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의 방식 (7)
얼마나 따뜻해야 하는가?
피부 가려움 때문에 찬물 목욕만 하는 사람인데요. 요즘은 기온이 계속 낮아지다 보니, 본의 아니게 매일이 ‘아이스버킷 챌린지’ 같은 기분입니다. 이러다가 감기몸살이라도 걸리면 약도 못 먹고, 혼자서 끙끙 앓게 될 것 같아서 비눗물을 헹굴 때만 온수로 꼼꼼히 씻어냅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냉수로 더운물을 씻어내는 방식으로 타협 중입니다.
냉수와 온수를 수도꼭지로 조절하다가, 문득 이런 저를 발견했어요.
'어? 냉수는 오른쪽 끝까지 돌리는데, 온수는 왼쪽은커녕 중간도 못 가서 멈추네...'
목욕을 하려고 온수를 틀면, 물이 너무 뜨거워서 찬물을 타게 됩니다. 처음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죠. 온수 설정이 70도였거든요. 그런데 난방비 절약을 고민하다가 유튜브에서 온수 적정온도가 45도라는 말을 듣고 설정을 바꿔봤습니다. 어! 그랬더니 정말 딱 맞더라고요. 왼쪽 끝까지 돌려도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딱 그 ‘뜨뜻미지근’한 온도. 온수계의 정반합을 이뤘다고 할까요? 크크크
생각해 보면, 그동안 나는 25도의 과잉 난방을 해온 셈입니다. 너무 뜨겁게 데워놓고, 그걸 식히기 위해 찬물을 타고, 결국엔 적정 온도를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고 있었던 거죠.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도 한소끔 끓인 뒤 식히라는 말이 있잖아요. 요리는 찬물을 타면 간이 싱거워지니 식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엔 요리도, 적정 온도를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시간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실생활에서는 이런 ‘끓어 넘침’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난방이라는 건, 단순히 데우는 기술이 아니라 적정함을 찾아가는 기술 아닐까요? 너무 뜨거우면 지치고, 너무 차가우면 움츠러들고... 그 사이의 온도, 그 ‘뜨뜻미지근’한 지점이 우리가 머물러야 할 곳인지도 모릅니다.
'뜨뜻미지근'
어중간한 온도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가장 인간적인 온도입니다. 긴장을 풀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 온도. 몸과 마음이 균형을 찾는 지점.
오늘은 기온이 낮더라도, 너무 뜨겁게 데우지 말고, 너무 차갑게 식히지도 말고, 그 사이의 온도에 조금 더 빨리 도달하는 효율적인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