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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Aug 08. 2024

전기차 화재

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61)

(사진 -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인천 청라 아파트 주차장(연합뉴스))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문제의 전기차는 지난달 29일부터 지하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상태였는데 심지어 충전중인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전기차 한 대에서 시작된 불은 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입주민들에게 거의 재난 수준의 상처를 남겼다. 


https://youtu.be/eApv4cqIdSY?si=91KZwX5UQq11hPM-

(문제의 전기차 화재가 불러온 파장은 일파만파~)


그 전기차 한 대에서 시작된 불은 주변에 있던 무려 140대의 차량을 태웠고 그에 따라 다량의 유독가스와 분진이 발생되었고 전기와 수도가 끊겨 그 아파트의 800여 명의 입주민들은 그곳에 거주하지 못하고 이재민이 되어 이른바 '쉘터'라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거기다 화재 우려 때문에 전기차는 지하주차장에 세우지 말라고 주장하는 입주민들과 거기에 반대하는 전기차 소유자들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것이다. 정말 이 정도면 재난 수준을 넘어 '전쟁'이라고 표현해야 맞지 않을까?


그러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무엇이 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전쟁'수준의 재난을 불러온 것일까? 운행을 한 후, 전기차를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주가 문제였을까? 아니면 빠른 시간 내에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지 못한 소방이 문제였을까? 이도 저도 아니면 그 전기차의 배터리가 문제였을까?


https://youtu.be/dM2Xb-EUcsQ?si=1RqmK29F84v-JEfa

(문제는 스프링클러?)


사실 지하 주차장의 자동차 화재는 상당히 진화하기가 힘들다. 나도 언젠가 지하 주차장에 차량화재가 나서 끄러 간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다행히(?) 그때는 낮이었고 그래서 신고가 빨리 되었었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처럼 전기자동차가 많이 있는 때가 아니었다. 그래서 불이 나긴 했지만 연기만 약간 날 정도여서 시야가 어느 정도 확보되었고 그래서 빠루로 차 엔진룸을 개방하고 소방호스로 물을 방수해서 금방 끌 수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좀 상황이 다르다. 전기차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전기차는 일단 불이 붙으면 배터리에서 이른바 '열폭주'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물을 쏜다고 해서 쉽사리 꺼지지가 않는다. 전기차를 물을 채운 '이동식 수조'에 담그거나 '질식 소화포'를 덮어 질식소화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곳이 140대의 차량이 모두 불타고 있는 지하주차장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기와 불꽃 때문에 진입부터 어려울 것이다. 


일단 지하주차장이기 때문에 소방차는 진입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도보로 지하주차장으로 걸어들어갈 수도 없다. 일단 뭐가 보여야 들어가지~, 따라서 '이동식 소화수조'라든가 '질식 소화포'는 사용할 수가 없다. 배풍기로 지하주차장에 가득 찬 검은 연기를 빼내면서 입구에서부터 소방호스로 물을 쏘아 차량 한 대 한 대씩 모두 불을 끄면서 진입해야 한다. 시간이 당연히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이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의 열폭주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열폭주에서 시작된 연쇄반응으로 다른 차들에 순식간에 불이 옮겨 붙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는 데 장장 8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지하 주차장을 지나는 전선이라든지 수도 배관은 모두 불에 타서 녹아버렸을 것이고 불타는 차량들에서 나온 분진과 유독가스들은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타고 올라가 아파트 한집 한집을 점령해 버렸을 것이다. 그러면 이런 연쇄반응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하나의 도미노는 무엇이었을까?


그렇다, 그것이 바로 지하 주차장에 설치되어 있는 '스프링클러'였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차 아랫부분에 있기 때문에 위에서 물이 떨어지는 스프링클러가 화재 진화에는 소용이 없다고 하는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말이다. 스프링클러가 전기차 자체의 화재를 끄는 데는 소용이 없을지 모르지만 전기차에서 옆 차로 불길이 옮겨 붙는 연소확대를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https://youtu.be/lUF8ZTcl_XI?si=8jF0nmYfxvmUeSUY


이렇게 스프링클러만 작동했다면 최소한 바로 옆차량으로는 불이 번졌을지는 몰라도 그 이상으로 불이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소방관들이 출동해서 골든 타임 안에 차량 2~3대에 붙을 불을 끄고 전기차를 밖으로 끌고 나와 질식 소화포나 이동식 수조를 이용해서 불을 끌 수 있었을 것이다. 청라 화재 며칠 후 발생한 금산 전기차 화재에서처럼 말이다. 


https://youtu.be/iSQQrJMWink?si=qGP9i9zP-bHQeDps


이렇게 지하주차장에서 차량 화재가 나면 필수적으로 작동해야 할 스프링클러가 이번 청라 화재를 비롯한 많은 화재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물론 스프링클러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겠지만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이고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다면 당연히 화재안전관리자가 선임되어 있고 정기적으로 점검을 하고 있을 텐데 그것이 정작 긴급하게 필요한 화재 시에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뭘까?


https://brunch.co.kr/@muyal/154


바로 이것 때문이다. 설마 여기 불이 나겠어?~ 하는 안전불감증 말이다. 스프링클러도 화재 감지기와 마찬가지로 오작동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화재 감지기와 다른 점은 화재 감지기가 오작동을 하면 사이렌이 울리는 걸로 끝나지만 스프링클러가 오작동하면 수손 피해가 있다는 것이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집이 물바다가 될 수도 있고 복도나 주차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위에서 말한 대로 안전불감증에 걸려서 '설마 여기 불이 나겠어?~'하면서 화재 감지기와 연동된 수신기의 스프링클러 동작을 꺼 놓는 곳이 종종 있는 것이다. (물론 청라 아파트의 스프링클러가 그랬다는 건 아니다, 스프링클러가 동작하지 않은 정확한 원인은 경찰과 소방의 화재 감식 결과로 나올 것이고 거기에 따라서 소방법적 처분이 따를 것이다.) 


앞으로도 전기차는 점점 많아질 것이고 그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로 인한 화재는 더욱더 많아질 것이다.(그걸 꺼야 하는 소방관들도 점점 더 힘들어지게 되겠지.) 하지만 꼭 소방관들의 힘듦을 덜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입주민들의 안전과 편리를 위해서라도 이런 소방시설들을 좀 더 꼼꼼하게 점검,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지하주차장의 스프링클러만 제 역할을 해 준다면 골든 타임 안에 소방관들이 더욱 안전하고 쉽게 전기차  화재 진압을 할 수 있을 테고 그에 따라 소규모 화재로 끝나게 된다면 입주민들도 안전하게 자신들의 일상을 계속 누리게 될 텐데 말이다. 내가 꼭 소방안전 관리자가 아니더라도 내가 사는 아파트의 소화기 하나, 감지기 하나, 발신기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서 내 아파트의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스스로의 안전을 확인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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