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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에 생긴 일(2)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63)

by 소방관아빠 무스

지난 어린이날에는 부산 강서구에 있는 경마공원에 다녀왔다. 멀리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날은 어디 가나 차가 막힐 거고 차라리 가까운 곳에 가서 시간은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마눌의 의견을 받아들여 오랜만에 그곳을 찾았다. 거기는 십오년 전에 그 사건(?)이 일어난 곳이어서 우리 가족의 추억여행으로도 안성맞춤일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https://brunch.co.kr/@@4HG2/4


가까운 곳이니까 느즈막히 출발해도 되겠다는 마눌의 말에 우리 가족은 어린이날 아침에 여유 있게 일어났다. 모두가 모여서 김밥을 싸고 마트에도 한번 들렀다가 출발한 우리는 그곳에 11시쯤에 도착했다. 그런데 우리 생각과 다르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서둘렀는지 그 넓은 경마공원 안에 돗자리 하나 펼 자리가 없는 것이었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누가 요새 애들 안 놓는다고 했어?'


모두들 대형텐트를 가져와서 펼쳐놓은 덕분에 우리같이 돗자리 하나 들고 뒤늦게 온 사람들은 그 돗자리를 펼칠 자리 하나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겨우 겨우 안쪽으로 들어가 텐트들 사이에 돗자리를 펼쳤다. 그리고 아침에 싸가지고 온 김밥을 꺼내 먹었다. 그리고 우리는 일사불란(?)하게 막둥이의 여섯 번째 어린이날을 어떻게 재밌게 해 줄까를 생각했다. 첫째와 둘째는 막내를 데리고 미니 바이킹을 태워주러 가기로 했다. 그 사이 우리 부부는 경마공원 순환 열차를 타는 줄을 서기로 했다.


어린이날이라 사람들이 많아 순환열차를 타는 줄은 길었다. 못해도 한시간 이상 기다려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시간 동안 언니들이 막둥이를 데리고 미니 바이킹을 태워주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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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의 첫 바이킹-웬 모르는애 옆에 딱 붙어 너무 재밌어 보인다.~ㅋ)


첫째가 찍어 보내온 사진을 보니 막둥이는 웬 모르는 애 옆에 딱 붙어 앉아서 마치 자매나 되는 것처럼 까르르 웃고 있었다. 저리도 재밌을까? 앞으론 자주 태워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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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바이킹을 타고 내려온 막둥이-아직 그 재미의 여운이 다 가시지 않은 듯~^^)


어린이날이 좋긴 좋구나, 이렇게 까르르 웃을 수 있다니, 나도 가능하면 그때로 되돌아갈 순 없는 거니?~ㅋ


어쨌든 그렇게 바이킹을 타고나서도 아직 순환열차를 타는 줄은 길게 남아 있었다. 첫째와 둘째는 오는 길에 '터키 아이스크림'을 봤다며 막둥이에게 사주겠다고 했다.(그리고 내게 카드를 달라고 했다.) 그래, 오늘은 돈 쓰라고 있는 날이니... 난 쿨하게 카드를 애들에게 주었다. 애들은 정말 신나(?)하며 어디론가 달려갔다. 우리 부부는 다른 부부들 사이에서 또 한 30분 정도 줄을 더 서야 했다.


(터키 아이스크림을 파는 터키인(?)에게 농락(?)당하는 막둥이~ㅋ)


