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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남동뱀딸기 Mar 27. 2024

사이좋게 냉털 소면국수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북극곰의 감기 탓에 보일러를 계속 돌렸더니 창문에 뿌옇게 습기가 맺혔다.

밖은 축축한 비, 안은 기침감기 환자.

이런 날엔 뜨거운 소면국수가 제격이다.


아버지랑 나는 비가 오거나 목이 아프면 훌훌 넘어가는 면이 당기는 사람이다.

청양초와 갖은 야채를 넣어 칼칼하게 끊인 라면도 좋고

계란과 채 썬 오이 고명을 소담히 올린 윤기 자르르한 짜파게티도 좋다.

계란 한 알 풀어놓고 십 분 이상 폭폭 끓여 눅눅하게 만든 우동은 입맛 없을 때 떠오른다.

집에 라면도 우동도 없을 때면, 주방 찬장 한 구석에 두었던 소면과 함께 언제나 냉장고에 있는 기본 식재료를 털어 넣는다. 아버지의 냉털 국수요리는 다시마육수에 배추와 양파, 버섯, 청양초, 감자, 마늘을 넣고 온소면을 끓인 것이다.



북극곰의 냉장고에는 한 입 크기로 썰어 냉동한 배추와 마늘, 양파, 표고버섯계란장조림, 감자, 어묵이 있어 이를 모두 털어 넣은 온소면을 만들어 보았다.

우선 물 1.2L에 말린 다시마 2조각과 통마늘 4알, 말린 표고 3개를 넣고

간장 쪼르륵 넣어 색을 더한 뒤 소금 간을 하고 팔팔 끓였다.


물이 끓는 동안 감자랑 양파를 먹기 좋게 자르고, 감자는 바로 냄비에 넣어 익혀준다.


물이 끓으면 다시마는 건져준다.

다시마랑 감자를 끓이면서 나온 거품은 거름망으로 말끔히 걷어주었다.


육수 쪽엔 냉동배추를 두어 줌 넣어 조금 더 끓여두고,

다른 냄비에 소면을 삶았다.

끓는 물에 소면을 펼쳐 넣고, 거품이 올라오게 다시 끓어오르면 찬물을 반 컵 넣는다.

다시 물이 끓으면 또 찬물을 반 컵 넣어주고 끓어오르길 기다린다.


그동안 고명이 될 어묵과 표고버섯계란장조림을 썰어두고, 조미김도 한 팩 발견해서 잘라두었다.


다 끓여진 소면은 채반에 건져서 찬물에 박박 씻었다.

그리고 물을 쭉 짜 국수그릇에 넣고, 고명을 올린 뒤 육수를 부어준다.


취향에 따라 양념간장을 곁들여도 좋다.

청양초를 넣지 않아 한없이 순한 맛이었고, 고명을 잔뜩 올려 영양을 챙겼다.


그때그때 냉장고 재료를 털어 만드는 냉털 소면국수


북극곰과 나란히 앉아 맛있게 먹으며 눈치로 알게 된 사실은

그는 나만큼 면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만든 맑은 국물에 환장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어쩌겠어.

요리한 사람 취향에 맞추어 사이좋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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