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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남동뱀딸기 Mar 06. 2024

아버지의 설 명절 상차림

우리 집은 이제 아버지가 집안일을 하신다.


조미료와 비린 것을 입에 못 대는 까탈스러운 아버지는 요리를 굉장히 잘하신다.

레시피 보존을 위해 요리유튜브를 찍으라고 매번 말씀드리는데 그렇게 하는 건 귀찮으신 모양이다.
불효딸내미는 손 하나 까딱 않고 냠냠 맛나게 얻어먹은 뒤 레시피만 빼먹으려 한다.


2024년 설 연휴 집에서 차려먹은 것 중 제일 호화로웠던 날의 밥상 사진이다.

요즘 과일값이 금값인데, 남자친구인 북극곰이 명절선물로 샤인머스캣과 딸기를 보내주어 명절 구색을 맞췄다. LA갈비는 미리 회사 복지몰에서 1kg을 주문해서 부모님 집으로 보내둔 것이다.


명절, 특히 설이 되면 큰 외숙모가 해주시던 LA갈비가 생각난다.

목포에 계신 큰 외숙모께서는 다른 음식에는 솜씨가 없으신데, 고기요리를 참 잘하셨다.

특히 설 특선메뉴인 LA갈비는 갖은 과일을 갈아 넣은 양념장으로 재워 만드셨는데, 그 손맛이 어찌나 인상 깊던지..

그 맛이 그리워서 아버지 손맛으로나마 명절 LA갈비를 즐기고자 했다.


명절밥상의 기본 밑반찬은 파를 섞어 넣은 계란말이, 들기름두부구이, 감자칼로 채 썬 당근과 볶은 꽈리고추, 콩나물무침, 고사리나물, 묵나물이다.

묵나물은 서울의 할머니 댁에서 얻어왔는데 말린 산나물을 무친 것이라 한다.


위 반찬 중 계란말이와 두부구이만 먹기 직전에 간단히 레인지에 데우면 된다.


이번 연휴의 메인메뉴인 LA갈비는 세 가지 방법으로 즐겼다.
1. 양념에 재워 굽기
2. 양념에 재워 고구마랑 당근을 넣어 굽기
3. 생고기로 굽기

결과는 양념구이가 압승이고, 개인취향으론 양념구이에 고구마와 당근이 들어간 버전이 맛있었다.
고기의 지방맛과 달큼한 양념이 고구마랑 당근에 배어들어 계속 생각나는 맛이다.
레시피는 아래와 같다.



양념 LA갈비와 야채친구 만들기


1. LA갈비는 두 시간 동안 핏물을 뺀다.
처음 한 시간은 차가운 물, 이후 한 시간은 사이다나 설탕물에 둔다.

2. 핏물 뺀 갈비의 뼛가루 제거를 위해 깨끗이 갈비를 씻어주고, 체에 받쳐 물을 쫙 빼준다.

3. 물기가 빠지는 동안 양념장을 만든다.
1kg 기준으로 큰 나무숟가락을 썼다.
간장 5 숟갈, 소금 반숟갈, 참기름 2 숟갈, 간 마늘 2 숟갈, 흑설탕이나 황설탕 1 숟갈, 생수 150~200ml, 순 후추(구멍 뚫린 통에 든 거) 4번 톡톡, 대파 한 뿌리, 그리고 배/양파/사과 각각 반개 갈아넣기


4. 위 양념장을 만든 뒤, 먹음직스러운 색을 내고 싶다면 캐러멜을 살짝 넣어준다.
양념장을 잘 섞어서 완전히 믹싱 되면 간을 보아 입맛에 맞게 양념을 더한다.
짭짤함이 필요하면 소금을 더 넣고, 달달함은 설탕, 너무 간이 세면 물을 넣고 다시 섞어준다.
 
5. 보관용기에 양념을 1 국자 깔고 LA갈비를 올린 뒤 다시 양념을 붓고 갈비 올리기를 무한반복한다.
그리고 최소 5시간 이상 재운다.

6. 일반 양념구이는 5번까지 실행한 뒤 구워 먹으면 된다. 야채친구들 추가할 경우는

7. 당근과 고구마를 한입 크기로 뭉텅 썰어준다.

8.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야채를 넣은 뒤 소금과 설탕을 살짝 넣어 튀기듯 익힌다.

9. 조금 익히다가 양념 LA갈비를 넣고 자주 뒤집어주며 완전히 모든 재료를 익힌다.


만들어진 LA갈비는 흰쌀밥보다는 나박김치에 만 소면과 함께 먹는 게 더 잘 어울렸다.

양념갈비에 먹는 냉면 조합 같은데, 무엇보다 위장이 약한 우리 세 가족 모두 나박김치소면과 함께 고기를 먹으니 소화가 잘 되어서 환상의 궁합이었다.

과일값이 비싸서 기본양념으로만 만들었지만 아주 훌륭했다.


슴슴하고 시원했던 나박김치

나박김치 만들기


1. 알배추 1개와 무 4분의 1개 분량을 아주 깨끗하게 씻어둔다.

2. 김치양념장을 만든다.
생수 2.5리터에 체나 거름망을 두고 고춧가루 한 숟갈 반, 간 마늘 한 숟갈, 양파/개/사과 각 반개씩 간 것, 간 고추를 넣고 쭉쭉 짜서 물만 내린다.
건더기는 반드시 버려준다.
그리고 설탕 한 숟갈을 넣고 천일염으로 간을 맞춘다.

3. 씻어둔 배추와 무를 작게 나박나박 잘라서 천일염 한 숟갈 반 정도를 넣고 절인다.
당근을 조금 추가해도 좋다.
절이는 시간은 20분을 넘기면 안 된다.


한 상 거하게 차려먹은 다음엔 아버지가 부쳐주는 김치전을 먹으면서 엄마랑 민화투를 쳤다.


LA갈비를 다 먹고 나서는, 당근이 남아서 아버지가 돼지고기 목살볶음도 만들어 주셨다.


갈비 폭식 후 나름의 다이어트. 계란후라이와 목살볶음을 먹었고, 후식으로 요거트에 사과를 넣어 먹었다


돼지고기 목살볶음 레시피


1. 간장 양념장을 만든다. 간장 한 숟갈에 생수 두 숟갈 반과 설탕을 살짝 넣어 섞어둔다.

2. 뭉텅 썬 당근을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넣어 반 정도 익힌 뒤 그릇에 꺼내둔다

2. 돼지고기 목살을 프라이팬에 넣고 소금, 후추 간을 해서 굽는다.

3. 목살이 70% 정도 익으면 가위로 한 입 크기에 맞춰 잘라준다.

4. 프라이팬에 양념장을 넣고, 익혀뒀던 당근을 넣는다. 그리고 생마늘을 이등분해 먹을 만큼 넣어주고, 느타리버섯을 먹기 좋게 찢어 넣은 뒤 마저 굽는다.


이렇게 설 연휴 즐거운 먹부림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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