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간다는 것(4)
(사진 - 성산일출봉)
지난여름(아직 다 지나진 않았지만~) 제주를 다녀온 경험을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간다는 것'이란 소제목으로 연이어 쓰고 있다. 이런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 모두가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자신의 욕심을 줄이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요즘 계속되고 있는 소방관의 자살을 보면 소방관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은지 느끼게 되기 때문에 그런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 중에 하나가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에는 나도 미니멀한 방법으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여름 다녀온 제주에서의 여행 경험은 또다시 가고플 정도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오늘은 우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돌아와 성산일출봉에 올랐던 경험을 써 보고 싶다.
우도에서 여객선을 타고 돌아온 선착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성산일출봉으로 가는 길이 있었다. 걸어서 우도를 절반 정도 돈 우리는 이미 다리가 아파왔지만 성산일출봉의 환상적인 경치에 끌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길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시간은 벌써 오후 3시쯤 되었지만, 혹시나 성산일출봉을 올라가다 해가 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리의 다리는 벌써 그 봉우리 꼭대기를 향해 달음질치고 있었다.
제주는 태생이 화산섬이기 때문에 제주 중앙에 있는 한라산이 큰 화산이라고 하면 동쪽에 치우쳐 있는 우도와 성산일출봉 역시 쉽게 말해서 작은 화산인 것 같았다. 그 둘의 차이점은 화산이 바다에서 폭발한 것이 우도, 제주도 해변으로 이어져 폭발한 것이 성산일출봉인 것 같았다. 물론 지리학자가 아니라서 정확히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대자연의 그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그 대자연의 위용과 아름다움 앞에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성산 일출봉을 바라보기 좋은 장소에 벤치가 놓여 있었다. 그 벤치에 앉아 성산일출봉 쪽 바다를 보고 있으니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어디서 들리는 음악소리일까? 그 소리를 따라 조금 가보니 해변에 버려진 피아노가 있었다. 우리는 그걸 보고 결국 그 소리가 바다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음악소리에 힘을 얻어 우리는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턱에서부터 이어진 데크는 성산일출봉으로 가는 우리의 길을 더욱 쉽게 만들어 주었다.
성산일출봉에 올라가다 만난 등경돌의 유래도 재밌었다.(궁금하신 분은 맨 왼쪽 사진을 확대해서 읽어보시길~^^) 그 등경돌의 유래를 읽으며 한걸음 한걸음 오르다 보니 우리가 올라온 발아래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고 결국 우리는 성산일출봉의 정상에 서게 되었다.
정상은 생각보다 뭐~ 없었다. 발아래로 펼쳐진 푸른 풀밭과 구름뿐이었다. 이것 역시 몇천만 년(?) 전의 화산의 분화구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분화구는 빼곡한 풀밭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 안에서 사슴이 놀고 있을지, 곰이 놀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냥 풀밭일 뿐이었다. 하지만 뜨거운 용암을 뿜어내던 그때를 생각하며 우리는 그 분화구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 너머에 펼쳐진 바다와 이어진 해변도...
정상에서 내려오면서 본 광치기 해변은 정말 멋있었다. 그 해변을 보니 이 분화구가 '성산 일출봉'이란 명칭을 얻게 된 이유를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새해 일월 일일에 저 광치기 해변에서 보는 이 봉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말 안 해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분화구 위로, 몇천만 년 전과 같이 뜨거운 불덩어리가 솟아오른다. 대자연의 뜨거운 기운이 용솟음쳐 오르는 것이다. 그걸 본 사람들은 뭐라고 했을까? 그래, 성산 일출봉이다! 뜨거운 태양이 솟아오르는 성스러운 산이라고 했겠지... 나도 다음 일월일일에는 저 광치기 해변에 와서 이 성산일출봉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뜨거운 태양이 이 위로 솟아오르면 나의 2026년도 또다시 시작되겠지.
성산 일출봉을 내려와 그 옆에 바다와 맞닿은 곳으로 가 보았다. 성산 일출봉은 더욱 웅장한 옆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몇백만 년, 혹은 몇천만 년 전에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아마도 바닷속에서 지각이 튀어나와 바다를 향해 내달린 것 같았다. 그 위로 뜨거운 용암이 흘러내리고 바다와 맞닿으며 식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광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울퉁불퉁한 성산일출봉의 옆면, 그리고 뜨거웠던 검붉은 색의 용암이 바닷물과 맞닿으며 식어 짙은 주황색을 띠고 있는 것도, 모두가 장관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정말 이건 뭐~ 지구가 아니라 몇백만 광년 떨어진 어떤 혹성에 와 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그 행성의 외계인이 자신의 얼굴을 이 지구라는 행성에 새기고 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바로 그런 것이다. 우리 지구라는 행성은 말이다. 이렇게 몇십억 년을 살아온 지구를 앞으로도 더 잘 보존해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해서 우리 지구가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고 난 후, 우리 후손들이 이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고 만끽하게 될 때쯤, 우리 역시 이 지구의 아름다운 품으로 다시 되돌아가야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