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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Aug 31. 2024

내가 투숙한 호텔에 불이 난다면(1)

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62)

며칠 전, 부천의 한 호텔(모텔?)에서 불이 났다. 위의 사진은 웬만한 한국사람이라면 모두가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바로 소방에서 설치했는데 요구조자 남녀가 뛰어내리다 뒤집혀 사망한 문제의 바로 그 에어매트이다. 화재 뉴스가 나가고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나도 속보로 화재 현장을 지켜보았는데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그 에어매트(정식 명칭은 공기 안전매트)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119 부천소방서'라는 글자가 '떡하니' 거꾸로 뒤집혀 있었기 때문이다. 


'응? 저게 왜 거꾸로 뒤집혀 있지? 거꾸로 깔았나?"


하지만 나는 저것을 깔아보았기에 거꾸로 깐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저건 항상 사용 후에 윗방향으로 정리해 두기 때문에 급박한 화재 현장에서 100kg이 넘는 저것을 다시 뒤집어서 거꾸로 까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스를 계속 지켜보니 다음날 나온 뉴스는 처음엔 제대로 깔았는데 요구조자(여자)가 떨어지면서 뒤집어졌고 뒤이어 남자가 떨어질 때는 모로 세워져 있어 남자 요구조자는 그 에어매트를 스치면서 바닥에 추락을 했고 그래서 두 명 다 사망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깜짝 놀랐다.


'에어매트가 뒤집혀? 그게 가능해?'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부터 '뒤집어진' 에어매트에 대한 갑론을박이 시작되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님은 화재 현장을 찾아 소방 본부장님에게 '뒤집어지지 않게 그걸 잡고 있어야 하지 않았나?'는 질문을 했고 소방 본부장님은 '인원이 없어서, 그걸 탁(?) 잡고 있진 못했다'는 답변을 하더니 하루가 안돼 다시 언론에서는 '그걸 잡으면 요구조자와 충돌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잡을 수가 없고 수시로 움직여야 해서 고정할 수도 없다'는 전문가의 발언이 나왔다. 거기다 사용연한이 지난 에어매트 설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제기부터 사용가능한 높이(5층 높이)를 넘어선 높이(7~8층)에서 사용되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 모든 의혹에 대한 대답은 결국 '모든 에어매트에 적용되는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방은 9월 말까지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에어매트가 넘어진 원인과 에어매트의 사용 매뉴얼을 내놓겠다는 것으로 답변을 했다. 정말 답답한 일이 아닌가?

소방에서 설치한 에어매트가 넘어져 두 명이나 사망자가 나왔는데 그 정확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거기다가 지금껏 화재현장에서 요구조자를 살리기 위해 사용해 온 에어매트의 사용 매뉴얼조차 없다니...


그래서 나도 매트가 뒤집히는 동영상을 보면서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해 봤지만 나 역시 그 장소에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자문이 나오는 9월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매트가 뒤집어진 원인에 대해서는 일단 차후에 얘기하기로 하고 만약 내가 어떤 호텔이나 모텔, 혹은 숙박시설에 투숙했는데 거기서 불이 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1. 객실에 가기 전에 피난안내도를 확인한다.


지난 회차에서도 언급했지만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식당이나 노래방, 영화관, 숙박시설, 백화점등...)에는 '피난안내도'라는 것을 부착하게 되어 있다. 


https://brunch.co.kr/@muyal/103

(피난 안내도 예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착한 숙박시설이니 얼른 객실로 가서 짐을 풀고 지친 몸을 누이고 싶겠지만 한 5분만이라도 이것을 보는 데 투자해 보자, 혹시나 내 생명을 지키는 5분이 될 수도 있으니... 가장 중요한 것은 '계단으로 통하는 비상구의 위치가 어디 있는가'이다. 혹시나 불이 나면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대피해야 하니까.


이번 부천 화재 희생자들도 이 부분에서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와 객실로 바로 들어갔을 테니까, 당연히 불이 났을 때 복도에 나와서도 계단의 위치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건물은 구조적으로 계단이 한쪽에만 있는 구조였다. 원래대로라면 피난을 위해 건물 양쪽에 계단이 있어야 하는데 한쪽에만 계단이 있고 반대쪽에는 완강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계단 대신 설치한 것이다.(오래 전 지어진 건물에는 이렇게 계단 대신 완강기를 설치한 것으로 갈음처리한 건물들이 많았다.) 이 완강기를 이용하려면 사전에 완강기 사용법을 알고 있어야 하고 완강기함과 지지대는 체결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보통 따로따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검은 연기 속에서 사용법도 모르는 그들이 그걸 연결하고 내려갔을 리가 만무하다.- 그리고 보통 숙박시설은 객실마다 완강기가 하나씩 있어야 한다. 그들이 그걸 알고 또 완강기 사용법을 알았더라면 검은 연기가 몰려들기 전에 객실 안에서 바로 완강기를 타고 내려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또 문제는 불이 난 호실이 계단 바로 옆에 있는 810호라는 사실이다. 일단 불이 나서 검은 연기와 타는 냄새가 나자 복도로 나온 피해자들은 계단으로 내려갈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불이 난 810호가 계단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연기로 인해 계단 입구가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어매트로 떨어진 두 사람은 그 반대편으로 갔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엔 계단이 없고 완강기만 있었다.(보나마나 완강기는 연결되지 않은 채 지지대 따로, 완강기함 따로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이 완강기 사용법을 알았더라면 그 짧은 골든 타임 안에 완강기를 연결하고 피난에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그 사용법을 몰랐고 810호에서 나온 검은 연기가 자신들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봤을 것이다. 


