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간다는 것(1)
지난 2일과 지난달 24일엔 부산 기장군과 부산진구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아파트에서 불이 나서 두 자매가 숨지는 닮은 꼴 화재가 반복되었다. 첫 번째 화재가 나고 나서 그 주제로 내가 글을 쓴 적도 있는데 그 글이 무색하게도 며칠 있다가 똑같은 화재가 반복된 것이다.
https://brunch.co.kr/@muyal/228
두 사건 모두 여러 코드가 문어발식으로 꽂힌 멀티탭에서 화재가 시작되었는데 기장화재에서는 에어컨 코드가 여러 코드와 함께 멀티탭에 물려있었고 부산진구 화재에서는 컴퓨터를 비롯한 여러 코드가 문어발식으로 꽂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화재 발생 원인과 결과까지 똑같은 이 두 화재를 두고 부산 소방본부에서는 연소실험까지 했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172834
이 두 화재를 보니 이젠 콘센트 화재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한 전자제품 충전과 작동을 위한 '콘센트 화재'는 이미 총체적 난국의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이것은 전자제품이나 콘센트 사용에 무지한 한두 가정의 얘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 주위에 있는 여러 전자제품의 가짓수가 너무나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컨, tv,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거기다가 휴대폰 충전, 킥보드 충전, 전기자전거 충전... 이 정도 하면 어느 가정에서도 과부하를 일으킬 만한 용량을 넘어설 것이다.
그럼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많은 전자기기를 충전, 작동시켜야 하게 되었을까? 내가 자랄 때만 해도 멀티탭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껏 해봐야 냉장고, tv, 세탁기는 벽에 있는 콘센트에 얌전히(?) 코드가 꽂혀 있었고 선을 뺐다 꽂았다 하는 건 선풍기, 다리미 정도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가정용 컴퓨터라는 것이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사실 컴퓨터라는 게 그것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컴퓨터가 있으면 모니터도 있어야 되고 프린터도 있어야 된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무선 이어폰, 마우스 등등도 있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모두 코드를 꽂아야 되고 충전을 하거나 작동을 시킬 때 전력을 잡아먹는다. 거기다 날씨도 더워져 집집마다 에어컨을 갖추게 되었다. tv나 세탁기 냉장고도 모두 용량이 커졌다.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먹어야 하고, 또 봐야 하고, 또 입어야 하고 또 시원하게 지내야 되기 때문에 더 많은 전력을 쓰게 되었다. 집도 커졌다. 거기에 따라 집을 밝히는 조명도 더 많이, 더 큰 전력을 소모하게 되었다.
한집이 이렇게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면 모르겠는데 모든 가정이 이렇게 대용량, 최고급, 최신형을 원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지구는 뜨거워진다. 그런 가전제품들을 돌릴 전기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멀쩡한 숲을 베어내고 송전탑을 건설해야 한다. 화력발전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원자력이라든지, 수력, 풍력 발전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생산한 전기를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계속 보내주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계속 원할 것이다. 전기를, 전기를 좀 더 줘요, 이렇게 열대야가 계속되니까요, 더 많은 얼음을 얼려야 해요, 아메리카노에 넣어야 하니까요, 밤새워 일하고 공부해야 해요, 그래서 전기가 필요해요, 넷플릭스도 봐야 하고 인터넷 검색도 해야 해요, 더 좋고 싼 제품을 찾아야 하니까요... 그들이 그렇게 전기를 원하는 동안 지구는 더 뜨거워진다.
그럼 이번에는 지구가 하는 말을 한번 들어보자.
어휴, 더워 왜 이렇게 덥니?, 한국이란 나라가 점점 더 핫(?)해지고 있어, 세계 사람들이 모두 한류를 원하는지 비행기들이 쉴 새 없이 그 나라로 왔다 갔다 하고 있어, 전기도 그 나라로 집중되고 있어, 거기에 유명한 반도체 회사가 두 군데나 있다잖아, 그 회사들이 쓰는 전력량이 어마어마하네, 국민들도 모두 에어컨을 켜고 더워 죽겠다면 난리야, 근데 나도 더워, 그 사람들 시원하게 해 주려고 내 얼굴이 이렇게 빨갛게 달아올랐잖아, 그런데, 그 사람들 만족을 모르네, 줘도, 줘도 더 달라고 난리야, 이러다 내가 폭발할 것 같아. 내 머리를 덮고 있던 얼음들이 녹고 있어, 당연하지, 이렇게 얼굴이 빨개졌는데 머리에 얼음이 남아있겠어? 턱도 마찬가지야, 턱에 수염처럼 붙어 있던 얼음들도 다 녹고 있어, 안 되겠어, 태풍을 만들어야겠어, 코에서 태풍을 만들어서 위쪽으로 올려 보내야겠어, 머리가 좀 시원해지게...
그렇게 태풍이 불어온다. 올해는 장마도 쉽사리 끝나고 지구는 더욱 달아오를 것이다. 이런 해는 여지없이 강한 태풍이 온다. 왜냐면 지구도 달아오른 자신의 머리를 식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새로운 챕터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간다는 것'을 쓰게 되었다. 지구 온난화를 위해,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계속 살아갈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기 위해서이다.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하기 위해 더 많은 전기를 요구하고 지구는 그런 사람들의 요구를 맞춰주기 위해 점점 뜨거워진다. 그럴수록 더 많은 에어컨이 가동되고 지구는 다시 더 뜨거워진다. 그러다가 그 전기를 사용하느라 가끔 불이 난다. 앞으로 더 자주 그럴 것이다. 사람들은 더 많은 전기를 요구하고 지구는 더 뜨거워질 테니까...
그럼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뭘까? 그렇다! 바로 미니멀한 생활이다. 미니멀한 라이프스타일이다. 다시 부채를 부치거나 선풍기로 뜨거운 여름을 날 수는 없겠지만 에어컨의 온도를 조금 낮추는 것만으로도, 에어컨을 켜는 시간을 조금 줄이는 것만으로도 지구가 더욱 뜨거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나 한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이런 미니멀한 라이프 스타일의 삶을 살게 된다면 말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을 조금 줄임으로써, tv를 보는 시간을 조금 줄임으로써 -그 대신 운동을 한다면 건강상의 이점도 있을 수 있다.- 사용되는 전력을 줄일 수 있다. 옷을 모아서 한 번에 세탁함으로써 전기는 물론, 물과 세제도 아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그럼 지구의 환경문제까지 해결되는 셈이다. 이런 조그만 실천들이 모여서 지구가 더 뜨거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면 지구 온난화는 물론 전기 과부하로 인해 생기는 화재도 줄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왜 안 해?, 이렇게 좋은 점이 많은 미니멀라이프를 말이다. 이렇게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 생활비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덜 먹고, 조금만 덜 보고, 조금만 더 덥게 지냄으로써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사람도 더 건강해질 수도 있다. 이렇게 좋은 미니멀라이프를 왜 안 할 것인가, 안 할 이유가 없다. 거기다 우리가 사는 지구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는데...
그래서 나부터 미니멀리스트로 커밍아웃(?)하기로 했다. 진작부터 생각해 온 것이었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는데 이번 두 건의 화재를 보고 결심했다. 나부터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그것이 나뿐만 아니라 내 아이들의, 내 이웃들의 삶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안 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이제부터 한주에 한 개씩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삶을 살고 그 내용을 여기에 적어 올리겠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도 미니멀리스트의 삶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과, 우리의 지구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