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아직도 나를 묻고 있구나 (4)
To. 내가 내가 아니길 바라던 나
회사를 계속 다녔더라면...
술을 안 마셨더라면...
담배를 피우지 않았더라면...
운동을 좀 했더라면...
결혼을 했더라면...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이 전공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지방을 가게 되더라도 점수 맞춰 의대를 선택했더라면...
조금 더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시험 성적에 목매지 않았더라면...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은 달라졌을까? 상황은 달라졌겠지.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였을 거야. 그렇게 바라마지 않던 이데아적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 여전히 지금 여기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을 거야. 그래 후회는 내가 나였다는 증거이고, 안 가본 길이 아름답다는 말은 결국, 내가 걸어온 길을 더 깊이 사랑하라는 뜻인지도 몰라.
우리 솔직해질까? 선택을 남 탓으로 돌리지 말자. 특히 선택의 결과를 놓고 변명하지 말자. 너는 이익이 전혀 없는 선택을 쉽사리 하지 못하는 사람이잖아?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본능적으로 머릿속에 계산부터 먼저 돌아가는 사람이잖아. 우리의 뇌라는 게 본래 그렇다?
인간은 계산하고, 나도 예외는 없어. 완전한 희생은 드물어. 특히 나에게는... 그런데 앞으로 이것만은 꼭 해줬으면 하는 게 있어. '계산의 항목을 넓혀라.' 타인의 웃음, 관계의 신뢰, 그리고 나의 자존감. 그 순간의 나는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고, 그 결과는 나의 몫이었다. 후회는 그 몫을 인정하는 또 다른 방식일 뿐이다. 계산이 넓어질수록 선택은 성숙해진다. 책임은 내 이름으로, 사랑은 더 넓게.
From. 나를 받아들이게 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