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로 살아간다는 것(64)
(사진 - 다음 카페 '꽃우물 사랑')
지난주 일요일이었다. 아침에 퇴근하려고 하는데 집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여보, 나 지금 열이 높고 목이 마이 아파~ 빨리 좀 와 줘~"
그렇게 부랴부랴 퇴근을 하고 집에 갔는데 집사람은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 대충 추슬려서 내 차에 태우고 일요일에 문을 여는 당번 이비인후과에 갔다. 의사는 코로나로 의심된다며 검사를 해 보자고 했다. 그래서 검사를 해 보니 정확하게 코로나였다.
"응?, 코로나?, 요즘 그거 독감과 같은 거 아니었나?"
하지만 의사는 요즘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와이프에게 수액을 맞히고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아 집에 왔다. 집사람은 유치원 교사기 때문에 다음날인 월요일엔 출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막내도 다음날 유치원에 가야 하는데 혹시라도 옮으면 갈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집사람에게서 다른 가족으로 옮지 않게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일단 집사람을 안방에 격리(?)시켰다.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침대에 눕히고 음식은 내가 안방으로 대령해야 했다. 그리고 막둥이를 비롯한 애들도 모두 내가 돌봐야 할 것 같았다. 5년 전 코로나 초기가 데쟈뷰가 되어 떠올랐다.
'설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겠지?'
그 끔찍한 악몽에 다시 치가 떨렸다. 근 보름동안 둘째를 제외한 우리 가족 모두가 코로나에 걸려 자가 격리를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던가? 약을 사 올 사람이 없어서 이웃에 사는 동료에게 부탁하고 마스크를 사러 긴 줄을 서서 몇 시간씩 기다리던 그때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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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안 돼, 다시는 안 돼!'
그때 어머니도 두 번이나 코로나에 확진되어 격리 병동에 갇혀 있으면서 사실 죽을 고비를 두 번이나 넘기셨다. 면회도 되지 않는 그곳에서 어머니는 얼마나 외로우시며 힘드셨을까? 그때를 생각하니 다시는 그런 악몽이 되풀이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정세를 보면 그때와 뭔가 비슷하게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시절의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다시 당선되어서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고, -물론 그 병이 그 사람 때문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도 그때와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고, 재유행 초기라 그런지 일반 사람들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그 병에 대해 경각심을 전혀 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의료계의 파행으로 다시 그런 팬데믹 시기가 온다 하더라도 당장 의료 현장에서 대처할 의료자원이나 예산이 부족할 것은 불 보듯이 뻔한 일이다.
나의 이런 염려가 옛날 기나라 사람의 기우(杞憂)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역사는 반복되고 어리석은 인간은 그런 반복되는 역사의 비극에 계속 당하는 경향이 있다. 일 년 주기로 반복되는 산불과 집중호우와 폭염과 태풍의 사이클 안에서 우리 국민이 한 번이라도 그 자연재난을 예측하고 잘 피해 간 적이 있었던가 말이다. 모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이 매년 반복되는 재난 속에서 정신 못 차리는 날들의 연속이지 않았던가? 일 년의 사이클로 돌아오는 그런 자연재해도 못 피하는 형국인데 오 년 만에 다시 오는 코로나 재유행을 어떻게 감당할지 정말 걱정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요즘은 대선에 모든 언론의 눈과 귀가 집중되어 이런 감염병에 대한 예방의 목소리는 전혀 나오질 않고 있다. 대선 후보자들의 유세가 계속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어 감염의 위험성은 점점 늘어날 텐데도 말이다.
하지만 이쯤에서 우리 사회에 대한 걱정은 그만하기로 하고 다시 우리 집 얘기로 돌아와야겠다. 이번회의 목차가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64)'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3~4일쯤 아내의 격리생활이 계속되고 막둥이를 내가 케어하느라 지쳐갈 때쯤 와이프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 기간이 한 일주일쯤 더 계속되었더라면 난 아마 번아웃이 왔을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가 막둥이나 다른 애들에게, 혹은 나에게 감염되었더라면 그 기간은 더욱 길어졌을 테지. 다행히도 와이프가 그런 긴급상황임을 직감하고 자기 방에서 철저히 격리함은 물론 잠시라도 거실에 나올 때도 마스크를 끼고 비닐장갑을 착용하여 감염의 우려를 줄인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일주일이 지나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와이프도 코로나의 증상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아이들도 아무런 탈이 없는 상태라서 너무 기분이 좋다. 오늘 예배시간에는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그분이 코로나로부터 우리 가족을 지켜주신 것 같아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다. 혹시나 우리 사회에도 다시 코로나 팬데믹이 재유행한다고 해도 이렇게 아무 일없이 조용히 지나가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