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을 품은 자아

Part 1. 내가 나를 보는 방식 (자기 인식) (6)

by 철없는박영감
나는 언제나 모순 속에 있다.

과거를 붙잡으려 하면서도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현재를 말하면서도 그 순간을 놓친다. 기억 속의 나와 현재의 나를 동시에 인정하면서도, 그 둘을 서로 다른 존재로 의심한다. 나는 늘 이런 모순을 없애려 애썼다. 없애는 것이 당연하고, 정의라고 믿었다. 그래서 과거의 나에게는 한없이 관대했고, 미래의 나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했다. 그러나 그것은 양 극단의 선택일 뿐, 모순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어졌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 모순은 보이지 않고, 남의 것만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남의 모순만 지적하고, 비난하고, 매장하면서... 일관된 나, 흔들리지 않는 나, 단단한 나를 꿈꾸었다. 그렇다, 철인을 가장한 독재자처럼 세계정복을 꿈꾸었고, 젊은 날에는 히틀러를 치기로 동경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꿈은 늘 깨졌다. 아니 깨질 수밖에 없었다. 진짜 내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멈췄다. 이대로 가다가는 미칠 것 같았다. 폭발할 것 같았다. 그리고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공부하는 나 역시 늘 모순 속에 있었다.


낯선 낱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내가 싫어서 책을 펼치지만, 결국 그 낱말을 이해하고 나면 습득한 지식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나를 마주한다. 학문은 원서로 공부해야 명확하다고 믿으며, 한국어 용어는 일본식 조어에 오염됐다는 막연한 불신을 품는다. 모르는 나를 어리석다며 싫어하고, 아는 나도 현학적이라며 싫어하는 이 모순 속에서 나는 책장을 넘기며 흔들린다. 지식은 나를 풍요롭게 하지만, 동시에 나를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마음 굳게 먹고 나를 연구하면서 '나의 모순'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전히 비겁한 변명처럼 들리는 뭔가를 얻었다. 다만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어디선가 양산형 에세이라며 '윤슬, 안온한, 오롯이...'같은 낱말로 개그를 짰던데... 그와 마찬가지로, 사전을 옆에 끼고, 급여체, 급식체를 비하하던 그때의 나를 되살려, '메타인지(Meta認知 : 객관화), 메타포(Metaphor : 은유, 비유), 테제(Thesis : 중심 생각, 핵심 주장), 아포리즘(aphorism : 잠언, 격언, 명언), 헤게모니(Hegemony : 지배, 통치이념), 어젠다(Agenda : 안건, 토론주제)...' 같은 낱말을 피하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는 잘 알아듣기만 하고, 말과 글에 쓰지 않았다. 즉, 받아들이기만 하고 꺼내지 않았다. 모순을 제거하지 않고 그냥 생긴 대로 뒀다.


후회와 자기 합리화, 기대와 불안, 웃음과 그림자... 이 모든 상반된 것들은 치명적인 독소인 동시에 나를 살리는 약이다. 나는 단일한 정체성이 아니라, 서로 다른 층위들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흔들림이다. 이제는 모순을 품은 채 살아간다.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고, 믿으면서도 의심하며,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울고 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오기 꺼려하는 것들과는 거리를 둔 채...


모순은 나를 찢어놓지만, 동시에 나를 풍요롭게 한다. 모순이 없다면 나는 단단할지 모르지만, 동시에 메마를 것이다. 나는 모순 속에서 흔들리며, 그 흔들림 속에서 살아간다. 모순은 나를 불안하게 하지만, 그 불안이 나를 깨어 있게 한다. 나는 모순을 제거할 수 없고, 제거해서도 안 된다. 모순은 나를 이루는 본질, 나를 살아 있게 하는 숨결이다. 흔들림 속에서 나는 존재하고, 그 흔들림 자체가 곧 나다.


이번 글은 써놓고 계속 고쳐도 역시 뒤죽박죽이다. 이번 글은 쫌 망한 듯... 아직은 미완성이라고 하자. 아니지 '여전히' 미완성인가? 나중에 읽으면 얼굴을 붉히며 이불킥을 하겠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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