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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남동뱀딸기 Mar 13. 2024

북극곰에게 야채 먹이기

나는 회사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직원식당 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때론 한 시간 거리인 부모님 집에 가서 야채력을 충전한다.


딱히 비건은 아니지만 비건음식을 좋아한다.

친가가 전부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진 육식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지금도 아버지는 해산물과 젓갈류, 생고기는 삼가는 편이시다.


어릴 적부터 비건식단을 가까이하다 보니 양껏 채소를 먹지 못하면 식욕이 떨어진다.

야채력이 떨어져서 몸이 아픈 것 같아,

하며 엄살을 부리면 북극곰은 이마를 찌푸린다.


북극곰은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고, 내 기준 육식주의자이다.

키 192cm에 기본 덩치(뼈, 살, 근육... 전부...) 자체가 거대한 그는 대전에서 자취생활을 하며 배달음식을 시키거나 햄, 소시지 같은 가공식품 또는 직접 만든 카레를 즐긴다.


언젠가는 북극곰이 성인질환에 걸릴 것 같아서 우리가 만나는 주말이면 최대한 많은 양의 건강한 음식을 먹이려 하고 있다.

특히 신선한 야채를 한 줌이라도 더 먹이는 게 소박한 목표다.


만만하게 제일 많이 먹일 수 있는 야채는 알배추이다.

그리고 밥투정을 덜게끔 계란이나 가공식품을 하나 곁들이는 편이다.

가위로 챱챱 썰어 넣은 알배추

알배추 된장국 만들기


1. 알배추를 깨끗하게 씻어두고 된장국물부터 만들었다.
집된장 3큰술에 말린 다시마 1조각과 말린 표고 1조각을 넣고 끓인 뒤 거품을 걷어낸다.


2. 양파 4분의 1개를 썰어 넣고 알배추를 가위로 찹찹 썰어 준비된 된장국물에 양껏 넣었다.


익으면 배추가 확 줄어드니까 양껏 집어넣어서 위장을 배추로 가득 채울 수 있게 하는 게 포인트다.


계란말이와 용가리

다음으로는 밑반찬을 만든다.


기본 계란말이 만들기


1. 계란 6개에 양파 4분의 1개를 다져 넣는다.


2. 심심하게 소금 간을 한 뒤, 평범하게 계란을 둘둘 말아준다.


당장 먹을 것만 접시에 두고, 나머지는 반찬통에 넣었다.
차게 그냥 먹든 레인지에 데워 먹든 북극곰이 알아서 평일중 반찬으로 먹을 것이다.


육식성인 북극곰을 위해 용가리 5조각도 튀겨서 케첩과 함께 냈다.


각종 양념장

고추 끓인  만들기


이건 매운걸 못 먹는 북극곰이 극혐 하는 음식이다.

인터넷의 레시피를 보니 청양고추다짐장이라는 물건 같은데, 그것은 멸치 같은 감칠맛 내는 재료가 들어간다.

우리 집은 멸치를 안 넣는... 말 그대로 고추 끓인 물이기에 그냥 직관적으로 표기하겠다.


1. 우선 청양초 한봉다리를 다져서 프라이팬에 넣고 기름에 볶는다.


2. 고추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생수를 자박하게 넣고, 말린 다시마 1개와 말린 표고버섯 1개를 넣어 끓인다. 이때 진간장 쪼르륵 넣어 색을 내준다.


3. 마늘 3~5알 정도 다져서 넣고 참기름을 조금 넣어 약불에 살짝만 더 끓인다.


4. 마지막엔 다시마랑 표고는 뺀다.


이렇게 만들어서 밥에 비벼 먹어도 좋고 다른 양념장이랑 섞거나 국에 넣어도 좋다.


아까 만든 알배추된장국도 북극곰의 된장국을 떠준 뒤, 내 된장국엔 고추 끓인 물을 첨가해서 개운하게 먹었다.


주말 내내 이래저래 섞어먹고, 남은 건 얼음트레이에 넣어 냉동했다. 나중에 한 알씩 꺼내서 쓰면 되는 간편한 매운 조미료다.


간장양념장 만들기


고춧가루 2 숟갈에 진간장을 적당량 넣고, 매실액과 올리고당, 참기름, 깨를 넣어 섞은 심플한 양념장이다.


매운 게 필요한 사람은 살짝만 덜어서 고추 끓인 물을 으면 된다.


무밥 양념장 용으로 만들었고, 남은 양념은 다음 주에 소면국수 양념으로 어레인지 예정이다.


무밥은 미처 사진을 못 찍었다.

냉동실에 채 썰어서 보관해 둔 무가 있었다. 다만 집에 쌀이 떨어져서 햇반을 먹느라 제대로 된 무밥을 만들진 못했다.


냉동 무랑 물 약간을 프라이팬에 넣고 뚜껑을 덮어서 한참 익혔다. 이후 물을 짜내고 참기름을 버무려서 햇반 위에 올렸다.

살캉살캉 씹히는 무밥은  아니었고, 무말랭이처럼 오독한 식감이 느껴졌다.

간장양념장을 비벼서 알배추 된장국과 함께 먹으니 그런대로 맛은 있었다.


알배추 된장국을 해 먹고 남은 알배추는 한 입 크기로 썰어서 냉동해 뒀다.

다음에 야채가 아쉬울 때 간편하게 한 줌 끓여 먹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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