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하루, 힘없는 일기

맥 빠질 일도 아닌데 괜히 서글픈 느낌

by 원효서


1. 책을 읽다가 작가의 건강하고 밝은 기운에 갑작스러운 알레르기


너는 좋은 보호자를 가졌었구나.

너의 부모님은 잘 배운 사랑을 너에게 나눠주었구나.

너는 사랑받고 자란 기억을 잊지 않았구나.

너는 '이제 그런 때는 지나갔다.'라고 확언하는구나.

너의 곁에는 너를 응원하는 짝이 있구나.


2. 유행하는 두쫀쿠를 사 먹으면서 별 기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먹으면서 실망하는 기분. 잘 못한다는 집에서 먹은 맛이나 잘한다는 집에서 먹은 맛이나 거기서 거기. 아따맘마가 고급 요리 식당에서 공허한 눈빛으로 우물우물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 짤을 꼭 찾고 싶어서 한참 검색했지만 찾지 못했다. 쓰다가 유튜브에 검색했더니 바로 나왔다. 실망감이 살짝 잦아들었다. 두쫀쿠는 내 입맛이 아니구나, 하고 넘어가면 될 일인데 이상하게 기운이 한 번 더 빠진다. 아마도 설연휴 탓이겠지.

음, 이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라는 거지?

3. 겨울방학 정말 너무 길다. 아침이 느긋해 편한 만큼 저녁밥 이후 남은 시간이 길어 피곤하다. 초등맘 선배인 언니가 그랬었지. "이러다가 내가 미쳐 돌아버리지 싶을 때 3월이 오긴 와." 한동안 약 없이 생활할 수 있었는데, 다시 사고의 연쇄가 돌아온 것 같다. 과하게 느껴지는 활기(정말 활기찬 거라면 스스로 과하다거나 불편하다는 느낌은 없을 듯)와 종종거림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거 하다 저거 하다 역시 도를 넘어서, 책을 두 장 읽다가 일기를 쓰다가 폰 사진을 정리하다가 또 다른 책을 세 장 읽다가 바닥에 돌돌이로 머리카락을 치우다가 봄이불을 주문하고 나면 빨래하기를 잊어버린 걸 깨닫는 식이다. 그런 내 모습이 시트콤에 나오는 빨리 감기 장면처럼 보이지만, 시트콤처럼 유쾌하지 않다. 정신없는 나를 정신 있는 내가 걱정한다. 또 인스타 광고 링크를 따라가서 청바지를 주문해 버린 오늘 아침을 떠올리며, 이제는 운동이라도 해야겠다.


이런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