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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Jun 07. 2021

선박화재

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4)

  내가 근무하는 부산은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이다. 그래서 육지에서는 물론이고 바다에서도 - 정확히 말하면 항구에 정박중인 배에서 - 불이 나면 우리 소방관들은 출동해서 화재를 진압해야 한다. 정박중인 배에서 화재가 나면 위에 보이는 소방정이란 배를 타고 나가 불을 끄고 육상에서도 소방차가 달려와 합세한다.  


(소방정의 화재진압-인천소방본부 제공)


   그런데 문제는 선박에서 불이 나면 불이 난 곳으로 진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큰 배위로 올라가기도 어렵거니와 겨우 올라간다 하더라도 불이 난 지점까지 찾아들어가기가 매우 어렵다. 불이 난 곳까지 소방호스를 들고 들어가 정확하게 물을 뿌려야 불이 꺼지는데 실제로 현장에 가서 보면 유독가스가 가득 차 있어서 진입 자체가 어렵다. 그래서 먼저 출동한 소방정이 방수포라는 물대포로 선박 외부에서 물을 뿌리고 소방차를 타고 온 소방대원들은 공기호흡기를 쓰고 한손에는 소방호스를, 그리고 또 한손에는 문을 강제로 열 수 있는 파괴기구를 지참하고 허리에는 로프를 두르고 선박내로 진입한다.


(21년 5월 부산 영도구에서 발생한 선박화재)


   하지만 배에 올라서도 사방에서 나는 연기 때문에 좌우도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배에 오르기 전에 최대한 물을 뿌려 연기와 열기를 식혀 놓은 뒤에 진입한다. 진입 중 공기호흡기가 실수로 잠깐이라도 벗겨지는 날에는 유독가스를 들이마시게 되고 그 결과는 상상하기도 싫은 것이 될 수도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선박 내부는 복잡한 미로처럼 되어 있어서 파괴기구로 겨우 출입구를 열었다 하더라도 정확한 화점을 찾아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연기속의 미로, 그 속에 시간과의 싸움이 소방관들을 기다리고 있다. 왜냐하면 화재진압시 메고 들어가는 공기호흡기는 기껏해야 30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공기가 충전되어 있기 때문에 그 시간안에 화점을 찾아 방수하고 다시 출입구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화점을 찾아 물을 뿌리고 화재를 진압했다고 하더라도 다시 출입구를 찾아 나오기도 힘들 때가 많다. 복잡한 미로속에서 바닥난 체력과 고갈된 산소를 아껴 써가며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연기와 열기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재빨리 화재를 진압하고 다시 출입구로 나오는 것까지 30분 안에 끝내야 하는 것이다.(그래서 위에 사진에서도 올라간 대원들이 나오면 교대하려고 아래쪽에 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부산의 소방관들은 선박화재가 났다는 무전이 들려오면 마음속으로 긴장을 하게 된다. 가급적 작은 불이라서 간단하게 끌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하지만 현장에 가 보면 저정도 이상의 상태일 때가 많다. 그러면 낮에 난 불이라고 해도 밤새도록 끄는 작업을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 교대에 교대를 해가며 30분씩 작업을 하더라도 완전히 불을 끄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구에 매어놓은 배이기 때문에 다른 데로 화재가 번질 염려는 없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대원의 안전을 생각하며 화재를 진압한다. 전체적으로는 시간이 좀 걸려도 안전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화재가 진압되고 다음날 비번날이 되면 어제 불이 났던 바닷가를 다시 찾곤 한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다는 여전히 그자리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를 반겨준다. 

  건강한 바다의 안전을 지키는 부산소방관으로서~ 오늘도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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