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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May 03. 2020

혼자라면 힘들지만 함께라면 할 수 있다.

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 (1)

    내가 소방이란 세계에 처음 입문했을 때는 너무도 모르는 것이 많았고 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많았다. 불이 나서 온통 화염과 매연으로 뒤덮인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일, 막 숨이 끊어지려는 환자를 구급차 안에서 심폐소생술을 해가며 병원으로 내달리는 일,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리려는 자살기도자를 설득하며 그에게 다가가서 손을 잡아주는 일... 그 모든 일이 내게는 불가능한 일로 보였었다. 그래서 몇 번이나 난 이 조직을 떠나려고 했고 몇 번이나 옷을 벗어던지려 했던가?

    하지만 그때마다 내 손을 잡아주는 동료들이 있었다. 할 수 있다고, 한번 해보라고 손을 내밀어주는 선배들이 있었고 믿고 따라와 주는 후배들이 있었다. 그들 때문에, 아니, 그들 덕분에 소방서 생활 이십 년, 여기까지 온 건지도 모르겠다.

    십여 년 전, 부산에서 유명한 국제시장에서 큰 불이 난 적이  있었다. 우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커다란 불길이 건물을 집어삼킨 후였다 우리 팀은 사다리를 펴고 불이 난 건물 지붕으로 올라가 기와로 된 지붕에 구멍을 내고 그 아래로 물을 쏘기로 작전을 짰다. 국제시장에는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만들어놓은 적산가옥이 많았고 그런 건물들은 지붕이 기와로 되어 있어서 도끼와 망치질 몇 번이면 구멍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난 팀장님과 후임과 함께 지붕에 올라가 기왓장들을 도끼로 내리치기 시작했다. 한 십 분쯤 했을까? 겨우 기왓장이 파괴되고 이글이글 불타고 있는 건물 내부가 보이나 싶었는데...

    "와장창!"

    소리를 내며 내 발밑의 기와들도 아래로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화재를 진압하려고 뿌린 물로 기와가 흠뻑 젖어버려 도끼질 몇 번에 주변 기와까지 다 파괴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불길이 벌겋게 입 벌리고 있는 건물 내부로 추락하다 겨우 남아있는 기왓장 한 귀퉁이를 잡았다. 그것마저 부서졌다면 난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손을 우리 팀장님이 잡아주셨다. 난 팀장님과 후임의 도움으로 겨우 시뻘건 불길의 혓바닥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몸서리쳐지는 장면이지만, 난 그 손길 덕분에  지금도 건강하게 소방관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선배님, 후배님!'

   무뚝뚝한 남자들의 세계에서 제대로 고마움을 표시하지 못했지만 이 자리를 빌려  제대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 자리에 있어줘서, 내 손을 잡아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누군가 그 힘든 소방관을 이십 년이나 했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혼자라면 힘들지만 함께라면 할 수 있다"라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의 도움이 아닌 우리의 도움이 기다리는 곳으로 뛰어간다. 나 혼자면 힘들지만 우리가 함께 가면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파이팅!  부산소방이여

    파이팅!  나의 젊음이여

이십 년 나의 청춘을 소방에 바쳤지만 후회는 없다.

언제나 나와 함께 하는 우리가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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