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프리다 칼로와 나혜석, 그리고 까미유 끌로델.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세 사람 모두 비운의 여성 예술가였다는 거지.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고 얼버무리기에는 그녀들의 재능이 아까울 정도야.
모두 1900년대 초에 살아 있었으니까, 공교롭게도 세 여성 모두 비슷한 시기에 살았어. 셋 중에 까미유 끌로델이 가장 오래 살았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랄까?
프리다 칼로는 평생 아팠던 여자야. 전차 사고를 당해서 극적으로 살아남긴 했지만, 자그마치 39번의 수술을 해. 거의 평생을 병상에 누워 있었던 거지. 누워서 그림을 그렸어. 그러다가 당시 멕시코 최고의 화가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게 되지. 둘은 사랑해서 결혼까지 하게 되지만, 디에고 리베라는 나쁜 남자의 전형이었지. 평생 바람을 피웠거든. 모르긴 몰라도, 프리다 칼로는 자신이 임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더욱 괴로웠을거야.
그래서일까? 그녀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녀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기회가 된다면 그녀의 자화상을 꼭 한 번 찾아보라고.
나혜석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화가로 알려져 있어. 하지만 그녀의 삶은 이런 닉네임에 어울리지 않게 무척 파격적이었지. 남편과의 세계여행부터 시작해서 다른 남자의 염문설까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장본인이었어.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당시의 시대상황을 생각한다면, 나혜석의 삶은 굉장한 파장을 몰고 왔던 거야.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녀의 이런 파격적인 삶이 그림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거지. 그녀의 그림은 그녀의 인생에 비하면 너무 얌전했거든.
까미유 끌로델이 로댕의 연인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 하지만 그 대가는 참 가혹했어. 정신병동에 갇혀서 살다가 그곳에서 삶을 마감했으니까. 그녀가 여성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로댕이 누리는 모든 영광은 오롯이 그녀의 것이 됐을지도 몰라. 그녀의 조각에 등장하는 수많은 남성을 보면, 그녀가 로댕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지.
안타깝게도 세 여성 모두 비련의 주인공이 된 것은 결국 남성 때문이었어. 프리다 칼로는 디에고 리베라를 만났고, 나혜석은 최린을 만났고, 까미유 끌로델은 로댕을 만났거든.
이런걸 보면 사랑은 참 위대해. 사랑은 뛰어난 예술작품을 남기기도 하고, 비운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도 하거든. 어쩌면, 그게 사랑이 갖고 있는 양면성일지도 몰라. 당신이라면 달랐을 거라고? 그런 소리 함부로 하는 거 아냐. 사랑은 원래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거든. 마음먹은 대로 되면, 그건 사랑이 아니거든.”
<프리다 칼로와 나혜석, 그리고 까미유 끌로델>을 읽게 될 사람이 지구 상에 하나 더 늘었다. 그녀가 누군지 모르지만, 내 책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나보다 아내가 더 아끼던 책이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독자 곁으로 떠나보낸다.
잘 사용하지도 않고, 적립하지도 않는 포인트 카드 두 장을 정리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포인트 제도는 기만적이고, 소모적이다. 소비의 본질을 자꾸 흐리게 만들고, 소비 자체를 피곤하게 만든다. 포인트를 적립하고, 사용하는 것 모두 상당히 귀찮은 일이다. 포인트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소비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득일지도 모른다. 그런 일에 인생을 소모하기에, 인생은 너무 짧다. 남아있는 포인트카드도 곧 정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