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강박과 범죄학 (3)

유영철 사례를 다루기 전에 | 이론편(3)

by 숨듣다

범죄자의 진술을 들을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진다. 이 질문은 행위의 원인과 결과 사이에 선형적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하며, 범죄자의 행위를 심리적, 환경적, 혹은 도덕적 요인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포함한다. 그러나 정신분석은 이러한 설명의 충동을 유보한다. 정신분석이 주목하는 것은 "왜"가 아니라, "어떻게 그런 말이 가능했는가", "어떻게 그러한 문장이 조직되었는가"라는 질문의 차원이다. 즉, 정신분석은 행위 그 자체보다는 그 행위를 둘러싼 언어의 형식과 욕망의 문법에 주목한다.


언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의 수단이 아니다. 언어는 무의식의 구조를 통과해 나오는 것으로, 말하는 자에게조차 완전히 투명하지 않은 수행이자 흔적이다. 주체는 자신의 의도에 따라 말한다고 믿지만, 실상은 언어가 주체를 구성하고 지배한다. 언어는 자주 반복되며, 때로는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전도되거나 핵심적인 단어가 누락되고, 부정문의 형태로만 고백되기도 한다. 이러한 언어의 형태는 주체가 자신을 구성하는 기표적 망 속에서 점유하고 있는 위치를 드러내는 증거이다.


무엇보다 정신분석적 대의란 범죄자의 언어를 병리적 진단의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오히려 무의식의 흔적이 기입된 장소로 읽는다. 범죄자는 어떤 병리적 상태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욕망이 말해지지 못했기 때문에 오직 그런 말만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의 언어는 의식을 넘어 작동하는 언어의 질서와 욕망의 구조가 교차하는 장면이며, 정신분석은 바로 이 장면에 주목한다.


극단적 범죄를 마주할 때, 우리는 종종 그것을 인간의 범주 바깥으로 밀어내려는 충동을 느낀다. 그러한 행위는 괴물적인 것이며, 따라서 이해하거나 경청할 필요도 없다는 전제가 작동한다. 주체의 범죄적 잔혹성은 인간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라는 존재가 언어와 욕망의 구조 속에 포섭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적 파국이다.


범죄는 이처럼 구조적 결핍에 대한 폭력적 해석일 수 있다. 이는 언어와 욕망의 세계에 진입한 인간이 겪을 수밖에 없는, 말해지지 않은 충동의 잔여를 처리하려는 비극적 시도이다. 선악의 이분법은 그러한 설명은 주체가 겪는 무의식의 구조를 지우며, 주체를 괴물화하거나 대상화하는 또 다른 억압의 형태로 작동한다.


따라서 잔혹성은 말의 실패로부터 비롯된 폭력이다. 말로 형상화되지 못한 고통, 혹은 말하려다 실패한 욕망이 반복되며, 그 반복이 파괴적 행위로 전환되는 것이다. 범죄는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어떤 말이 끝내 말해지지 못했다는 구조의 외침이며, 이해되지 않을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부정되거나 폐기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성의 실패를 감지하고, 그 구조의 기원을 함께 견디는 방식에서만 진정한 책임이 가능하다. 이 책임의 정치는 증언의 가능성에 귀를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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