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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남동뱀딸기 Mar 20. 2024

냉이와 함께하는 이른 봄맞이

아직 날씨가 싸늘하지만 마음은 벌써 봄이다.

나에게는 계절마다 꼭 먹고 지나가야 하는 음식이 몇 있는데, 봄에는 반드시 쑥된장국과 냉이된장국을 먹어야 한다.


외할머니는 봄이 되면 나불도에서 쑥을 뜯고, 독천의 여러 야산에서 냉이를 캐셨다. 주말이면 할머니랑 함께 온 가족이 산과 들로 나갔는데 이른바 우리 집안의 봄소풍인 셈이다.

그걸 가지고 돌아와 국을 끓여 먹고, 시장에서 달래도 사다가 향긋한 양념장을 만들어 밥을 비벼먹던 기억

할머니가 떠나셨더도 나는 여전히 할머니와 함께 한 계절을 복습한다.


3월 첫 주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북극곰이 감기에 걸려서 냉이된장국을 끓이기로 했다. 싱그러운 봄나물을 따끈하게 끓인 건 감기에 좋을 것이다.

반찬으로는 표고버섯마늘계란장조림을 선택했다.

마켓컬리에서 표고버섯과 두부, 냉이를 장바구니에 담고 대전의 북극곰의 집으로 미리 주문해 뒀다.


금요일 퇴근 후 북극곰 집에 도착하면 밤 12시가 된다.

우리 집 파스타 요리사인 북극곰이 표고와 캔참치를 넣고 야식 파스타를 기가 막히게 끓여줬다.

표고.참치.로제소스  넙덕한 면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다음날 아침, 야식을 먹고 퉁퉁 부은 얼굴로 조용히 일어나서 냉이 손질을 시작했다.


냉이를 손질하기 전, 된장국육수를 인덕션에 올리고 다음 한 주 동안 북극곰 반찬이 될 표고버섯계란장조림 준비를 했다. 냄비 두 개면 된다.
된장육수 냄비엔 물과 다진 마늘, 말린 다시마 2조각을  넣고 끓인다.

다른 냄비엔 미리 물을 끓이다가 바글바글 소리가 들리면 계란 12개를 넣고 15분 간 익혀준다.


냉이는 흙이 거의 없이 잘 손질되어 배송된 터라 찬물대야에 넣어두고, 한 뿌리씩 들어서 흐르는 물에 깨끗이 닦았다.
그리고 물이 빠지도록 체에 받쳐두었다.


이때쯤 된장육수가 끓기 시작해서 다시마를 건져내고 간이 맞을 때까지 된장을 풀었다.

나무숟가락으로 3 숟갈 정도 풀어주었다.

이후 삶은 계란도 건져서 찬물에 담가둔 채 껍질을 말끔히 깠다.

된장육수와 깐 달걀을 완성한 뒤, 냉이된장국에 들어갈 표고 5개. 양파 4분의 1. 두부한모를 썰어주었다.

마지막으로 냉이도 한입 크기로 잘랐다.



냉이 외 모든 재료를 전부 된장국육수에 넣어주었다.

된장국에 넣은 야채에 간이 배어들 때, 냉이를 넣고 3분 더 끓여주면 끝이다.


이제 표고버섯마늘계란장조림을 마무리할 차례

삶은 계란과 통마늘 여러 알. 대파 한토막. 한입크기로 썬 표고. 고추조미료를 2알 넣고
물 200ml에 진간장 6 숟갈, 참기름 1 숟갈, 스테비아 2 숟갈을 넣었다.


숟가락으로 한 번씩 뒤적여가며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졸여준 뒤, 마지막에 대파는 건져낸다.



이렇게 완성된 소박한 주말밥상

보리밥과(쌀이 똑 떨어져서 보리만 있었다) 냉이된장국, 오늘 갓 만들 표고버섯마늘계란장조림, 그리고 북극곰 본가에서 가져온 밑반찬(배추김치와 마늘쫑장아찌와 멸치볶음)

사과즙도 두 포 컵에 담아서 먹기 좋게 냈다.


극곰이 감기가 이 밥상으로 말끔히 낫길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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