남자 1 : 어? 뭐지? 여긴 계단이 없네?

여자 1 : 뭐? 계단이 없다구? 그럼 이제 어떡하지?

남자 1 : 아, 저기 아래에 소방관들이 매트를 펴고 있어, 괜찮아, 당신부터 뛰어내려!

여자 1 : 정말 괜찮을까?

남자 1 : 그래, 소방관들이 깔아놓은 건데, 괜찮겠지, 나도 금방 따라 뛰어내릴게.

여자 1 : 알았어, 휙~

남자 1 : 휙~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 만약 숙박시설에 투숙하게 된다면 미리 피난 안내도를 보고 피난할 방향의 계단을 알아놓자, -그들이 미리 피난안내도를 숙지하고 골든타임 안에 화재 징후를 알아차렸다면 계단을 통해 무사히 대피했을 것이다.- 그리고 완강기의 위치와 그 사용방법을 알아놓는 것도 좋겠다.(완강기의 사용방법은 이전회에 자세히 설명해 놓았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https://brunch.co.kr/@muyal/136

https://youtu.be/LNwwjnQkRpk

2. 아파트와는 달리 숙박시설에서 화재가 난다면 일단 먼저 대피하라!


 아파트에서 화재가 나면 그 피난 매뉴얼이 얼마 전에 바뀌었다. '무조건 대피하라'에서

1-1) 자기 집에 불이 나서 계단으로 대피할 수 있는 경우 - 첫째. 소화기로 초기진화를 시도한다.

                                                                    둘째. 초기진화에 실패하면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대피

                                                              

1-2) 자기 집에 불이 나서 계단으로 대피할 수 없는 경우 - 첫째. 피난기구를 활용해 옆집이나 지상으로 대피

                                                            둘째. 피난기구를 활용할 수 없다면 문을 닫고 구조를 기다린다.


2-1) 다른 집에서 불이 나서 화염과 연기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경우 - 첫째. 계단으로 대피를 시도한다.

                                                둘째. 계단으로 대피할 수 없다면 집안에서 피난기구를 활용해 대피한다.

                                                            셋째. 피난기구를 활용할 수 없다면 문을 닫고 구조를 기다린다.


2-2) 다른 집에서 불이 나서 화염과 연기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지 않는 경우 - 대피하지 말고 문을 닫고                                                                                                                구조를 기다린다.


(아파트 화재 시 피난 매뉴얼)

으로 말이다.


하지만 숙박시설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숙박시설은 아파트와는 달리 소방시설의 설치기준이 제각각이다.(준공연도에 따라 스프링클러, 옥내소화전, 비상구, 방화문, 피난 계단, 내장재등 소방시설의 설치 기준이 각각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아파트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아파트는 그런 시설들이 비교적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 그러니 숙박시설의 방화문이나 내장재를 믿을 수 없다. 업주 마음대로 리모델링해서 소방법에 맞지도 않는 내장재나 방화문이 설치된 곳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이번 화재에서 문제가 된 침대 매트리스나 소파도 방염처리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지어진 지 오래된 숙박시설이라면 아파트와는 달리 급격하게 연소가 되고 자기가 있는 객실로 금방 연기가 들어올 수 있다. 그래서 다른 호실에서 화재가 났다고 대피하지 않고 있는 것은 더 위험하다. -물론 이번 부천 화재 때도 대피하지 않고 욕실에서 샤워기로 물을 틀어놓고 버티다 소방관에게 구조된 사람도 있지만 그걸 일반화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모든 일에는 예외가 존재하니까.-


그러니 숙박시설에 투숙했을 때는 화재 사이렌이나 안내 방송이 들린다면, 타는 냄새와 함께 복도에 연기가 스멀스멀 보인다면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고 일단 대피부터 하라고 말하고 싶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대로 수건 등에 물을 묻혀 입과 코를 막고 낮은 자세로 계단을 통해 대피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되면 순식간에 복도와 객실은 검은 연기로 가득 차고 그 연기에 내몰리게 되면 결국은 마지막에 에어매트에 뛰어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에어매트는 최종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피난의 마지막 선택지이며 결코 안전한 피난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화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러니 위에서 언급한 대로 투숙할 때는 미리 피난안내도를 살펴서 만약 불이 났을 경우 자신이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와 계단의 위치를 파악한 후에 투숙하고, 투숙 중에 화재 징후가 감지되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연기와 불꽃이 계단과 복도를 점령하기 전에- 재빨리 자신이 파악해 놓은 그 피난로를 통해서 안전하게 대피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모두가 만약 숙박시설에 투숙하게 된다면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실천해서 화재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이번 부천 화재로 안타깝게 사망하신 일곱 분의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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