그렇게 막둥이는 터키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두 언니들과 아이스크림을 빨면서 와서 나 먹으라며 자기가 먹던 아이스크림을 내게 줬다. 이건 뭐, 아빠를 아이스크림 쓰레기통으로 아냐고 소리치려다가 막둥이가 입에 넣어주는 터키 아이스크림을 먹어보니 제법 맛있었다. 그걸 먹고 나니 당이 충전되었는지 줄 서는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아이들에게 소리를 칠 수 없었다. 그래, 뭐 어린이날인데 아무렴 어때?, 씩씩하고 튼튼하게만 자라다오~ㅋ^^;;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니 때마춰(?) 경마공원을 도는 순환열차가 도착했다. 한 시간 30분의 기다림 끝에 막내와 아내와 함께 그 순환열차를 탈 수 있었다.(아쉽게도 순환 열차를 타는 동영상은 없다. 타는 도중에 갑자기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그랬다. 원래 비 예보는 저녁 10시쯤에나 있을 것이라고 검색을 하고 왔는데 오후 2~3시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순환열차를 타고 오니 많은 사람들이 텐트와 돗자리를 챙겨서 경마공원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우리도 돗자리 펼쳐놓았던 데로 돌아와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비가 왔다고 해서 그냥 집에 가긴 아쉬웠는지 마눌이 한마디 했다.


"우리 그냥 허** 갈까?, 거기서 몸 좀 푹 지지자~"


50대 엄마 아니랄까 봐 비가 오니 온몸이 욱신욱신 쑤신가 보다, 그 말을 들으니 내 몸도 반응했다. 그 허** 온천물에 몸을 담그면서 뼈마디가 녹는 느낌을 생각하니 아내의 말에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막둥이는 큰 애들이 케어해 줄 테니 막둥이도 물놀이를 하고 일석이조일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부산 동래구에 있는 허**온천으로 향했다.


빗속을 뚫고 부산 끝에서 끝까지 가는 운전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곳에 가서도 우리는 다시 우리처럼 생각한 많은 사람들과 만나야 했다. 비가 내리자 애들을 데리고 그곳으로 고고씽한 많은 가족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건 뭐 옛날 80년대 명절 전날 목욕탕이 연상될 정도로 돗데기 시장(?)이었다. 그나마 난 혼자서 여유롭게 온천욕을 즐겼지만 여탕의 상황은 더욱 난감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우리는 다시 찜질방에서 만났다. 찜질방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빠질 수 없는 식혜와 찐계란을 먹으며 온몸을 퍼질고 누워 있으니 여기가 천국, 아니 천국 비슷 무리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그 시간은 결코 오래가질 못했다. 와이프와 큰 애들이 여탕에서 막둥이를 자기들이 커버(?)했다며 찜질방에선 아빠에게 토스(?)한 것이었다. 뼈마디가 녹는듯한 그 느낌을 살짝 느끼려던 그때, 난 '아빠, 놀아줘~'를 외치며 들어온 막둥이를 데리고 보석방부터 황토방까지 모든 방을 구석구석 섭렵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막둥이는 뜨거운 찜질방 안에 '진득하게' 앉아있질 못했기 때문에 계속 이방 저 방을 옮겨 다니다가 결국 놀이방에서 막둥이를 놀이기구를 태우며 시간을 보냈다.


마나님과 따님들이 그 놀이방에서 나를 구조(?) 해 준 건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났을 때였다. 그들은 나에게 다시 한 시간 후에 카운터에서 보자며 쿨(?)하게 막둥이를 데리고 여탕으로 가버렸다. 난 다시 남탕으로 가지 않고 찜질방에서 tv를 보며 뼈마디를 녹이다가 한 시간 후에 바로 카운터로 나갔다. 키를 반납하고 계산서를 받아보니 웬만한 펜션에서 일박을 할 금액이 나왔다. 차라리 펜션에서 하룻밤 자고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어쩌겠나, 오늘은 돈 쓰라고 있는 날인 것을...


차를 몰고 다시 빗속을 뚫고 집으로 돌아오니 막둥이는 기절한 듯 자고 있었다. 내일 아침이 되면 '어제 어린이날 재밌었다'고 해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잠자는 막둥이를 들쳐업고 방으로 가 살며시 침대에 뉘었다. 창문 밖으론 여전히 굵은 빗줄기가 퍼붓고 있었다. 집사람은 온천욕을 하고 와서 막둥이에게 샤워를 안시켜도 돼서 좋다며 웃었다. 나도 웃었다. 이런 어린이날이 계속되기를, 이런 일상이 계속 이어지기를, 이런 소소한 행복을 계속 맛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막둥이의 여섯 번째 어린이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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