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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Dec 17. 2023

내리 사랑

아들로 살아간다는 것(11)

일주일 동안 감기로 고생을 했다.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열은 안 난다며 코로나나 독감 검사는 해주지 않았다. 약을 먹으면 나을 거라고 약만 지어주었다. 그런데 병원을 세 번을 갔는데 아직도 완전히 낫지 않았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목소리가 잠겨 아직도 허스키?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2021년 코로나에 걸렸을 때랑 비슷하다. 그때도 코로나가 거의 다 낫고 나서도 쉰 목소리가 나왔는데 어머니가 지어주는 보약을 먹고서야 목소리가 제대로 돌아왔던 것이다. 아래는 그때 적은 글이다.


https://brunch.co.kr/@muyal/66


그래서 지난주에는 감기가 옮을까 봐, 어머니를 병원에 모셔다 드리지 못했다. 젊은(?) 사람들은 며칠 앓으면 낫는 병이지만 어머니처럼 고령의 만성질환자에겐 감기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칠 안 뵈니 안부가 궁금해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애비냐? 감기는 좀 괜찮니?"


어머니는 첫마디는 내 건강을 염려하는 것이었다.


"네 이제 좀 괜찮아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직도 몸이 안 좋은가 보구나, 가만 기다려라, 내가 그 전화번호를 어디다 뒀더라?, 그때 지었던 보약을 한재 더 주문할 테니 물건이 오면 가지러 오너라"


엄니는 내가 보약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내 목소리를 듣고는 그 보약을 다시 시켜주시겠단다. 돈은 내가 내겠다고 말해도 한사코 한약방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는 가르쳐 주시지 않는다. 전화를 끊고 나서 이래서 '내리사랑'이라고 하는가 싶었다.


어머니는 신장투석을 받고 계시기 때문에 한약을 못 드신다. 내가 보약을 지어드려야 하는데 그 핑계로 난 어머니 보약은 지어드리지 못하고 매번 얻어먹고만 있다. 아이들을 위해선 월급의 대부분을 쓰지만 정작 어머니를 위해서는 해드리는 게 거의 없다. 명절에 용돈 몇십만 원 드리는 게 전부다. 그나마도 이렇게 겨울에 보약 한재 얻어먹고 나면 엄니와 나는 쌤쌤이, 또이또이가 된다. 거기다 아이들이 한 번씩 놀러 오면 할머니에게 용돈을 받아가니 어머니 입장에선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자식을 키운다는 것 자체가 이미  마이너스가 아니던가? 그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꿔줄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한 욕심일 것이다. 결국 우리는 부모님께 내리사랑을 받고 자식들에게 그 내리사랑을 그대로 물려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아무리 치사랑을 하려고 해도 그건 자신의 욕심일 뿐, 부모님은 자식의 치사랑을 받도록 기다려주지 않는다.


2023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도 어머니가 내 곁에 아직 기다리고 계시니, 나의 무리한 욕심이지만 내년에는 혹시 치사랑을 할 수 있을지 남은 시간 잘 궁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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