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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트 Nov 18. 2023

좋아하는 것을 모르겠는 당신에게

각자의 용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다는 말에 친구는 이렇게 물었다.

"그냥 너가 좋아하는 일이 뭔데?"

이 물음에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딱히 좋아한다고 할 만한 일이 없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돌아봐도

좋아해서 했다기보다는 어쩌다보니 하게 되었고 해보니 괜찮았던 일들이었다.

그렇다고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면 또 그건 아니었다.

맡으면 잘 할 수는 있지만, 아마 잘하겠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그럼 난 도대체 어떤 걸 좋아하지?"

아마 살면서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횟수가 수 백번이 넘을테지만

단 한 번도 답을 내린 기억이 없다.

이 질문을 처음 던진 고등학생 때부터, 그 이후로 답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진로 상담을 받게 되었고,

약 한달 동안 나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저절로 갖게 되었다.

원래도 많이 고민해왔지만 적절한 질문을 던져주고 해석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또 달랐다.


상담을 이어가는 도중 나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한 가지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이 나를 무겁게 누르던 불안,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하는 상황" 벗어나게 해주었다.


"나는 성향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것이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머릿속엔 항상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한다는 생각만으로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잘못된 전제로 질문을 했으니

답이 나오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답이 없다면 질문을 제대로 했는지부터 살펴보라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좋아하는 것이 없을 수도 있는데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건 잘못된 질문이었다.


물론 좋아하는 것이 살면서 아예 없다는 말은 아니다. 

살아가다보면 좋아하는 것이 생기게 될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것이 생기기 어렵다는 말이고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상담을 이어오며 생각도 바뀌었고 "굳이 좋아하는 것이 없어도 되겠다" 싶었다.


나에게는 좋아하는 것이 없는 대신 끌리는 것들이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선택들의 기준은 "끌리는가"였다.

왜인지 이유는 몰라도 해보고 싶으면 해왔고, 그렇게 선택한 일들에 후회는 없었다.


"좋아한다는 말은 있어도 좋아한다는 말의 정의는 제각각 다르다."

나에게 좋아한다는 건 완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끌린다는 것과 비슷하다.

이제껏 그렇게 살아왔지만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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