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81)
지난주에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자동차 검사소에서 불이 나서 거기에 화재를 진압하러 들어갔던 한 소방관이 불을 끄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것이었다.
불은 한 시간쯤 지나서 꺼졌고 다른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40대인 이 소방관은 심정지 상태로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아직 의식이 없다고 한다. -그 이후의 뉴스를 계속 검색해 봤는데 그가 심장 리듬은 회복했으나 의식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뉴스를 마지막으로 별다른 소식이 없는 걸로 봐서 아직도 병원 중환자실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팀장이었던 이 소방관은 화재 진압을 하다가 왜 심정지로 쓰러지게 되었을까?
40대 팀장, 빠르다면 빠르게 승진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한 팀의 팀장이라는 것은 3교대로 돌아가는 소방조직에서, 하나의 119 안전센터의 한 팀을 맡은, 현장활동에서 주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빨리 주요 보직을 맡은 이 40대 팀장은 왜 현장에서 쓰러져야 했을까?
위 뉴스에서 나오지는 않지만 그는 화재가 거의 다 진압되고 난 뒤, 잔화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불이 완전히 꺼졌는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다른 곳에 불씨가 남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건물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했다고 한다. 당연하다!, 자기 관내에서 불이 났는데 화재 진압이 늦어지거나 잔불이 남아있어 재발화하게 된다면 그 팀의 팀장이 제일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팀장은 마음이 급했을 것이다. 화재 초기 진화도 중요하고 잔불 정리도 중요하고 다른 곳에 또 불씨가 남아있나 확인하는 것도 중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유독가스 연기가 가득 찬 그곳을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했을 것이다. 그런데, 마음이 급하고 그 급한 마음대로 몸이 무리를 하다 보면 숨이 가빠진다. 숨이 가빠진다는 것은 몸이 요구하는 산소요구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소방관이 사용하고 있는 공기호흡기는 50분용으로 그 공기통에는 심하게 헐떡이다 보면 한 30분 정도밖에 쓰지 못하는 공기가 들어있다. 그리고 공기가 나오는 통로도 호스로 되어있기 때문에 좁다. 일시에 많은 공기를 흡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다 그가 찬 공기호흡기에 뭔가 문제(?)가 있어 호흡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면 어떡할까? 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면 그는 목을 잡고 바닥에 쓰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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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원인은 그의 몸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요즘 흔한 심근 경색의 전단계인 협심증은 격렬한 운동이나 숨 가쁜 작업을 할 때 심장 근육에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생기지만 조금 쉬면 개선되는 반면, 거기서 더 나아간 심근경색은 쉬어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병원으로 긴급이송을 해야 하는 질환이다. 40대 팀장이었던 그 소방관은 평소 격렬한 운동을 하면 심장 쪽 가슴이 답답하거나 조이는 느낌이 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좀 쉬면 괜찮아져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화재 현장에서는 그런 협심증이 심근경색으로 발전해서 쓰러지게 되었을 수도 있다.
물론 첫 번째와 두 번째 원인 모두 내가 생각한 내피셜이다. 내가 뉴스로 사건을 보면서 추정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둘과는 상관없는 다른 원인으로 그가 쓰러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둘 중 어느 것이라도 -혹시나 이 두 원인이 복합된 것일지라도- 그에 따른 결과는 너무나 참혹하지 않은가? 위 뉴스에서처럼 아직도 이 소방관이 의식이 없는 채로 병원 응급실에 누워 있다면 그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 것인가?, 그리고 본인 자신은?
이 소방관의 현재 소식을 정확하게 알고 싶지만 며칠 전 일어난 '홍콩 아파트 화재'에 속된 말로 '묻혀' 버렸다. 그 이후로는 홍콩 화재는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반면 한국 심정지 소방관의 기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서도 많은 생명이 희생되어 안타깝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소방관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살리려고 우리나라의 불을 끄다가 심정지 상태로 있는 이 뉴스에 언론은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그가 쓰러진 진짜 원인이 위 두 가지 원인이 아닐지라도 내가 바라는 것은 그 소방관이 빨리 쾌유해서 다시 건강하게 소방서로 복귀하는 뉴스를 보는 것이다. 그가 빨리 쾌유하기를, 그래서 그 가족들과 재회의 빰을 비비고 완쾌되어 다시 소방서로 돌아가 자기 맡은 바 직무를 당당하게 감당할 수 있기를,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이 일어난 지 딱 일 년이 되는 오늘 아침에, 간절히 바래본다.