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의 방식 (4)
난방의 역할
우리나라에는 흔치 않지만, 해외에는 벽난로를 사용하는 집이 많습니다.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게르’ 같은 주거 형태에서는 중앙에 화구를 두어 난방하는 방식도 있죠. 이때 난로 혹은 화구는 단순한 난방기구를 넘어섭니다. 불을 중심에 두는 문화는 공간의 중심을 만들고, 사람을 모으고, 이야기를 피워내는 역할을 합니다.
가까운 일본에는 ‘코타츠’라는, 테이블에 전열기구를 달고 이불을 덮어 난방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한국의 온돌처럼, 그들만의 아이덴티티가 살아 있는 난방기구죠. 실질적인 난방뿐 아니라 온 가족이 모여 앉아 귤을 까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 그 감성적인 풍경까지 함께 소비됩니다. 중국도 숯으로 방 안에 난로를 넣어 삽니다. 불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 따뜻함을 삶의 중심으로 삼습니다.
손난로
군대 시절, 충청도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추워서 핫팩을 달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따뜻하지 않았고, 일회용이라는 점에서 환경에 죄를 짓는 듯한 느낌도 들었죠. 그래서 라이터 기름을 충전해서 쓰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손난로를 썼었는데... 우와, 이게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손만 따뜻해도, 누군가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외로움? 하여튼, 마음 한구석의 빈 구멍을 잘 메꿔주었죠. 요즘은 USB 충전식 손난로도 나오는 것 같던데... 참,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크게 변한 게 없는데, 격세지감이란 감정을 느낄 나이가 되었네요. 손난로처럼, 은근히 나이 들었나 봅니다.
온정
슬슬 구세군 종소리가 들려올 시기가 됐습니다. 거리의 종소리는 단순한 기부의 신호가 아니라, 겨울이 왔다는 감각의 알림이기도합니다. 누군가의 손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그게 바로 난방의 방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불을 피우는 기술보다, 불을 나누는 마음이 더 따뜻할 때가 있지요. 혹한의 계절이 와도 어느 한 구석에서 느껴지는 미열이, 뭐 별로 좋아하진 않는 표현이지만, '희망'이 되어 또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하니까요.
오늘은 기온이 낮더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데워주는 난로 같은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