시작이 된다. 그러나 악은 침묵만으로는 사라지지 않는다.
또 다른 부모의 선택은 어딘가를 가리키는 것이다. 죄의 방향을 돌리기 위해, 타인의 기억을 흐리기 위해, 혹은 자식이 저지른 악을 오히려 선처럼 재단하기 위해... 그 손끝이 향하는 곳에는, 정당화된 왜곡이 있고, 조작된 연민이 있다. 부모는 그렇게 행동한다. 지켜내기 위해, 혹은 자신이 망가진 채라도 누군가의 시선을 바꾸기 위해...
처음엔 자식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어느새 그들은 스스로 서사의 연출자가 된다. 법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보호, 윤리보다 앞서는 감정.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악은 더 촘촘하게 설계된다. 그림자는 침묵에서 태어났고, 손끝은 의도를 가진 채 움직인다. 어떤 그림자는 죄책감이고, 어떤 손끝은 위선이다. 그러나 모두가 부모였고, 그 서사 속에서 누군가의 죄와 누군가의 사랑은 점점 구분되지 않게 된다.
'惡의 서사'는 그렇게 시작되고, 끝날 줄을 모른다.
책임은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자식의 악은 그들의 손에서 관리되고, 감싸지고, 결국 확장된다. 그 손은 처음엔 따뜻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냉혹해진다. 진실을 외면하는 손, 책임을 미루는 손, 모든 것을 제어하려는 손. 그 손이 가리킨 방향은 언제부턴가 도덕이 아닌 감정이 되고, 사랑이 아닌 자기 정당화가 된다.
그러나 그들을 쉽게 비난할 수 있을까. 침묵한 이들은 결국 죄책감으로 무너질 것이고, 행동한 이들은 사랑을 내세운 채 악을 몰랐다고 항변할 것이다. 그들은 모두, 악의 서사 한가운데에 있었다. 자식의 이야기였던 악은 어느새 부모의 윤리로 옮겨와, 새로운 책임을 요구하게 된다. 이 서사는 질문을 던진다. '침묵은 죄인가, 혹은 사랑의 또 다른 형태인가?', '행동은 정의인가, 아니면 악의 확장인가?' 즉, 부모의 책임은 어디까지 이어지는가...? 그리고 그 모든 질문 끝에 남는 건,
‘그 손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물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