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간다는 것(2)
지난주엔 제주도로 미니멀하게 여행을 다녀왔다. 윗지방에선 폭우가 내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휴가는 6월에 벌써 잡혀 있었고 제주에는 아직 비가 그렇게 많이 오지 않은 시점이었다. 걷기와 버스로 제주의 우도, 성산일출봉, 용눈이 오름, 비자림 등을 다녀왔는데 다시 한번 환경에 대한 소중함과 그것을 지키기 위한 미니멀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여행이었다. 폭우와 산사태가 일어나고, 이상기후가 찾아오고 산불과 태풍이 판을 치는(?) 이 한반도의 고난도 알고 보면 우리들이 더 먹고, 더 보고, 더 편리하게 살기 위해 부린 욕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 욕심들을 다 내려놓고 그저 맨몸으로 제주의 자연을 체험하고 싶었다.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어주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 자연을 말이다. 그래서 최대한 인공적인 것들은 줄이고 자동차와 호텔과 펜션을 멀리하고 배낭 하나만 메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자며 주로 걷고, 가능하면 버스만 이용하는 여행을 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여행한 제주에서의 2박 3일의 여정을 여기서 풀어보려 한다.
비행기로 제주에 떨어진(?) 시간은 오후 6시 정도였다. 제주 공항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이런 풍경을 가진 섬이 아직 우리나라에 있다니... 이런 보물 같은 섬을 잘 지키고 가꿔서 우리 후손들에게 잘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공항에 내려서 예약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지도 어플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장 빠른 경로의 버스가 언제 올지 시간이 안 나오는 거였다. 부산에서는 수시로 정류장에 도착하는 버스 시간이 나오는데 여긴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같이 간 친구가 제주도는 7시만 되면 버스가 끊겨서 택시를 타야 한다는 얘길 했다. 뭐라고? 무브!, 무브! 우린 뛰기 시작했다. 일단 제주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서 그곳에서 환승하기로 했다. 비도 슬쩍 내리고 있었다. 부랴부랴 우리는 제주버스터미널에 내려서 환승하는 곳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현지인 아저씨가 가르쳐준 대로 겨우 성산행 버스를 타고 게하가 있는 성산으로 출발했다. 게하로 가는 버스에서 보는 해질녁 제주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공장이나 고층건물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뷰라서 그럴까? 도시생활에 지친 여행객의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주는 느낌이었다.
게하에 도착해서 씻고 나서 같이 간 친구와 함께 싸 온 김밥을 먹으며 우도 땅콩막걸리를 한잔 했다. 우도의 깊은 풍미가 입안 가득 전해졌다. 역시 육지(?)에선 맛보지 못한 맛이었다. 그리고 같이 한방을 쓰게 된 여행객과도 인사를 했다. 서울에서 온 남자인데 혼자서 올레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2층자리 침대가 두 개인 그 방은 어느 호텔 못지않게 아늑하고 시원했다. 더 호화로운 호텔이 아니었지만 잠만 잘 왔다. 제주의 맑은 공기와 그날 걸은 근 이만보의 걸음이 우리를 숙면에 빠지게 한 것이다. 물론 제주 땅콩 막걸리도?
다음날 일어나서 첫 번째 목적지인 우도로 향했다. 전날에 만난 여행객이 우도로 가는 배가 9시 반, 10시 반, 11시 반에 있다고 해서 서둘렀는데 결국 10시 40분쯤 배 타는 곳에 도착헀다. 또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나 하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사람들이 여객선에 다 차면 출발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날은 우도로 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래서 우리는 11시가 안돼서 배를 타고 출발할 수 있었다. 가는 도중 성산 일출봉을 멀리서 봤다. 정말 그 위로 태양이 뜨면 멋지겠구나 싶은 풍경이었다. 하지만 배 시간에 맞춰 서둘러 가느라 그것이 성산 일출봉인 줄도 모르고 달렸다.
우도로 가는 배를 타고 가면서 제주의 바다를 느낄 수 있었다. 둘째 낳고 나서 돌잔치 대신 가족여행으로 제주도 우도에 온 적이 있었다. 벌써 16년 전의 일인데 그때는 패키지여행으로 다녀왔기 때문에 우도를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다시 우도의 푸른 물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시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