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감자와 고구마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56)

by 소방관아빠 무스

얼마 전, 막둥이가 유치원에서 체험학습으로 농촌에 가서 고구마를 캐고 왔다고 했다. 그래서 가져온 고구마를 먹어보니 정말 맛이 있었다.


"응?, 정말 막둥이가 캔 거여?"


내가 이렇게 물어보니 와이프는 선생님들이 좀 도와주셨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 그렇지, 이렇게 큰걸 조그만 막둥이가 혼자서 캤을 리가 없지, 선생님들이 좀 도와주셨겠지~^^;;


사본 -KakaoTalk_20241011_142602527_09.jpg (막둥이가 체험학습에서 캐 온 고구마 사진~^^)


이렇게 실한(?) 고구마를 삶아놨으니 안 맛있을 수가 없다. 와이프 말에 따르면 고구마를 캔 그날도 막둥이는 고구마를 보고 멀뚱멀뚱 있길래 선생님이 고구마 줄기를 끌어당겨 하나하나 캐서 아이들의 그릇에 담아주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캐 온 고구마를 맛보고 있으려니 지난여름 처갓집에 가서 감자를 캐었던 기억이 났다.


사본 -ASE9AD.jpg (난 네가 지난여름에 캔 감자를 알고 있다~ㅋ)


지난여름에 우리 가족은 농사를 짓는 처갓집에 내려가 감자를 실컷 캐왔던 것이다. 그래서 쪄먹고, 조려 먹고, 전 부쳐 먹고, 회오리 감자를 만들어 먹고도 남아서 이웃집(?)에 나눠 주기도 했었다. 그 감자 맛이 생각나면서 달큰한 고구마를 맛보니 또한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막둥이는 이 감자와 고구마를 캐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맛있는 것들이 땅속에 숨어 있다가 하나하나 나온다고 생각하니 신기하지 않았을까? 물론 외할아버지가 봄부터 여름까지 땀을 흘리며 땅을 일구고, 모종을 심고, 잡초를 뽑고 물을 준 일들은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호미를 들고 땅을 파는 족족 이런 보물 같은 놈들이 하나하나 나오니 신기하고도 재밌었을 것이다.


사본 -사본 -AS75CA.jpg (수확의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막둥이)


거기다 아빠와 삼촌과 할아버지가 감자를 리어카로 실어서 나르는 장면을 보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렴풋이나마 일(노동)을 해야 그런 보물들을 얻을 수 있고 그렇게 일하는 것이 기쁨이 된다는 사실을 예감했을까?


사본 -1730024915707.jpg (할아버지와 아빠와 외삼촌이 리어카로 감자를 나르는 모습을 보고 있는 막둥이와 사촌언니)


막둥이가 그런 노동(일)의 기쁨을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 그런 일을 하고 땀을 흘려야만 얻을 수 있는 수확의 기쁨도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땀 흘리지 않고, 일하지 않고 얻으려 하는 못된 버릇을 들이지 않고 열심히 일한 만큼, 공부한 만큼, 노력한 만큼 그에 따른 달콤한 보상이 따른다는 사실을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