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날씨가 싸늘하지만 마음은 벌써 봄이다.
나에게는 계절마다 꼭 먹고 지나가야 하는 음식이 몇 있는데, 봄에는 반드시 쑥된장국과 냉이된장국을 먹어야 한다.
외할머니는 봄이 되면 나불도에서 쑥을 뜯고, 독천의 여러 야산에서 냉이를 캐셨다. 주말이면 할머니랑 함께 온 가족이 산과 들로 나갔는데 이른바 우리 집안의 봄소풍인 셈이다.
그걸 가지고 돌아와 국을 끓여 먹고, 시장에서 달래도 사다가 향긋한 양념장을 만들어 밥을 비벼먹던 기억
할머니가 떠나셨더도 나는 여전히 할머니와 함께 한 계절을 복습한다.
3월 첫 주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친구가 감기에 걸려서 냉이된장국을 끓이기로 했다. 싱그러운 봄나물을 따끈하게 끓인 건 감기에 좋을 것이다.
반찬으로는 표고버섯마늘계란장조림을 선택했다.
마켓컬리에서 표고버섯과 두부, 냉이를 장바구니에 담고 대전의 친구집으로 미리 주문해 뒀다.
금요일 퇴근 후 친구집에 도착하자 밤 12시였다.
냉이된장국은 미뤄두고, 친구가 표과와 캔참치를 넣은 야식 파스타를 기가 막히게 선보였다.
다음날 아침, 야식을 먹고 퉁퉁 부은 얼굴로 조용히 일어나서 냉이 손질을 시작했다.
냉이를 손질하기 전, 된장국육수를 인덕션에 올리고 다음 한 주 동안 친구의 반찬이 될 표고버섯계란장조림 준비를 했다. 냄비 두 개면 된다.
된장육수 냄비엔 물과 다진 마늘, 말린 다시마 2조각을 넣고 끓인다.
다른 냄비엔 미리 물을 끓이다가 바글바글 소리가 들리면 계란 12개를 넣고 15분 간 익혀준다.
냉이는 흙이 거의 없이 잘 손질되어 배송된 터라 찬물대야에 넣어두고, 한 뿌리씩 들어서 흐르는 물에 깨끗이 닦았다.
그리고 물이 빠지도록 체에 받쳐두었다.
이때쯤 된장육수가 끓기 시작해서 다시마를 건져내고 간이 맞을 때까지 된장을 풀었다.
나무숟가락으로 3 숟갈 정도 풀어주었다.
이후 삶은 계란도 건져서 찬물에 담가둔 채 껍질을 말끔히 깠다.
된장육수와 깐 달걀을 완성한 뒤, 냉이된장국에 들어갈 표고 5개. 양파 4분의 1. 두부한모를 썰어주었다.
마지막으로 냉이도 한입 크기로 잘랐다.
냉이 외 모든 재료를 전부 된장국육수에 넣어주었다.
된장국에 넣은 야채에 간이 배어들 때, 냉이를 넣고 3분 더 끓여주면 끝이다.
이제 표고버섯마늘계란장조림을 마무리할 차례
삶은 계란과 통마늘 여러 알. 대파 한토막. 한입크기로 썬 표고. 고추조미료를 2알 넣고
물 200ml에 진간장 6 숟갈, 참기름 1 숟갈, 스테비아 2 숟갈을 넣었다.
숟가락으로 한 번씩 뒤적여가며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졸여준 뒤, 마지막에 대파는 건져낸다.
이렇게 완성된 소박한 주말밥상
보리밥과(쌀이 똑 떨어져서 보리만 있었다) 냉이된장국, 오늘 갓 만들 표고버섯마늘계란장조림, 그리고 북극곰 본가에서 가져온 밑반찬(배추김치와 마늘쫑장아찌와 멸치볶음)
사과즙도 두 포 컵에 담아서 먹기 좋게 냈다.
친구의 감기가 이 밥상으로 말끔히 낫길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